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그 이후, 美 경제 어디로…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5.20 08:38

"펀더멘털 약화 과거 회복 어렵다" 암울한 전망

-美경제, 위기 해결돼도 이전보다 악화
-기업, 자금조달 및 영업조건 악화
-노동유연성 감소로 생산성 둔화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위기가 종료된 이후, 정상적인 성장률을 밑도는 부진한 모습이 미국 경제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해결된 이후에도 노동생산성 둔화, 금융 및 기업 경쟁력 하락 등 전반적인 경제 펀더멘털이 약화됨에 따라 과거 성장률을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다.

1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신용위기가 종료되고 금융시장이 진정된 이후에도 과거와는 많이 다른 더욱 악화된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투자자들과 대출업체들이 보수적인 자본 운용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업들은 혁신과 인수·합병(M&A)을 위한 자금을 끌어모으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근로자들 역시 노동유연성 감소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주택가격 급락도 자유로운 이직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사무엘슨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지나친 낙관론으로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면, 결국 어느 시점에서 이 실수는 당신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현사태를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가 종료된 이후 과거 평균 이하의 새로운 기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 생산성이 약화하고 경제 성장률은 둔화한다. 실업률은 높아지고 금융서비스산업은 쇠퇴한다.

도이치증권의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후퍼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종료된 이후 미국의 장기성장률은 지난 15년간 평균인 3%에서 2~2.5%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후퍼는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위험 자본에 대한 비용은 신용위기 때보다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를 반영하듯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은행의 4분의 3은 기업 대출자들에게 더 높은 금리를 매기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은행의 절반 이상은 강화된 대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은행과 금융기관들은 지난해 이후 3400억달러에 달하는 신용손실과 자산상각 피해를 입었다.

칼라일 그룹의 데이빗 루벤스타인 회장은 "아직 금융권의 손실은 진행형"이라며 "앞으로도 금융권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루 틸튼은 "신용조건은 단기에 있어 완화되기 보다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밝히며 이 같은 암울한 전망에 힘을 실었다.

미국 최대 은행인 씨티그룹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9일 주주들에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향후 3년내 400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회사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 기업, 자금 조달 및 영업 조건 악화

기업들이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기도 더욱 어려워졌다.


채권시장의 금리 급등은 심각한 상황이다. 정크본드와 미국 국채 수익률의 스프레드는 지난 1985년 이후 평균수준인 4.95%포인트 보다 높은 6.63%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존 론스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스프레드는 내년에도 6%포인트 이상으로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론스키는 올해 정크본드 발행분량이 전년보다 40% 이상 줄어든 800억달러가 될 것이며, 내년 정크본드 발행분량은 10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06년 1500억달러 수준에 크게 못미친다.

증시도 기업들에게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의료기기업체인 엠파시스 메디컬은 지난주 주당 86.25달러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했다. 이 회사는 "시장 조건이 IPO에 우호적이지 않았다"면서 IPO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사무엘슨 교수는 "위험 기피 현상 확대는 경제 활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면서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축시켜 새로운 기회를 잃어버리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을 비롯한 대기업들도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GE가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금융서비스 부문 자산을 매각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GE는 최근 사업상 어려움으로 오랜 전통의 가전제품 분야도 매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노동유연성 감소, 생산성에 직격탄

노동자들 역시 신용위기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와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가 지난 1~8일 공동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금융상 안전하다고 느끼는 응답자의 비율은 199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부분 미국인들의 가장 큰 자산은 주택이다. 이러한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단일가구주택의 중간값(median)은 1분기에만 7.7% 하락하며 지난 29년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의 졸탄 포스탈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전체 가구의 11%에 달하는 850만가구가 모기지 대출이 주택 가격보다 더 많은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포스탈은 이러한 가구수가 내년까지 1200만가구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살베슨 스테트슨 그룹의 공동설립자인 샐리 스테트슨은 "주택 시장 침체는 고용인들의 불안 심리를 키워 노동 유연성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감소는 결국 생산성을 줄인다. 마틴 베일리 브룩킹스 인스티튜션 펠로우는 "지난 15년간 노동유연성은 미국 경제가 유럽에 비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라면서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노동유연성이 줄어들면서 생산성 역시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도 "미국이 실업률이 5~6%에 달하는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산업의 감원 피해도 심각하다. 월가 금융기업들은 지난 1년간 5만명을 감원했으며, 앞으로 감원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앨런 시나이 디시즌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산업은 그동안 미국 생산성과 성장의 중요한 엔진 역할을 해왔다"면서 "금융부문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국 경제도 당분간 부진한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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