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B 키울 인프라 구축하자"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8.05.20 12:55

[자본시장을 숨쉬게 하자]<1부.끝>④글로벌 IB 꿈인가

"대형 증권사는 물론 중소형 증권사까지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현실성이 있는 것인가. 입으로만 외치는 공염불 아닌가. 글로벌 IB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자금, 인력, 인프라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금융회사는 거의 없다. 글로벌 IB, 그것은 한국 땅에서 아직까지 요원한 꿈일 뿐이다."(대형 A증권사 대표이사)

민간 금융회사는 물론 정부, 금융당국이 나서 글로벌 IB 육성을 한국 자본·금융시장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겉으로는 "그러면 좋지…"하면서도 속내를 물어보면 "글쎄,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겠어"라고 한다.

대형 B증권사 임원은 "솔직히 한국에서 글로벌 IB가 나오려면 적어도 5~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글로벌 IB'라는 단어가 이미지 관리를 위한 구호처럼 쓰이고 있고, 유행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듯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글로벌 IB의 출현을 가능하게 할 방법은, 그것도 이를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글로벌 IB의 출현은 제대로 된 금융·자본 인프라를 토양으로 삼아야 가능하다"며 "금융회사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IB "선언만으론 불가능"=국내 IB는 글로벌 IB에 비해 크게 뒤져 있다. 글로벌 IB 등장을 위해서는 △자금 △인력 △인프라 등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글로벌 IB 수준으로 키울 수 있는 금융회사는 사실 그다지 많지 않다.

국내 증권사들은 주식중개(브로커리지) 업무를 위주로 사업을 전개해 왔고, 여전히 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트레이딩, 자기자본투자(PI)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IB와 사업구조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총자산규모는 글로벌 3대 IB(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메릴린치)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 3대 IB의 평균 자기자본 규모는 2006년말 기준으로 34조원이 넘는다. 이에 비해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우증권의 평균 자기자본은 같은 시점 2조원 수준이다. 비록 지난해부터 자기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글로벌 IB는 '규모 및 범위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덩치를 키워 사용가능한 실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하고 PI,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회사채 인수, 파생상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최대한 넓혀야 한다.


◇"규제를 풀어달라"=증권업계는 M&A 활성화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유인책을 요구하고 있다. 증권사 사이에 M&A가 이뤄질 때 인수요건을 완화하고 한시적으로 예비인허가를 생략하는 등 증권사간 합병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수자의 출자금액 조달에 대한 규제도 완화해 줄 것으로 바라고 있다.

합병차익에 대한 과세이연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고 업계는 말한다. 현행 법인세법은 피합병법인 지분 95% 이상을 취득해야 합병차익 과세이연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인수자에 과도한 부담이라는 주장이다.

증권업계는 또 글로벌 펀드시대를 맞이해 헤지펀드의 설립, 사모펀드의 지분취득비율 제한 등 투자에 대한 규제를 적극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과정에서 나타났듯 국내 IB에 대한 '편견'과 '홀대'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IB가 다양한 사업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정부 관련 사업의 참여기회를 늘려달라는 요구다.

인력 문제는 국내 IB들이 당면한 최대 난제다. IB 업무는 전문 인력의 창의적인 사고와 발생가능한 각종 리스크에 대한 통찰력이 요구되는 부문이다. 글로벌 수준의 능력을 갖춘 IB 인력을 육성하는 작업은 오랜 투자를 통해 가능하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금융지주회사법과 별개로 '투자은행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마련돼 은행 중심의 산업구조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은 '은행지주회사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이를 한단계 '진화'시켜 자본시장통합법 시대에 걸맞게 투자은행지주회사 제도 등을 신규 도입해야 한다고 증권업계는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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