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B 성공비결은 '특화된 영업'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 2008.05.20 13:00

[자본시장을 숨쉬게 하자]<1부.끝>④글로벌 IB 꿈인가

전 세계 투자은행(IB) 부분을 석권하고 있는 미국도 1965년만 하더라도 증권산업중 위탁매매업(브로커리지)이 차지하는 비중이 61%에 달했다. 주식시장에서의 개인투자자 비중도 1961년 기준 66.7%나 됐다. 브로커리지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개인들의 직접투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현재 우리나라 사정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미국 증시가 기관투자가 중심의 IB로 옮겨간 계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 국내 증시와 유사하다. 1960년대 미국증시는 전형적인 장기 강세장이었다. 1961년 527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1968년 1450억달로 규모로 늘었다. 이처럼 시장이 확대되면서 펀드와 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본격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늘면서 1960년대 초반 전체의 2/3에 달하던 개인 비중은 1969년엔 44.1%로 하락했다.

◇기관 부상→규제 완화→수수료 인하 경쟁

기관투자가의 등장과 영향력 확대는 결국 증권사간 수수료 경쟁으로 이어졌다. 증권사들은 한꺼번에 개인 투자자의 수십, 또는 수만배에 달하는 물량을 거래하는 기관투자가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할 수밖에 없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1968년 1000주 이상의 거래에 대상으로 대량거래에 따른 할인(volume discount)을 제도화시켰다. 이후 기관투자가의 대량거래에 대한 위탁매매 수수료율에 대한 규제는 점차 완화됐고, 수수료율도 점진적으로 낮춰졌다.

결국 1975년 NYSE는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수료율을 전면 자율화시켰다. 규제가 풀리자 증권사들은 앞다퉈 수수료율을 인하하기 시작했다. 결국 1970년대 후반에 이르러 증권사들은 위탁매매업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낄 정도로 수수료율이 떨어졌다.

마치 2008년 대한민국의 온라인 수수료 최저가 경쟁을 보는 듯한 상황이 미국 증시에서 펼쳐졌던 것이다. 그동안 안정적인 수익원이었던 위탁매매업에서 더 이상 수익을 창출해지기 힘들자 대형사 중심으로 업무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히는 생존·발전 경쟁이 확산됐다.

◇ 새 수익원을 찾아라... 증권업의 외연 확대


메릴린치(Merrill Lynch), 살로만 브라더스(Salomon Brothers),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모간스탠리(Morgan Stanley) 등이 이런 분위기를 선도했다. MBS(주택저당증권), ABS(자산담보부채권), 정크본드, 파생상품, 스왑 및 프로그램 매매 등 새로운 금융상품을 통해 이윤을 본격 확대되기 시작했다. 위탁매매의 한계를 IB를 통해 보전한 정도가 아니라 이익의 규모를 더 크게 키웠다.

1965년 61%에 달하던 위탁매매업 비중은 수수료 관련 규제가 폐지된 1975년 50%로 줄더니 1991년엔 17%까지 감소했다.

메릴린치는 1977년 증권계좌와 일반계좌, 직불카드계좌를 통합 관리하는 CMA의 개발과 자산관리 부문 특화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골드만 삭스는 인수합병(M&A) 자문과 PI(직접투자)에서 선도적 자리를 차지하면서 1970년대의 어려움을 헤치고 1980년대 투자은행으로서 절정기를 맞을 수 있었다. 모간스탠리도 1970년대초 M&A와 LBO(leveraged buy out, 차입인수) 부문에 대한 전략적인 경쟁력 확보를 추진, 1980년대 후반 대규모 수익의 기반을 마련했다.

◇자신만의 특화된 전략이 필수

현재 IB 분야의 세계적 강자들은 100년 전후의 오랜 전통에 1970년대 극한 경쟁상황 당시에도 대형사들이었지만 성공을 이끈 전략은 달랐다. IB를 한다고 무조건 한방향으로 달려가는 현재 국내업체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메릴린치는 기관투자가나 기업고객만을 상대하는 다른 투자은행들에 비해 다양한 고객층을 상대해 현재의 입지를 구축했다. 골드만삭스는 브로커리지 인력을 반으로 감축하는 전략적 선택을 단행해 투자은행으로 생존했다. 환경 변화에 대한 철저한조사와 자사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한 후 내린 용단이었다.

JP모간은 M&A를 통한 대형화에 가장 성공한 케이스다. 서로 다른 장점을 지닌 회사를 통합하는 데 남다른 능력을 발휘했다. 반면 JP모간에서 1935년 분리돼 나온 모간스탠리는 최근 딘 위터(Dean Witter)와의 합병으로 인한 불협화음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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