[이슈+]쌍용차 '감산' 속에서 찾은 '희망'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 2008.05.21 11:43

노조, "최악위기" 공감 부분휴업 합의… "라인재배치 불가" 현대차 등과 대조

"1분기에 최악의 판매부진 상황을 맞았다. (세단 등) 대체 차종이 있는 타사와는 달리 말 그대로 '경영위기' 다."

쌍용차 경영진은 이달초 올들어 4월까지의 판매실적이 나오자마자 사내 홍보물을 통해 "경영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직원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경유 값 급등의 여파로 다목적스포츠차량(SUV)의 판매가 급감,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생존마저 걱정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곧바로 그 대책의 일환으로 '휴업' 카드를 내놓았다. 렉스턴과 액티언을 생산하는 평택공장 조립 1라인의 휴업을 단행하는 방안을 노조측에 제시했다. 잘 팔리지 않는 차를 만들어봐야 재고만 쌓이기 때문이다. 휴업 등으로 남는 인력의 일부를 그나마 잘 나가고 있는 체어맨 생산라인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란 판단도 깔려 있었다.

노조 집행부는 사측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신차 부재와 판매부진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든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았다. 사측과의 협상창구도 열어놨다. 19~20일 이틀간의 협의 끝에 21일부터 오는 7월1일까지 1라인의 근무방식을 주야 2교대에서 야간 1교대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사실상의 부분휴업을 통해 '감산'에 들어간 것이다. 단 '사측은 어떤 경우가 있어도 이번 휴업으로 인한 고용불안이 초래되지 않도록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7월초를 시한으로 못박았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감산'이 언제 끝날지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노조측이 감산에 합의한 것은 최악의 경영위기 상황 속에도 무조건 '내 몫'만 주장하다가는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측은 이번 감산에 대한 근로자들의 반발을 의식이라도 한 듯 "당초 생산1담당 라인 휴업에 대한 재협의가 없음을 밝혔던 것에 대해 무한한 책임의식을 느낀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이번 휴업협의가 '고민' 속에 진행됐음을 조합원 동지께 알린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쌍용차 노사가 판매부진을 이유로 생산감축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 2월까지 약 3개월간 조립 1라인의 감산을 실시했었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산 자체보다는 노사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나섰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노사의 이같은 행보는 한쪽 생산라인에선 물량이 남아 돌고, 다른 생산라인에서는 물량이 부족해도 '라인 재배치' 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현대차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대조를 이룬다.

현대차의 경우 생산라인간 노사간 물량조정 협의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수개월째 시간만 허비고 있다. 최근에는 금속노조의 산별교섭 및 회사별 대각선 교섭을 둘러싼 마찰로 인해 물량조정 문제는 아예 뒷전으로 밀려난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실적에 따라 라인간 생산량과 인력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하지만 노조의 반대로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쌍용차가 위기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러한 유연한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최대식 CJ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자동차 회사의 경우 판매가 좋지 않을 때 회사가 얼마나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생산의 유연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이번 쌍용차의 조치는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른 완성차 업체의 경우도 레저용 차량의 판매 부진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인력 재배치 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쌍용차는 이번 조치를 통해 경쟁사에 비해 노사관계에서 오히려 차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분석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