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패션·유통 M&A행보 계속"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 2008.05.19 13:32

박성수회장, 임직원들에 홈에버 매각입장 밝혀…비정규직사태 사과안해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홈에버 매각에 대한 입장을 밝힌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랜드그룹이 홈에버를 홈플러스에 매각키로 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박 회장은 지난 15일 '사랑하는 우리 임직원들에게'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발송, 홈에버 매각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세계 1위 기업이 되고자 하는 꿈이 있고 중국 유통에서 1위가 되면 이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며 "이것을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 2년전 까르푸 인수였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드림팀이 파견돼 최선의 수고를 다하였지만 예상했던 결과를 얻지 못해 지금으로서는 매각이라는 의사결정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게 됐다"며 "지금 우리의 입장에서는 패션과 유통에서의 다른 M&A와 세계화에 유용한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유통에 대한 계획은 변경되지 않았다"며 "가까운 시일내에 홈에버에서 얻은 이 경험과 지식이 중국에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까르푸 매입시보다 좋은 조건으로 매각할 수 있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홈에버 직원들과 이별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토로했다.

박회장은 1980년 이화여대앞 2평 남짓한 작은 옷가게로 출발, 2003년 의류업체 데코, 2004년 유통업체 뉴코아, 2006년 까르푸 등 굵직한 인수 합병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이랜드그룹을 성장시켰다.

하지만 무리한 차입을 통한 까르푸 인수로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켰고 비정규직법 시행 과정에서 노조와 극심한 대립을 자처, 경영정상화에 어려움을 겪는 등 까르푸 인수 후 박성수 리더십은 줄곧 시험대에 올랐었다.

박회장은 "이번 매각으로 우리 회사의 크기와 위상이 줄지 않을 것이다. 올 하반기에는 더 크게 발전된 우리 그룹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임직원들에게 올해 각자 주어진 '속도', '측정', '6Q', '아메바경영'에 매진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박회장은 비정규직사태로 수많은 홈에버 직원들이 오랜 기간동안 고초를 겪은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다음은 이메일 전문.


사랑하는 우리 임직원들에게

어제 갑작스런 홈에버 매각 발표를 듣고 매우 놀랐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과 충분히 상의한 뒤에 결정했어야 하는 그룹 전체의 중요한 문제였지만 매각시까지 비밀을 지켜야하는 어려움 때문에 미리 의논하거나 알려드리지 못한 점 여러분 모두의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여러분들이 궁금해하실 부분들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장차 세계 1위의 기업이 되고자하는 꿈이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 유통에서 1위가 되면 이 꿈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을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 2년전 까르푸 인수였습니다. 그래서 드림팀이 파견되어 최선의 수고를 다하였지만 예상했던 결과를 얻지 못해 지금으로서는 매각이라는 의사결정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기업이나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원분배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우리의 강점이 가장 크게 발휘되고 투자대비 효과가 큰쪽을 선택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입장에서는 패션과 유통에서의 다른 M&A와 세계화에 유용한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원래 까르푸 매입시보다 좋은 조건으로 매각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해서 할인점 운영에 대한 지식의 상당부분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중국 유통에 대한 계획은 변경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내에 홈에버에서 얻은 이 경험과 지식은 중국에서 사용될 것입니다.

이번 매각으로 우리 회사의 크기와 위상이 줄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올초부터 미리 여러 국내의 M&A 대상 회사들과 접촉해왔고 해외의 큰 회사들로 후보로 놓고 검토중입니다.

이번에 회수된 자원은 새로 투하되는 곳에서 훨씬 큰 효과를 내게 될 것입니다. 전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어떤 일부 전투는 양보할 필요도 있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해 M&A 대상 회사들의 가격이 전보다 낮아져 유리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아쉬운 것 중의 하나는 홈에버 직원들과의 이별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다수의 직원들은 열심을 다했고 우리와 깊은 정이 들었는데 무척 서운합니다. 하지만 좋은 경쟁력 있는 회사에 매각이 되었고 홈플러스도 홈에버 직원들에게 우리 이상의 대우를 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위로가 됩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좁은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시 다른 형태로 만날 날이 있을 겁입니다. 그동안 홈에버 직원들을 이끌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던 우리 드림팀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분들은 우리에게 없던 지식을 갖게 되었기에 다시 여러 곳에서, 특히 중국 유통에서 도전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가 무엇이 부족한지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다시 잘 준비한다면 다음 기회에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올 하반기에는 지금과 매우 다른 모습의 더 크게 발전된 우리 그룹의 모습을 보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것을 위해 올해 각자 주어진 '속도', '측정', '6Q', '아메바경영'에 매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기대대로 그룹을 잘 이끌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회장 박성수 드림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4. 4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
  5. 5 "남기면 아깝잖아" 사과·배 갈아서 벌컥벌컥…건강에 오히려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