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합의'..MB정부 통상정책 시험대

브뤼셀(벨기에)=송선옥 기자 | 2008.05.16 18:07

"연내타결 합의" 자동차 등 핵심쟁점 논의안돼

-MB정부·이혜민 수석대표 교체 후 첫 FTA
-자동차 기술표준·상품양허 등 핵심쟁점 이견 여전
-장관회담 6월중 개최.. "착륙지점은 분명해 졌다"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15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7차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연내 타결 합의'라는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번 협상은 새정부의 첫번째 FTA 협상인데다 그동안 한·EU FTA의 선봉장이었던 김한수 수석대표를 이혜민 수석대표로 교체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아왔다.

협상 도중 협상대표를 바꾸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미FTA 타결의 주역 중 하나인 이 수석대표를 전면 배치했다. 이는 지지부진하던 한·EU FTA의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양측이 이번 7차 협상에서 FTA 연내 타결 원칙에 합의하는 성과를 올린 것도 이같은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협상단은 원산지와 지리적표시(GI)에 대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동차 기술표준, 상품양허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손을 대지 못한 상태여서 진짜 협상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혜민 한·EU FTA 한국측 수석대표(왼쪽)와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수석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양측인 이번 7차협상에서 한·EU FTA의 연내타결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주요쟁점 논의조차 못돼=이번 한EU FTA 7차협상에서는 주요쟁점 논의가 아예 배제됐다. EU 입장에서도 한미 FTA 비준이 늦어지고 있는 한국에 대해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혜민 대표는 7차협상 폐막식후 가진 브리핑에서 "자동차 부분에 있어 7년 자동차 관세철폐기간은 어떠한 경우에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협상 연내타결 합의는 밝혔지만 핵심쟁점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후 협상이 어떻게 타결될지는 모르지만 핵심쟁점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을 천명한 것.

이 대표는 "실무적인 차원에서의 협상의 거의 마무리 됐으며 이제 '정치적 합의'가 남았다"고 말했다. 양측은 장관회담을 6월중 개최하고 이에 따라 수석대표 회담 등을 개최, 연내 타결을 위해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수석대표는 "핵심쟁점에 대해 이견이 여전하지만 이번 협상을 통해 어떻게 타결을 이룰지 착륙지점(랜딩존)은 분명해졌다"며 "착륙할지 안할지는 앞으로 협의결과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새정부 첫번째 FTA협상=일반적으로 세계각국의 시장개방 노력과 지역무역협정(RTA) 확산으로 상품과 서비스 시장의 무역장벽이 낮아지고 있어 실제로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통상정책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새정부가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꼽혔던 한·미 FTA 비준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문제와 맞물리면서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EU FTA가 연내타결 합의라는 실마리를 잡기는 했지만 핵심쟁점에 대한 논의가 이제부터 시작이다.

또 미국산 쇠고기 수입논란으로 FTA에 대한 국민여론이 '예전'과 같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한·EU FTA도 여론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대통령' 정부로서는 만만치 않은 첫번째 통상정책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