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촛불' 배씨 "에이즈 각오하고 계속할것"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08.05.16 20:54
↑배씨의 미니홈피 사진

배성용(28)씨의 목소리는 가늘었지만 강했다.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미국산쇠고기 수입 반대 단식농성을 하다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던 배씨는 16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몸이 회복 되는대로 다시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씨는 이날 오전 병원에서 나와 집에서 쉬고 있다. 몸 상태는 "밖에 걸어 다니기에는 무리다"고 전했다.

그는 "단식을 또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다 말릴 것"이라며 "앞으로 인터넷 카페 활동이나 오프라인 집회 참여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씨는 다음 카페 '안티 이명박'의 '평'회원이다.

그는 단식을 시작할 때 어떤 정치적 배후가 있다는 의심을 받을까 봐 가장 고민했다. 그래서 어떤 정당에도 알리지 않고 심지어 카페 운영진에게 조차 말하지 않았다.

그는 쇠고기 파동의 '배후설', '선동론'에 대해 "만약에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벌써 보름도 넘었는데 이처럼 활동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병원에 실려간 배씨(다음 카페 '안티 이명박')

그렇다면 무엇이 배씨를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이끌었을까. 그는 "무엇보다 외국에선 동물사료로도 안 쓰는 것을 사람에게 먹인다는 것에 가장 분노했다. 이는 쓰레기를 돈 주고 수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탈진해 쓰러졌던 배씨가 이때만큼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조심스레 사생활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한국 디지털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이다. 28살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1학년이다.

"음반회사에서 데이터베이스 관리하는 일을 하다가 원래 하고 싶었던 프로그래밍 공부를 위해 대학에 뒤늦게 들어갔다"고 밝힌 그는 "학교 중간고사가 끝난 4월 마지막 주부터 본격적인 카페 활동도 시작했다"고 했다.


그를 잠시 망설이게 했던 점은 무리를 하다가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그는 HIV 보균자다. "2005년쯤 열이 나고 많이 아파서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며 "그래도 일찍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했다.

사실 처음에는 이를 공개할까 많이 망설였단다. 아직 우리 사회는 이들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그러나 그는 단식이 길어지면 주목을 받을 수도 있고 그 때 누군가 HIV보균 사실을 빌미로 공격 해올까 봐 "어차피 문제될 거면 미리 밝히자고 결심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쇠고기 문제에 호응하고 있는데 내 HIV보균 사실을 왜곡해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네티즌들의 선의를 믿는다"고 밝혔다.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에이즈'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배씨는 "발병이 되더라도 약을 꼬박꼬박 먹으면 문제 없다. 다만 약이 독해 부작용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활동은 무조건 계속 할 것이란다. "나의 신념에 따라 움직여 갈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네티즌들에게는 "너무 감사 드린다"며 "나도 몸 추스르고 나면 다시 현장에 나갈 것이다. 우리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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