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검역주권과 방송주권

류병운 홍익대 법대 교수(국제법) | 2008.05.15 12:11
요즘 TV방송 등 언론과 야당들은 정부의 미국 쇠고기 협상결과를 두고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는 말로 비난한다.

사실 과거에는 개별국가의 주권을 거의 절대적인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등 초국가적인 국제기구들과 규범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오늘날 주권도 당연히 국제법에 의해 제한된다.

물론 국민의 건강을 확보하기 위한 위생검역문제도 국제법의 틀 안에서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국제무역자유화를 추구하는 WTO의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0조는 무역자유화에 대한 일반적 예외조항으로 회원국이 “인간, 동물, 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채택하여 실시하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객관적인 광우병 위험이 발생한다면 전면수입중단 조치도 불사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GATT 제20조는 회원국들이 위생을 빙자하여 자의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위장된 무역장벽으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명시했다. 또한 이와 같은 남용을 막기 위하여 WTO는 ‘위생 및 식물위생 협정(SPS)’까지 두고 위생 검역 조치가 ‘과학적 증거’와 투명한 위험성 평가 절차에 의해 뒷받침되도록 하고 있다. 위생기준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정하도록 SPS협정이 규정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독자적인 쇠고기 위생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면 OIE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은 한국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없이 한미FTA를 비준할 수 없다는 일부 미국의 일부 강경기류와 대통령의 방미일정을 고려하다 보니 협상을 졸속으로 타결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전반적인 협상내용은 대체로 WTO 규범 하에서 양측의 입장을 고려한 결과로 판단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문득 ‘검역주권’이 있다면 ‘방송주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 ‘방송주권’은 “TV에 의한, TV를 위한 광우병”이라는 어느 칼럼의 제목처럼 특정 TV와 일부 정치세력에 의해서 장악된 느낌이다. 사실상 그 TV방송사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국민들은 그저 그 편향된 전파의 소나기를 대책 없이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TV 프로그램은 미국의 한 동물 애호 NGO가 동물 학대를 고발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편집된 미국 ‘광우병’ 위험 방송을 연속 보도하여 국민의 불안감을 최대로 고조시켰다. 그 여파로 광우병 괴담과 함께 급기야 불안한 젊은이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실 인간광우병의 발병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미국 쇠고기를 먹는 것보다 이미 인간광우병 환자가 166명이나 발생한 영국을 여행하는 것이 훨씬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4월까지 미국에서는 총 3명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병하였는데, 발병 직전인 2005년 미국으로 이민 온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을 제외한, 2명은 모두 영국에서 광우병이 만연하던 시기에 그 곳에 6개월 이상 머문 사람들이다. 일본에서 단 1명 발생한 인간광우병 환자가 영국에 24일 머물렀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광우병 위험성의 강조가 일부 TV방송의 진짜 목적이라면 미국 쇠고기에 대한 보도보다는 국민들에게 영국여행에 대한 경고를 하는 것이 좀 더 타당하다는 말이다. 이것은 미국 쇠고기 개방으로 인한 광우병 위험보다는 그 협상결과를 정치적 이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정권시절 탄핵사건에 대한 일부 TV방송의 편향된 보도의 기억이 이번 광우병 TV와 오버랩된다. 이제 국민들이 ‘방송주권’을 어떻게 회복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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