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목적' 세운 뒤 '상품' 고르셔야죠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 2008.05.27 08:35

[머니위크 커버스토리]금융상품 홍수시대, 올바른 선택법

#1. 최근 펀드 투자에 재미를 붙인 회사원 이모(40) 씨는 온라인 펀드몰을 통해 다수의 펀드 상품에 가입했다. 온라인 펀드는 오프라인보다 수수료가 싸고,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만 있으면 편리하게 접속해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는 이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모범생답게 펀드 투자의 원칙도 고수했다. 바로 분산 투자. 더욱이 각종 펀드 서적과 언론의 보도에도 귀기울이며 향후 유망 펀드를 물색해 펀드 포트폴리오에 하나씩 추가해나갔다.

그러나 이씨는 얼마전 재무설계를 받고 '투자방식의 오류'를 깨달았다. 무조건 분산 투자하고 좋다는 펀드는 하나씩 신청하다보니 가입 펀드 수가 무려 16개. 지나친 분산으로 관리가 어려운데다 상당수는 성격이 겹치는 중복 투자였기 때문이다.

#2. 주부 정모(34) 씨는 며칠 전 은행에 갔다가 덜컥 펀드에 가입했다. 원래는 다섯살 딸 아이를 위해 적금 통장을 하나 만들 생각이었지만 "펀드가 수익률이 좋다"는 은행 직원의 추천에 마음이 바뀌어 펀드에 가입한 것이다.

정씨는 "펀드는 장기 투자하면 수익률이 좋다고 하니까 가입했는데 혹 원금 손실이 나는 것은 아닌지 내심 불안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이는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전형적인 '묻지마 투자'의 유형이다. 정씨가 이 펀드로 향후 큰 수익을 얻게될지 손실을 입을지는 알수 없지만 투자 목적이나 재정 상황에 대한 검토는 뒷전으로 한 채 '수익률' 유혹에 즉석 충동 구매를 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금융공화국의 시대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들이 연일 쏟아내는 현란한 캠페인과 이벤트 광고가 TV와 신문, 온라인상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인기 연예인의 재테크 비법 서적이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는 게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게다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업종간 장벽이 무너지고 다수의 금융회사들이 새롭게 설립될 예정. 이에 금융시장은 무한 경쟁으로 돌입할 태세다. 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금융회사들의 춘추전국 시대에 마냥 환호할 수만은 없다.

신종 투자기법과 신상품이 홍수를 이루니 선택의 혼란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특정 상품만 판매하던 곳에서 '백화점식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정확한 상품 정보를 주지 않고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불완전판매'와 과장광고 등의 문제도 속속 불거지고 있다.

올바른 금융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투자IQ를 높여야 현명한 자산관리를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춘추전국' 증권사, 수수료 VS 서비스 우선 사항은

'무조건 최저가를 고집할 것인가? 최상의 서비스를 추구할 것인가?'

최근 IBK투자ㆍSC제일투자증권 등 8개사가 증권업 예비허가를 받았다. 국내 증권사가 기존 54곳에서 62곳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한 증권업계의 경쟁 격화도 불가피해졌다.

이같은 근래 증권업계의 불꽃 튀는 경쟁의 화두는 '수수료'. 특히 '수수료= 경쟁력'을 내세웠던 온라인 증권사나 중소형 증권사뿐 아니라 대형 증권사들까지 앞다퉈 수수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업계 최저 수수료율은 하나대투증권과 동양종금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적용하고 있는 0.015%. 현대증권은 주식 및 선물ㆍ옵션의 온ㆍ오프라인 거래 수수료를 낮췄다. 수수료 인하폭은 주식매매 기준으로 0.0018%포인트. 1억원 거래 시 1868원의 절감효과가 있다.

대우증권도 주식은 0.001868%포인트, 선물은 0.000137%포인트, 옵션은 0.004446%포인트씩 인하된 수수료를 적용한다. 우리투자증권도 26일부터 주식 및 선물옵션 수수료를 평균 0.0025%포인트를 낮추고, 삼성증권도 다음달 16일부터 온라인 거래는 현재 수수료율인 0.08~0.5%에서 0.078~0.498%, 오프라인은 0.5%에서 0.498%로 인하키로 결정했다.

