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수열전]두산 "관록과 전략으로 승부"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8.05.21 15:46

[③-1] "중공업 포트폴리오 완성 등 시너지 극대화"

2004년 10월27일.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의 승자가 가려졌다. 인수자는 두산그룹. 치열한 경쟁 끝에 효성과 팬택 컨소시움을 제쳤다.

눈길을 끈 것은 두산이 적어낸 인수 가격이었다. 두산의 입찰 가격은 1조8000억원. 팬택이 써낸 8000억원 보다는 1조원 이상, 다른 경쟁자인 효성 보다는 5000억원 이상 높았다. 주당 가격은 2만2000원 선으로 당시 시가 8894원(입찰전 한달 평균 주가)의 2.5배에 달했다.

너무 비싸게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인수 주체가 될 두산중공업 주가도 발표 당일 크게 하락했다.

3년7개월이 지난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주가는 3만7000원대다. 입찰 당시 주가의 4배를 넘는다. 그리고 중공업그룹으로 거듭난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았다.


두산그룹의 인수합병(M&A)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두산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유력후보로 꼽히는 것도 이런 M&A 노하우에 상당부분 근거하고 있다.

두산은 수많은 야전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습득했다. 지난 2001년 이후 굵직한 기업 인수에 나서 성공한 케이스만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미국의 밥켓 등 10건에 달한다.

대우조선 인수전에 나서는 두산의 전략은 간단하다. '향후 미래가치 분석을 통한 적정가치(fair value) 산정'이다.

적정 가치 산정이 M&A의 핵심이고 이 부분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남들이 보지 못하거나 계량화하지 못하는 기업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공격적인 베팅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가치와 별개로 높은 가격에 베팅을 하는 '머니게임'과는 다르다. 정확한 기업 가치에 근거한 베팅이라야 인수 후 '승자의 재앙'을 피할 수 있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때 지나치게 인수 가격이 높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현재 가치는 4배 이상 커졌다"며 "두산이 대우종합기계의 가치를 가장 정확하게 봤던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된 인수.합병 후 양자 간 통합 전략(PMI. post merger integration) 및 턴어라운드 능력도 두산의 강점이다. 다양한 PMI 경험을 바탕으로 두산의 경영 기술을 접목해 빠른 시간 내에 기업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췄다고 자신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같은 옛 대우그룹의 계열사였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문화와 경영 방식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이후 협력적인 노사 관계를 정립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도 빠른 시간내에 글로벌 기업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두산의 그룹 경쟁력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중공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된다.

중대형 건설장비 등 기계(두산인프라코어), 소형 건설장비(밥켓), 담수 발전(두산중공업), 엔진(두산엔진), 건설(두산건설)에 조선까지 붙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게 두산의 계산이다. 세계적인 중공업그룹인 현대중공업 못지 않은 외형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엔진이 선박용 엔진 생산하고 있고, 두산중공업의 육상 플랜트 기술과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 기술의 결합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엔진은 전체 선박 건조 원가의 1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두산엔진은 현대중공업에 이어 이 분야 세계 2위다.

자산 8조원대의 대우조선을 합칠 경우 자산규모가 25조원대로 늘어나 재계 위상도 크게 높아지게 된다. 본격적인 글로벌 중공업그룹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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