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달러 이상 고유가가 필요한 이유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5.17 13:51

대체에너지 개발 및 원유의존도 줄여

유가가 배럴당 128달러에 육박하면서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원유 의존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유가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유가가 수요와 공급이라는 펀더멘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거센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원유 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완전히 붕괴됐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고유가 상황을 견디다 못한 미국은 16일(현지시간) 유가 안정을 위해 전략유 구매와 비축 중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동안 유가 급등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에 큰 수혜를 입었다. 투기세력 역시 유가를 끌어올린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고유가가 현상황을 타개할 계기를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유정 개발과 대체에너지에 투자하고 원유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유가가 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런 고통스런 과정을 겪어야지만 원유 의존도를 줄일 계기가 마련된다는 지적이다.

보스턴 대학교 에너지환경연구센터 로버트 카우프만 소장은 "원유 시장은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야만 한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면서 "사회는 그동안 이러한 신호를 무시해오다 위기 순간에 이를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카우프만 소장은 '피크 오일' 신봉자는 아니지만, 전세계 에너지 시장이 위기에 처했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피크 오일 이론에 따르면 가까운 시기 원유생산은 최고점에 도달한 뒤 급감하게 된다. 이로 인해 유가는 200달러 시대를 열게 된다. 세계 경제는 대공황에 가까운 침체를 맞고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업이 큰 타격을 입어 수십억명이 굶어죽는 대규모 기아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카우프만은 미국, 북해, 러시아 등에서 새로 생산되는 원유가 원유 소비 증가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고 있지만 글로벌 원유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생산량을 늘릴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피크 오일'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원유 200달러 시대와 비슷한 주장을 내놓으며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골드만삭스는 원유 공급 문제로 유가는 향후 6~24개월내에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는 '수퍼 스파이크'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리소시스 펀드의 브라이언 힉스 펀드매니저는 "원유는 유한한 자원"이라며 "원유는 모든 사람이 행복할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유가 급등이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누구나 유가가 오를 것이라고 믿는 상황에서 투기가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배럴당 120달러 고유가는 원유 수요를 제한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또 석유회사들이 채산성이 없어 포기했던 새로운 유정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 대체 에너지 투자도 봇물을 이루기 시작했다.

오펜하이머의 에너지 애널리스트인 파델 게이트는 "시장이 제정신이 아니다"면서 "일부에서는 게임을 했고, 그 결과 우리가 그 피해를 톡톡히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가 급등은 선진국 수요를 줄이고 새로운 대체 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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