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19일(14:3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정부는 다시 달러가 부족한 상태로 만드려는 건가"
늘어나는 단기 외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화 차입 규제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정부 관료의 발언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채권금리는 급등했고 5원 가까이 하락하던 환율은 상승 반전했다.
스왑과 외환, 채권 등 각 금융시장이 외채 증가로 나타나는 문제들을 조금씩 해소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온 정부의 언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19일 "단기 외채 증가에 대해 계속 신경을 쓰면서 지켜보고 있다"며 "그 대책에 대해서는 항상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3월초부터 15일까지 외국환은행의 단기 외화차입은 63억6000만달러로, 1월 20억8000만달러, 2월 43억3000만달러에 비해 급증했다. 단기 외채(채무)는 늘어나고 대외 장단기 채권은 줄어들면서 순채무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에 정부가 불안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또 단기 외채 증가로 인한 외환시장과 채권 시장 왜곡도 우려된 것이다. 9월 금융위기설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외국인들이 단기 외채를 끌여와 만기가 짧은 국채와 통화안정증권 등 국내 채권에 차익 거래 형식으로 투자했던 것이 올해 3분기중 약 100억달러의 만기가 돌아온다. 재투자자를 하지 않는 이상 이 돈이 다시 해외로 나가게 되면 시중금리의 폭등이 예상된다. 이 뿐 아니라 단기 외채의 급증으로 국가 신용등급에 발목을 잡고 있기도하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경제분석 팀장은 "외채 문제 해결되면 금리가 폭등할 수 있다"며 "현 정부의 진짜 숙제는 경제 성장이 아니고 단기 외채 해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이 문제들을 조금씩 해소해 나가고 있었다. 차익거래의 여건을 만들어주는 스왑베이시스(통화스왑CRS-이자율스왑IRS)는 안정세를 나타내면서 차익거래 기회를 줄여줬다. 단기 차입의 공격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단기 차입의 주요인인 수출업체들의 선물환 매도도 최근 환율 급등으로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
국가 신용도를 나타내주는, 그래서 차익거래의 기회 여지를 나타내주는 스왑 베이시스는 최근 크게 축소되고 있다. 작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달러 부족 사태로 300bp 이상 벌어졌던 1년 만기 스왑베이시스는 100bp 중후반대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시장 원리에 따라 재조정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외화 차입 규제가 다시 생기면 스왑베이시스는 다시 확대가 불가피하다.
정부 차입 규제 방안의 또 다른 문제는 외채 규모 증가라는 외형만 보고 있는 단편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이다. 조선업체들과 해외펀드 규모 확대로 인한 단기 외채 증가는 자산이 담보된 외채인데 그 성격에 대해서는 간과한 것이다. 이를 꿰뚫었던 전 정부 담당자의 시각과도 차이가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신제윤 국제업무정책관은 과거 국제금융시장 시절에 "자산이 담보가 된 외채는 문제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었다. 즉 외채 중에서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조선업체와 해외펀드로 인한 선물환 매도는 괜찮다는 것이다. 외채만큼 해외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전문가들은 일제히 정부의 행태를 비난하고 나섰다.
외국계은행 한 관계자는 "정부는 인위적으로 달러가 부족한 상황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외환보유고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자금을 빌리지 못하게 한다면 금융시장은 스왑베이시스가 늘어나는 등 외환위기 상황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외채 급증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대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석태 팀장도 "단기 외채 문제는 큰 걱정이기 하지만 정부의 규제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시장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 있는데 왜 정부가 다시 나서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설명했다.
현 상황에서 시의적절하지 않는 정부의 외채 규제 언급이 나오자 전문가들은 다시 달러 부족 사태를 만들어 환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술수(?)라고까지 비난했다. 수출 제고를 위해 고환율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환율이 다시 하락 전환하는 조짐을 보이자 외환시장 개입 용도였을 것이라는 해석을 한 것.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올 들어 경상적자를 기록하면서 단기외채 비중이 높은 아시아국가의 통화 약세가 뚜렷하다"며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이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가깝게는 은행들의 선물환매도 등 오버헤지(Hedge)가 눈에 띄었을 것"이라며 "금리나 환율 상승, 통화스왑금리(CRS)하락이나 중기물 약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시장 상황을 감안해서인지 최종구 국장도 "단기 외채 규제 방안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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