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정치란]김용갑 "공기"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08.05.16 09:55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72)은 '원조 보수'라 불린다. 지난 2000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민주당은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보수 진영에선 하고 싶은 말 다 해 주는 스타가 됐지만 진보 진영에선 '보수 꼴통'으로 '낙인' 찍혔다.

'대북 퍼주기'란 말도 그가 만들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정책이었던 햇볕정책에 부정적이다. 강경한 대북노선 때문에 '안티'도 많지만 그는 꿋꿋하다. 보수 신념을 일관되게 지키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결과 소신파 의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에게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 잠시 생각하던 김 의원은 "공기"라고 답했다. 공기는 어디에나 있지만 존재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정치도 그렇다. 좋든 싫든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국가든 인간이든 정치를 떠나 살 수는 없지요.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정치 아니겠어요? 오염된 공기라도 마실 수밖에 없듯 정치 또한 잘하든 못하든 접해야 하는 겁니다."

그가 정치를 공기에 비유한 배경엔 묘한 역설이 숨어있다. 국민들은 정치를 오염된 공기 대하듯 혐오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인들은 생각이 다르다. 정치란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억울할 때도 있다.

김 의원은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 오염된 공기는 정화해야 하는 것처럼 정치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는 후배 의원들에게 "기교에 치우치지 말라"고 충고했다. 기교보다는 성실함이 정치를 맑고 청명하게 바꿔줄 거란 기대에서다.


그는 최근 출간한 책 '굿바이 여의도'에서 '연연초심'(年年初心)을 강조했다. 해가 바뀌어도 처음 세운 뜻을 잃지 말라는 당부다. 기교에 치우치지 말라는 것과 통하는 얘기다.

"TV에 얼굴을 꼭 비쳐야한다는 식으로 언론만 바라보고 정치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순수하고 정직한 정치가 더욱 빛나고 결국엔 국민들도 인정해줄 겁니다. 물론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지요."

육사 17기 김 의원은 1971년 소령으로 예편한 뒤 안전기획부(옛 국가정보원)에서 일했다. 전두환 대통령 때 청와대 민정수석, 노태우 대통령 시절 총무처 장관을 지냈다.

1992년 14대 총선 때 서울 서초에 무소속 출마, 낙선했다. 96년 15대 총선 때 고향인 경남 밀양에 무소속으로 도전, 여당인 신한국당 후보를 꺾었다. 17대까지 3선했으며 18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때 "3선이면 환갑"이라 말한 것도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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