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편지 합의', 논란은 증폭

여한구·송선옥 기자 | 2008.05.20 17:36

광우병 발생시 무조건 수입중단은 못해

-한미 통상장관 서명했지만 수입중단 시기 모호
-통상마찰 우려도 여전
-성난 민심 달래기용 '말장난' 지적도


한미 양국이 통상 장관 서한 합의 형태로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때 수입 중단'을 명문화키로 했지만 광우병 우려를 충분히 잠재울만한 조치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여전하다.

앞선 미국 통상대표부의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의 구두약속 보다는 진일보 했지만 '수입 중단' 시기에 관해서는 합의가 명확히 돼 있지 않아서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0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면 즉각적인 중단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는 즉시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다.

김 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무조건적인 수입 중단 선언은 하지 않게 된다.

광우병 발생시 △1차 미국측의 조사 △2차 우리나라의 현장조사가 우선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중단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이다. '건강권 위협' 판단에 대한 입증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나라가 지게 된다.

김 본부장은 "미국과 (수입중단과 관련해) 협의가 안되면 통상 분쟁이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미국이 우리정부의 수입중단 조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종합해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정부와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수입중단' 시기에는 시차가 상당히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측이 보낸 외교서한에도 '수입중단 허용' 등 구체적인 문구는 없다. 슈워브 대표는 "미국은 국무총리의 성명을 받아들고 지지하며 다른 것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고 있다.


또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와 WTO(세계무역기구) 동식물검역협정은 모든 정부는 식품안전을 포함하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각 국가의 주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원칙론을 적었다.

미국이 받아들인다는 한 총리의 담화문(5월8일 발표)은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하여 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돼 있다. 역시 '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한다면'이라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최초로 수입 중단 얘기를 꺼냈던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발언에서는 수입중단 시기는 아예 빠져 있다. 정 장관은 지난 7일 쇠고기 청문회에서 "통상마찰이 있더라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면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성난 '쇠고기 민심'을 달래기 위한 여론 무마용으로 별다른 실익이 없는 '편지 합의'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 취지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는 즉시 수입 중단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님이 확인돼 '검역주권' 상실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상마찰 우려없이 우리 정부가 단독으로 수입중단을 할 수 있는 길은 고시를 앞두고 있는 수입위생조건 5항대로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낮춰야만 가능하다.

송기호 변호사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적된 수입위생조건 5항을 그대로 둔채 서한 합의로 마무리해 효과가 더 없게 됐다"면서 "사실상 국민들이 협상을 잘 하라고 지원을 했는데도 이렇게 밖에 안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는 관계자는 "광우병 발생 전에 수입한 쇠고기에 대한 대책은 아무런 언급이 없는 등 국민들 눈을 속이기 위한 말 장난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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