반면 최저가보다는 '서비스'에 승부를 거는 증권사도 눈에 띈다. 다양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고객의 신뢰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은행개설 계좌의 경우 전담 컨설턴트를 지정해 투자상담을 하는 1 대1 파트너 서비스를 자랑한다. 우리투자증권은 고객이 설정한 기준에 맞춰 자동 주문을 하는 '투자 비서' 기능을 내놨고,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관리와 월별 종합 컨설팅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투자 성향에 맞춰 증권사를 선택하는 키워드가 달라질 수 있는 것. 주식거래가 잦을수록 수수료를 따져봐야 하고 단기매매보다는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라면 수수료보단 편리한 서비스를 중요하게 체크하는 등의 선택 요령이 필요하다.

◆원스톱 서비스, 전문성...두 마리 토끼의 선택은

같은 업계끼리의 경쟁 뿐 아니라 타 금융권과의 전면전도 불가피한 시대. 은행과 증권,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영역파괴 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고 어느 곳에서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재테크의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

우선 '1인 1펀드'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른 펀드를 보자. 기존 국내 펀드 판매의 절대 강자인 은행과 증권사 외에도 최근에는 GA(독립판매 법인)까지 펀드 판매에 나서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온라인 펀드몰의 마케팅도 만만찮다.

과연 어디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할까? 투자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펀드는 자산운용회사에서 운용하므로 어디에서 가입하든 같은 펀드라면 수익률이나 수수료 차이는 없다. 하지만 투자자의 상황에 맞는 펀드를 찾아주는 방식이나 편의성 등을 고려하면 금융기관별 차이는 벌어진다.

우선 펀드의 투자 대상이 되는 국내외 투자상품에 대해선 은행 직원이 잘 알까. 증권사 직원이 잘 알까. 다른 한편으론 다양한 운용사 분산 효과나 원스톱 금융서비스의 강점이 있는 곳은 어디일까.

일단 펀드 판매 실적만 보면 현재로선 다양한 펀드 상품은 물론 기타의 토탈 금융서비스가 가능한 은행들의 선전이 돋보인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까지 판매한 펀드의 규모는 은행권 1위인 국민은행이 32조원으로 증권가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22조원을 넘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자의 기본 지식이나 서비스 방향에 따라 어느 창구에서 펀드를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의 이수진 대리는 "펀드 초보자라면 거래하기 쉽고 기타의 여신, 카드 등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은행이 유리할 수 있고 기존에 증권사 투자 경험이 있다면 투자 상품 분석을 고유 업무로 하는 증권사쪽에서 펀드에 관한 전문 분석을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대리는 또한 "펀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온라인 전용 펀드를 통해 수수료를 낮추는 전략도 유용하다"고 말한다.

비단 금융 상품을 어느 금융회사를 통해 구매할 것인가의 문제는 펀드만에 국한되지 않는다. 당장 8월부터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교차판매'가 이뤄지고, GA 등에서 '백화점식'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금융소비자의 선택 폭도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이용혁 메리츠화재 과장은 "앞으로는 한 금융기관에서 투자상품에서 보험, 세테크 상품까지 두루 취급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보편화되겠지만 아직까지는 한 금융 채널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기엔 제도나 소비자의 인식, 판매인의 전문성 등에서 미성숙한 부분이 많다"며 "원스톱 서비스를 쫓다보면 각 업계에서 저마다의 강점을 지닌 업종 대표 상품과 서비스의 혜택을 오히려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어디서 사느냐보다 투자 목적 먼저 기억해라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무 목표. 어디 가서 어떤 상품을 골라야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까 고민 전에 투자자의 재무 목표와 재정 상황 점검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동인 포도에셋 컨설팅 팀장은 "금융상품은 일상용품 고르듯이 대형마트 가서 쉽게 고를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며 "어떤 재무 목표 아래 어떤 상품에 얼마큼의 자산을 배분할 것인가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금융회사를 선택할 것인가에 못지않게 어떤 금융전문가를 만날 것인가의 문제도 중요하다. 이형주 희망재무설계 컨설팅 팀장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금융 투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금융전문가의 도움이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주 200여개씩 쏟아진다는 금융 신상품. 내년 초 자통법 시행되면 더욱 봇물을 이룰 투자상품의 출시는 다양한 투자 기회의 제공만큼 금융소비자의 정보 부족과 위험도를 높일 우려도 있다. 박만수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교육운영팀장은 "투자도 평생 교육이 필요하다"며 "금융시장이 다양화할수록 교육을 통해 합리적인 투자 기준을 정립하지 못하면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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