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대우조선 인수전 뛰어든다

'인수후보-은행' 짝짓기 물밑 접촉

대우조선해양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면서 재계 뿐 아니라 은행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지분 인수 액만 7조~8조원에 달하는 대형인 만큼 인수금융(재무적투자)을 주선해 투자수익과 수수료 수입을 동시에 얻겠다는 복안이다.

은행들은 유력한 인수후보 기업들과 물밑 접촉을 통해 컨소시엄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쟁 은행 동향을 입수하기 위한 정보전쟁도 치열하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위해 IB(투자은행)사업부 등을 중심으로 전담반을 구성하고 있다.

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금융지주사가 추세인 상황에서 창구 업무만으로는 커져버린 덩치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량 기업으로 딸바꿈한 대우조선해양 같은 대형 매물의 지분출자나 재무적 투자를 그냥 외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M&A 시장에서는 국민은행, 농협은 GS그룹과 컨소시엄을 맺는 방안을 구상 중이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포스코, 하나은행은 두산그룹과 각각 손을 잡으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해당 은행 모두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단계까지 협의를 진행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로 우선 거론되는 포스코와 제휴를 검토중이다. 일각에선 형태의 문제지 두 은행이 공동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IB사업부가 입은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투자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포스코의 주거래은행이라 제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게 금융계의 안팎의 관측이다. 두산의 주거래은행으로 지난해 밥켓 인수전에서 손발을 맞췄지만, 이번에는 각자의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경우 두산과 제휴가능성도 나오긴 했지만, 지난해 서브프라임 손실로 투자성향이 보수적으로 전환한 탓에 상대적으로 신용도에서 앞선 포스코와 손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농협 역시 GS그룹과 컨소시엄을 맺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들의 주거래은행은 아니지만, 평소 거래관계가 돈독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농협은 이번 대우조선해양 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IB업무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하나은행은 두산과 제휴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양쪽 모두 표면적인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일각에서 은행과 인수후보 짝짓기 얘기가 나오는 것은 기업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인수 후보들의 제안서 제출이 6~7월이라 아직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기 때문에 성급하게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