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 견질어음 유통, 금융시장 교란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 2008.05.20 12:00

한은, 4월 어음부도율 급등 이유

지난달 7000억원이 넘는 견질어음이 시장에 나와 금융시장을 혼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누군가 이미 부도가 난 업체들의 거액어음을 금융기관에 제시해 돈으로 바꾸려 했다는 것으로 범죄 혐의가 짙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08년 4월 중 어음부도율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어음부도율은 0.06%로 3월보다 0.03%포인트나 상승했다. 어음부도율을 지난 1월 0.03%에서 2월 0.02%로 다소 주춤한 뒤 3월 0.03%에 이어 지난달 0.06%로 껑충 뛰었다.

지난달 어음부도율이 갑자기 상승한 것은 기업 자금사정과 상관없는 고액의 특이부도가 발생한 때문이라고 한은이 분석했다.

이미 부도가 난 업체의 고액 견질어음이 금융기관에 제시되면서 부도금액이 급증했다는 것. 견질어음은 금융기관이 기업에 돈을 대출해 줄 때 담보력을 보강하기 위해 기업으로부터 위임받는 일종의 백지어음으로 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금융기관은 이를 교환해 자금화한다. 대부분 부도 전후 교환되기 때문에 견질어음이 나타났다는 것은 기업파산이 임박했거나 이미 파산했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보통 월 평균 부도금액이 5000억원 정도 되는데 지난달에는 1조2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며 "금융결제원 등에 알아봤더니 이미 부도가 난 소규모 기업들의 견질어음이 지난달 대거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견질어음의 위변조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견질어음이 백지어음과 같은 것이어서 어음 소지자가 발행 당시보다 몇 배가 부풀려진 금액을 적은 뒤 금융기관에 제시를 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조직적 범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은 관계자는 "견질어음의 경우 일반적으로 큰 금액을 적게 되는데 어음을 발행한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어음 소지자가 제시한 금액이 당초 발행금액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어음교환 규약 등에 따라 금융기관이 지급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견질어음이 대규모로 유통된 것을 보면 조직적인 범죄가 의심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도난 견질어음 기업들은 대부분 자본금이 1억~2억원 정도인 소규모 건설업체나 서비스업체 등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부도업체는 234개로 3월에 비해 58개 증가했고 신설업체는 4790개로 120개 늘었다. 이에따라 부도법인수에 대한 신설법인수의 배율은 29.4로 3월(37.1배)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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