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대출금리 상한 설정?...달라졌네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 2008.05.27 08:37

[머니위크 커버스토리]금융상품의 진화

금융상품의 진화가 빨라지고 있다. 고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파생금융상품과 연계된 대출도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자율 변동의 상한이나 하한을 둔 대출상품들이다. 하나은행의 '이자안전지대론', 우리은행의 '금리안심 파워론', 외환은행의 '이자안심 모기지론', 농협의 '금리안심론' 등이다.

이들 상품은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이지만 고객이 금리의 상한선을 설정할 수 있어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헤지를 하기위한 비용을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는 단점은 감내해야 한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기존 대출상품과 달리 금리 파생상품과 연계됐다는 점이다. 고객이 대출한 규모에 따른 이자율 콜옵션을 은행이 매입하거나 매도해 금리변동 리스크를 헤지한다는 것.

전통적인 방식의 대출상품이 은행측의 제반 비용 및 리스크값 등을 반영해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에 가산금리만을 더하는 방식인 것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기존 대출상품은 보통 은행의 상품개발파트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데 그쳤지만 새로운 방식의 상품들은 파생상품관련부서 등 다른 부서와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상품개발 참여인원이 광범위해졌다

새로운 대출상품이 파생상품과 결합하면서 개발에 참여하는 인원이나 부서가 광범위해졌다. 새로운 상품에 대한 전산개발이나 부서간 협력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개발기간도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정도 소요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과정이 처음이어서 개발기간이 길었지만 앞으로 다른 상품의 협력개발에는 기간을 좀더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금리안심론을 내놓은 농협의 경우 상품개발부와 농협IB센터가 함께 참여했다.
이복견 농협 상품개발부 차장은 "그동안 출시한 상품들은 부서 자체 내에서 개발해온 것"이라며 "그러나 금리안심론은 금리파생상품과 연계해야 하는 것이어서 IB센터와 함께 개발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김종희 농협IB센터 파생상품팀 차장은 "이번 상품에 대해서는 상품개발부와 처음으로 협력해 진행한 것"이라며 "이번에는 이자율 옵션과 연계한 상품이었지만 앞으로는 이자율 스와프 연계 등 다른 상품 개발도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희 차장은 또 "완전히 새로운 상품이어서 전산쪽과 연계해 전산시스템을 갖추고 테스트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출시하기까지 5~6개월이 소요됐다"고 말해 쉽지 않은 과정이었음을 짐작케 했다.

금리에 상한을 둔 대출상품을 제일 먼저 내놓았던 하나은행의 경우에도 폭넓은 부서간 협력이 있었다. 이후 다른 은행에서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전호영 하나은행 상품개발부 과장은 "예전에 없었던 거래여서 시스템에 내용을 담는 문제, 고객의 이자상환보다 먼저 일어나는 옵션구입비용의 회계상 처리문제나 비용마련문제, 영업점보상문제 등 각 부서간 협의가 완료돼야 하는 이슈들이 많이 있었다"며 "하지만 각 부문에서 한발짝씩 양보하면서 문제가 하나씩 해결되는 과정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호영 과장은 또 "처음에는 현재 우리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방식의 금리상한 모기지론을 2006년 출시했다가 지난해 5월 이 상품을 보완해 지금의 이자안전지대론을 내놓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이 일어나면 콜옵션을 산다

이들 대출이 기존 대출과 다른 점은 콜옵션을 은행이 별도로 산다는 점이다. 기존 방식은 고객에게 대출을 해준 후 매달 들어오는 이자만 꼬박꼬박 받으면 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현재의 CD 91일물 유통수익률이 5.36%라고 가정하면 은행은 고객에게 대출을 해 준 후 행사가격이 5.36%인 3년 또는 5년만기 이자율 콜옵션을 매입한다. 이때 콜옵션 매입비용이 발생한다.

향후 CD금리가 6.36%까지 올랐다면 해당 콜옵션을 행사해 1%포인트 만큼의 차익을 실현한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금리상승에 대한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게 된다.

보통 이같은 이자율 옵션의 매매는 은행간 장외거래를 통해 이뤄진다.

여기서 은행입장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 대출이 일어난 후 다음 영업일에는 모든 영업점의 해당 대출을 집계해 필요한 만큼의 옵션을 매입해야 하는데 이때 매입비용이 발생한다는 것. 고객이 이자를 지불하기까지는 적어도 한달 이상이 지나야 하기 때문에 시차가 생기게 된다. 이 때문에 파생상품과 엮인 금융상품은 수수료가 높아진다는 것이 은행의 설명이다.

즉 고객의 입장에서는 대출을 받으면서 그 만큼의 이자율 콜옵션을 매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호영 과장은 "고객이 기존 상품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 대해 상품적 설명을 어떻게 하면 고객이 더 쉽게 납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숙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품마다 특성 달라

하나은행의 '이자안전지대론'은 이자율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모두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CD 금리가 올라도 최장 5년까지는 처음 대출을 받았을 때의 금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시장 금리가 떨어지면 최대 1%포인트까지 대출 금리가 떨어진다. 지난해 5월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판매했다.

올 5월 선보인 농협의 '금리안심론'은 금리의 상한선만 있고 하한선이 없는 상품이다. 대출 약정 시 금리상한선을 정하고 향후 시장금리가 금리상한선 이상으로 오르더라도 이에 연동된 대출금리를 적용하지 않고 최초에 결정된 상한금리로 금리변동을 제한한다. 반대로 CD 금리가 떨어지면 하락폭만큼 대출금리는 인하된다.

우리은행의 '금리안심파워론'은 올 4월말 출시했다. 고객이 대출할 때 0%포인트와 0.5%포인트, 1.0%포인트, 1.5%포인트 등 4개의 금리상한폭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반면 CD금리가 떨어지면 대출금리도 동반 하락한다.

외환은행은 올 1월 '예스 이자안심 모기지론'을 내놓았다. 금리상한 보장기간(1, 3, 5년)에 따라 대출 금리에 0.45~0.61%포인트씩 가산 금리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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