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자릿 수 유가 역사속으로…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8.05.17 14:13

유가 100달러는 최저 기준…WTI, 장중 한때 128달러 육박

유가가 100달러에 못미치던 시대는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마켓워치는 16일(현지시간) 100달러가 유가의 최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가는 올해 첫 뉴욕상업거래소(NYMEX) 선물거래에서 처음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은 뒤 고공행진을 지속해왔다. 최근에는 중국 쓰촨(西川)성 대지진으로 국제 유가 시장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진 상태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16일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장중 한때 128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원유공급이 수요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급불안정과 달러 약세가 현재 유가를 끌어올리는 주요원인으로 꼽고 있다.

최근 중국 쓰촨성에서 발생한 대지진도 유가를 끌어올릴 악재로 예상되고 있다. 쓰촨성은 중국 서부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이 매설돼 있는데다 대형 천연가스 광구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현재 유가에는 거품이 많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페리메니지먼트의 찰스 페리 회장은 "현재 유가에서 20달러 가량은 투기세력에 의해 부풀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도 유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했을 때가 있었다"며 "그러나 그 상승폭은 10달러를 넘지 않았는데 최근 유가급등은 며칠 사이 20달러를 훌쩍 뛰었다"고 설명했다.

페리 회장은 그러나 "유가가 다시 100달러 미만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과거 유가시장에서 심리적 저항선였던 100달러가 이제는 유가 최저가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토마스 하트만 알타비스타 월드와이드 트레이딩 애널리스트도 "유가 최저가는 90달러~100달러 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분석을 거들었다.

하트만은 "유가가 '값싸던 시절'로 회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 달러화 반등 힘들 것

수년간 지속되온 달러화약세 현상은 현재 유가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세계 원유거래가 대부분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일 경우 유가가 상대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페리 회장은 "FRB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달러화 약세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달러는 미국의 각종 경기지표가 살아나는데다 FRB가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강세로 돌아설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회복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외환 전문가들은 달러의 반등 추세가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경제가 주택 시장 부진에 따라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4월 제조업 경기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4월 소매판매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주택 시장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물론 실업률도 상승 추세에 있다.

소시에떼제네랄의 필리스 파파다비드 외환 투자전략가는 "최근 달러 강세 추세는 턴어라운드라고 보기 힘들다"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달러 강세는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 중국 쓰촨성 지진, 유가급등에 불 지른 셈

쓰촨성은 중국 서부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이 매설되어 있는 지역이다. 아직까지는 원유 수송 파이프라인의 손실여부가 파악되지 않았다.

하트만 애널리스트는 "만약 수송시설이 타격을 입었다면 중국 정부는 석유부족액을 매우기 위해 단기적으로 원유수입량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지난해 일일 원유 소비량 693만배럴 중 45%에 해당하는 319만배럴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WTRG이코노믹스의 제임스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원유수입으로 치솟은 유가가 이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중국의 원유 수입량 증가로 유가가 급등하게 되고 이는 중국의 원유수급 차질로 이어지면서 쓰촨성 복구기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복구작업에는 많은 에너지자원이 필요한데 복구작업이 길어지면 당연히 유가상승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또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발전용 경유 구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중국 대지진은 한동안 유가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남아있는 악재

원유부국 나이지리아의 정국 불안, 매해 여름마다 대서양 인근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 이라크 원유 파이프라인에 대한 테러리스트들의 쉼없는 공격 등이 유가를 끌어올릴 추가 악재로 예상된다.

또 OPEC이 원유증산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유가상승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전날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을 방문한 부시 미 대통령의 강력한 석유 증산 요구에 마지못해 30만배럴을 증산하기로 한 것이 전부다.

월스트리트 액세스의 애널리스트 버나드 피치는 "30만배럴의 증산은 '성의표시'에 그치는 분량이며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사우디가 100만배럴 이상은 증산해야 유가하락에 기여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현재 원유 일일 수요는 8700만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OPEC을 제외한 석유수출국들의 생산량은 하루 5200만배럴로 묶여 있다. 나머지 3500만배럴을 OPEC에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인데 OPEC 가입국들은 자국 이익을 위해 증산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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