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리스크 급부상, 환율 급등 오나

더벨 이승우 기자 | 2008.05.22 12:09

[혼돈의 금융시장]③ 외채규제 후폭풍..시장 자정능력 상실 우려

이 기사는 05월22일(12:0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최근 외환시장은 한마디로 갈팡 질팡이다. 전문가들조차 환율의 향방을 예측하길 꺼린다. "환율은 정부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솔직히 국제금융시장과 달러 향방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다시 1000원 밑으로 떨어질 것 같다. 그런데 환율 상승을 유도하려는 정부 의지가 워낙 강하게 보여 전망 자체가 무의미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단기 외채에 대한 억제 대책을 내놓을 기세를 보이자 외환시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달러에 대한 수요급증을 촉발시켜 환율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환율이 다시 하락세로 전환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외화유동성을 죄어 환율 하락을 저지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최근 "단기외채 증가 원인을 분석 중이고 이를 억제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순채무 국가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외환시장은 향후 실질적인 대책이 나올 경우, 환율이 다시 상승세로 급격히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환율을 끌어올리는 외환정책의 일환으로 차입을 규제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후폭풍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당국이 외화차입을 규제하면서 환율이 급등한 적이 있다. 정부가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본점 차입금 이자에 대한 손비 인정한도를 축소하자, 외환시장에서 외국은행들이 공급하는 달러가 줄었고 이에 따라 환율이 크게 올랐다.


결과적으로 보면, 외화차입 규제는 정부가 의도하는 쪽으로 환율을 유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환율 하락 기대감이 사라질 경우,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 선물환율의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선물환이 현물환보다 높은 프레미엄이 형성되면 그동안 선물환율이 현물환율보다 낮아서 생겼던 재정거래 기대감도 사라져 일석이조가 된다. 재정거래 기회가 사라지면 외국인과 외국은행들이 국내 채권을 살 이유도 없어지고 채권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외화를 단기차입할 필요도 줄어든다.

그러나 외환시장은 환율의 급등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공급 일변도였던 국내 달러 수급이 수요 우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외화 차입 규제로 인해 다시 외화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환율 급등세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장은 이미 지난 수년간의 환율 하락 기대를 스스로 수정하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이 시점에서 정부의 의도적인 시장 개입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장이 왜곡돼 있다면 시장 스스로가 풀어야 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며 "정부가 자꾸 개입하게될 경우 시장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초 환율 하락이 멈추고 상승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달러 매수 개입에 나서면서 환율 상승폭을 급격히 키운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결국 며칠만에 달러 매수 개입과 달러 매도 개입을 동시에 진행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시장의 쏠림 현상을 시정하기 위해 정부가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겠지만 금융시장의 가격 변수를 정부의 의도대로 방향을 잡게하는 것은 그 부작용이 생각 이상으로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환율은 시장 스스로 아래와 위를 등락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여기서 정부의 환율 방향 설정은 큰 그림에서 봐서 우리나라 경제에 노이즈(noise:잡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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