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로 기업사냥꾼들이 몰린다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08.05.15 09:23
야후로 전문 기업사냥꾼들이 몰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야후 인수 불발 사태가 계기가 됐다.

억만장자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이 야후 주식 5000만주를 사들여 오는 7월 연례 주총에서 이사진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헤지펀드 '써드포인트'도 야후 주식 100만주를 샀다고 밝혔다.

주주 행동주의자로 잘 알려진 댄 로엡이 운용하는 헤지펀드 '써드 포인트(Third Point)'는 14일(현지시간) MS주식 685만주와 야후 주식 100만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각각 1억9400만달러, 2900만달러에 달하는 금액이다. 로엡은 주주 행동주의 투자로 명성을 얻어온 인물. 그는 지난 1996년 이후 연간 수익률 22%의 좋은 성적을 내왔다.

야후 주주들은 주당 33달러를 제시한 MS의 제안이 적절했으며 이를 거부한 제리 양 최고경영자에게 잔뜩 화가 나 있는 상황이다.

아이칸 같이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하이에나들이 활개 치기 매우 좋은 상황이기도 하다.

◇ 업계 상황 나빠져 굶주린 하이에나들

한동안 잠잠했던 주주 행동주의가 MS의 야후 인수 불발을 계기로 활기를 띨 조짐이다. 주주 행동주의는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이 경영진에게 이사 교체나 기업의 전략 변화를 요구하는 등 적극성을 갖는게 특징이다. 방만한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내 소액 주주들에게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보통 주가가 오르면 지분을 모두 팔고 나가는 사례가 잦아 수익만 좇는 하이애나라는 비판도 많다.

최근 수년간 아이칸이나 리히텐슈타인, 펠츠 등 주주 행동주의자들이 득세하던 때가 있었지만 요즘은 예전 만큼 쉽지 않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주주 행동주의를 연구하는 텍사스공대의 스튜어트 길리언 교수는 "2년 전만 해도 주주 행동주의 기법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관련 분야에 속해 있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리서치에 따르면 2006년 중반 기준으로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헤지펀드들이 굴리는 자금은 1000억달러에 달한다. 2002년 230억달러에 비해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리스크관리 컨설팅업체 퍼렐캐피털의 빌 퍼렐 회장은 "이들은 이 곳에서 따먹을 수 있는 과실은 땅에서 높지 않은 곳에 열린다라는 법칙을 잘 알고 있다"며 "이 기법으로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만약 이들이 진정 한 기업의 허물을 벗기고 변화를 자극해 가치를 창출한다면 분명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에 주로 투자하는 캐어캐피털그룹의 키스 로즌블룸은 "이런 투자는 쉽지 않고 이 쪽으로 쏠리는 돈도 많다. 게다가 요새 경영진들은 이런 하이에나 투자자들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길리언 교수는 "지금은 시장 상황이 매우 나빠져 굶주린 하이에나들이 먹잇감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렇다면 다음 공격 대상은 어디이겠는가"고 말했다. MS의 야후 인수 불발은 이들이 보기엔 최적의 표적이다.

◇ 주주행동주의자로 명성 얻은 인물들

▲칼 아이칸

아이칸은 2004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행동주의 투자에 나서 타임워너와 커맥기 등의 기업에서 성공을 거뒀다. 백신업체 메드이뮨과 페더레이티드 백화점 등도 아이칸의 공격 후 주가가 오른 기업들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포춘은 "아이칸은 기업 CEO를 내쫓는 대신 기업의 가치를 높여 주주들에게 높은 수익을 올려 자신을 '백만장자 로빈 후드'라고 부르곤 한다"고 전했다.
당하는 회사의 대주주와 경영진에게는 껄끄러운 인물이지만 주주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함으로써 소액 주주들에게는 돈을 벌어주는 인물이라는 설명이다.

▲넬슨 펠츠
이 밖에 주주 행동주의 투자기법으로 유명한 인물은 트라이언펀드의 넬슨 펠츠다. 역시 억만장자 투자자인 펠츠는 지난 2006년 케첩 회사 하인즈를 압박해 케첩사업부를 분리시키고 이사회 의석을 확보했다.

올해는 미국 3위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웬디스가 결국 펠츠에 항복해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웬디스는 지난달 회사를 펠츠의 투자회사인 트리아크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펠츠는 웬디스가 맥도날드와 버거킹에 뒤지고 있다며 웬디스를 공격, 회사 매각을 압박해왔다.

웬디스는 유일하게 흑자를 내던 커피전문점 팀 호튼을 분리시키는 등 구조조정을 하다 지난해부터 다른 투자 대상자를 물색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펠츠에게 팔기로 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회장 출신으로 올 초 펀드를 조성한 리처드 브리든도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보수적 투자로 유명한 캘퍼스로부터 4억달러 투자 유치를 받아 관심을 모았다.

M&A 전문 로펌 스카든압스 출신 변호사 거스 올리버와 모간스탠리 M&A 뱅커 출신 클리포드 프레스, 80년대 질레트와 유나이티드에어라인을 공격해 유명해진 코니스톤파트너스가 모두 합쳐져 2005년 출범한 올리버프레스파트너스도 이 분야에서 명성이 있다.

헤지펀드 튜더인베스트먼트 출신의 케빈 리차드슨이 2004년 만든 프라이즈 캐피털도 유명하다. 이 회사는 경영진을 압박은 하되 경영진 교체를 추진하지는 않는 기법을 쓴다.

◇ 실패 사례도 다수

실패 사례도 많다. 지난해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댄 스나이더는 테마파크 운영업체인 식스플래그의 위임장 대결을 통해 자신이 회장 자리에 앉고 최고경영자까지 교체해 주주 행동주의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하락했다. 회사가 추진중이었던 턴어라운드 계획이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었다. 결국 식스플래그 주가는 이전보다 50%나 낮아졌다.

아이칸도 지난 2005년 영화 대여업체 블록버스터의 이사진 교체에 성공했지만 회사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동안 경쟁사 넷플릭스에 점유율을 대거 내주고 주가는 반토막났다.

▲워런 리히텐슈타인
역시 유명한 기업사냥꾼 워렌 리히텐슈타인이 운용하는 스틸파트너스와 아이칸, 카를로 카넬 등은 지난해 130억달러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BKF캐피털을 접수하고 회사 수익성 제고 방안을 제시했지만 오히려 펀드매니저들이 대거 이탈하고 고객들도 투자금을 인출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리히텐슈타인의 공격 초반 급등했던 주가도 일년새 90% 폭락하는 사태를 겪고 상장 폐지되는 불운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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