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외인이 팔때까지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5.16 17:55

CRIC 사이클에서 현재 단계는 어디인가

코스피지수가 이틀 연속 연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현·선물 동시 순매수를 펼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상승폭은 미미했다. 전날 상승률(2.28%)의 1/10도 못되는 0.17% 상승에 그쳤다. 장후반 -0.16%까지 떨어졌던 것을 삼성전자가 낙폭을 만회하면서 장마감 직전 겨우 상승세로 돌려 놓은 정도였다. 장중 고점도 1899.57에 그치며 1900선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날 시장에 대한 평가는 둘로 나뉜다. 장세를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단기 급등과 레벨부담에도 불구하고 상승세가 유지된 데 점수를 준다.
최대 매물벽인 1850∼1900 영역을 가뿐히 소화해냈기 때문에 향후 발길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장점도 부여된다.

반면 현재까지의 주가 상승이 베어마켓 랠리의 연장선에 불과하다고 보는 쪽에서는 이날의 미약한 상승세가 기력 쇠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어한다.
외국인이 4000억원 넘게 주식을 순매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익실현 매물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의심하는 편이다.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7조20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사상최고치(7조3020억원)에 육박하는 부담이 다시 생겼기 때문에 지난 주말(9일)과 같은 대규모 매도차익거래 출현시 주가 하락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한다.

삼성전자, LG전자가 밀리면서 전날 사상최고치를 돌파했던 전기전자 업종이 나흘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점도 주도업종 상실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올 상승폭이 부담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IT전자와 자동차를 빼놓고 대세 상승을 논할 수 없기 때문에 주도주의 위상은 여전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주도주가 먼저 길을 닦은 뒤 레벨부담으로 잠시 쉬어가는 틈을 타 다른 업종이 키맞추기 상승세를 펼치는 것이 현재의 선순환 구도라는 관점에서는 이날처럼 철강금속, 조선, 해운 같은 추격업종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 건전한 장세가 된다.

유동성이 풍족한 현재 지수를 추종해야만 하는 주식운용자의 입장에서는 주도주가 쉼없이 달리지말고 매수기회를 제공하는 하락장이 틈틈이 나와줘야만 고민이 덜어질 수 있다.

지수 전망에 있어서는 외국인에게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다. 외국인이 이번주처럼 주식 순매수 공세를 펼친다면 레벨부담을 거론하는 게 의미가 없다.
펀드로의 자금 유출입이나 프로그램 매매동향, 그리고 연기금 등 기관의 플레이 같은 내부적인 수급변수는 독립변수도 아니고 특별하지도 않다.

4월까지 11개월간 월간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다가 이달들어 순매수로 돌아선 외국인이 앞으로도 작심하고 현·선물 매수공세를 펼친다면 사상최고치 경신도 먼 얘기가 아닐 수 있다.


특히 외인의 선물 매매는 베이시스와 프로그램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보다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날 외국인이 전날보다 1000억원 가까이 더 늘어난 4116억원의 주식현물을 순매도했어도 지수선물 순매수가 생색에 그치면서 지수 상승폭이 극히 미진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결국 외국인이 또 다시 공격적인 주식 순매도로 입장을 돌려야만 주가 상승세가 종료될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길이 없다.
언제 어떤 변수가 돌출하면서 외국인이 매도로 전환하고 주가를 끌어내릴 지 알 수 없지만 서브프라임 사태같은 글로벌 악재가 다시 터져나오는 때가 증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점은 감히 얘기할 수 있는 일이다.

위기(Crisis)가 닥치면 개혁(Reform)을 하고 상황이 다소 개선(Improvement)되면 다시 자만(Complacency)에 빠지는 CRIC 사이클을 적용해보면 연최고치를 넘은 현재 상황이 최소한 '개선'단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주가가 올해 낙폭을 모두 만회했고 사상최고치(2085)까지 200포인트도 남지 않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펀더멘털이 실질적으로 개선된 것은 아니다.
미 연준리(FRB)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무한대로 풀었을 뿐 아니라 채권보증까지 하면서 끌어올린 주가다.

경기 둔화, 인플레 압력, 소비 약화 등 근본적인 문제가 치유되기는 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고점대비 2/3 이상이나 박살나기도 했던 미국 금융주가 아무리 자본을 확충해도 낙폭 만회보다는 재차 하락하지만 않으면 다행이라는 진단을 부인할만한 희망은 없다.
반토막난 중국 증시 또한 섣부른 바닥인식을 무너뜨리고 베트남 증시 꼴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러시아, 캐나다, 브라질처럼 사상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는 증시도 있다. LG전자, 한국가스공사, 동양제철화학, 삼성전자, KT&G (107,100원 ▲400 +0.37%) 등 코스피 시장에서도 사상최고치 경신에 합세하는 종목이 계속 나올 수 있다.

국가별, 종목별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데 언제까지 디커플링 구도가 유지될 수는 없는 일이다. 펀더멘털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못하면 '자만'에서 '위기' 단계로 국면이 바뀔 수 있다.

시총 비중의 30%까지 보유비중을 축소한 외국인이 줄였던 보유비중을 늘릴 것인지 아니면 더 낮출 것인지에 따라 코스피지수와 CRIC사이클의 현주소가 결정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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