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부자는 자식을 세상에 내쫓는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 2008.05.15 12:31

[CEO에세이]걸인을 보면 혼내는 송상

부자가 되는 비결, 부자가 되는 길, 부도(富道)는 무엇인가? 부도 1단은 근(勤)이다. 부지런함이다. 노력이다.
 
민담에 전해오는 이야기다. 한 부자집의 노마님이 곳간의 열쇠를 맡길 며느리를 뽑기 위해 문제를 걸고 공모했다. 응모한 처녀는 동구 밖 초가삼간에서 하녀 한 명과 쌀 한 말만 가지고 석달 열흘, 백일을 살도록 했다.

어떤 처녀는 쌀 한 말을 조금씩 백 개의 봉지로 나누어 미움으로 연명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굶주림에 하녀가 도망쳤다. 뒤이어 처녀도 달아나 버렸다. 또 어느 처녀는 한정된 양식을 듬썩듬썩 허비했다. 그 후 단식으로 버티다가 물러갔다.

한 처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초가삼간에 들어서자마자 이런 집에서는 하루도 못산다며 하녀를 독려하여 함께 마당에 훌쩍 자란 잡초를 뽑고 마루와 방을 쓸고 걸레질을 했다. 드디어 초가삼간은 사람이 살 만하게 깨끗한 집이 되었다. 집 안팍을 대청소하면서 처녀는 하녀에게 앞으로 일을 부지런히 하려면 밥을 많이 먹고 기운을 내야 한다면서 함께 배불리 음식을 먹었다.
 
◇말단부터 올라온 노련한 행수에게 경영 맡겨
 
이제 또 며칠이나 버틸까하며 노마님은 그녀들을 관찰했다. 처녀는 며칠이 지난 후 하녀에게 자기가 바느질 솜씨가 있으니 주변 마을에서 일감을 얻어 오라했다. 백일이 지났다. 쌀독에는 식량이 가득했다. 마루와 방은 먼지하나 없이 윤이 났다. 마당에는 장날에 사온 병아리들이 커서 살찐 닭이 되어 뛰놀았다. 이 처녀가 노마님의 며느리가 된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옛날 송도에서는 장터의 걸인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어쩌다가 외지에서 나타난 자가 구걸을 하려들면 송방차인들이 잡아다가 혼을 냈다. 그리고 장사꺼리로 굴비두름이나 푸성귀라도 내주었다. 그것을 그가 팔아오면 이문을 나누도록 했다.
 

또한 송상들은 자식에게 무조건 대물림을 하지 않았다. 말단 차인배로로부터 여러 과정을 거치며 수완을 보여서 임방(任房), 말하자면 이사회의 좌장으로 올라온 상단의 책임자인 노련한 행수(行首)에게 경영을 맡겼다.

또 스스로 재산을 일군 부자들은 경난(經難)이라는 통과의례로 자식들을 가르쳤다. 지각이 들 만한 나이가 되면 최소한의 노자와 양식을 내주고 송상들은 자식을 세상 속으로 내쫓았다. 나중에 노정에 관한 세심한 보고를 들었다. 또 어려움에 대한 대처를 샅샅이 살폈다. 그러고 나서 자식들이 과연 가산을 부리는 것이 합당한 가를 판단했다.
 
◇죽어가면서도 등불 하나만 키라는 부도(富道) 2단, 절약정신
 
둘째, 부도 2단. 그것은 검(儉)이다. 절약이다. 중국 청나라 오경재가 지은 풍자소설 ‘유림외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감생’벼슬을 한 엄대육이 늙고 병들었다. 드디어 임종을 눈앞에 두게 됐다.
 
그는 부유하면서도 인심이 넉넉했다. 평소 일가나 이웃을 돕거나 보살피는 데에 인색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임종 소식에 원근 각처에서 친척들은 물론 이웃들도 모두 달려왔다. 각 방은 물론 마당까지 가득 메운 그들은 모두 엄대육의 쾌유를 빌었다. 그러나 그의 병세는 이미 어쩔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밤이라 등불을 켜고 걱정스레 지켜보는데 엄대육이 갑자기 손가락 두 개를 펴보였다.

괴로운 기색으로 뭔가 말하려는 듯 했다. 그러나 이미 그는 숨쉬기조차 곤란했다. 옆에 있던 가족들은 도무지 손가락들을 왜 펴 보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둘째 아들을 부르시나? 둘째 아들은 바로 앞에 있는데…. 그럼 뭐지?…. 환자도 괴로워하고 가족들도 답답했다.

이 때 곁에 있던 첩이 갑자기 두 등불 가운데 하나를 껐다. “바느질도 안 하면서 등불을 둘이나 켜고 있는 것이 낭비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러자 엄대육은 살짝 웃더니 편안한 모양으로 세상을 떠났다.(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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