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현재의 내가 만들어 가는 것"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 2008.05.16 12:41

[CEO가 말하는 정상의 법칙]이인영 ㈜보령ㆍ㈜보령수앤수 대표

보령그룹의 지주회사인 ㈜보령과 의료기 제조·건강제품 유통기업 ㈜보령수앤수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이인영(55) 사장은 '튀는' 사람이다. 다소 험상궂게 보이는 외모가 우선 그랬다.

개인사업 실패 후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 수습사원에서 사장까지 오른 이력도 평범하진 않다. 종로 보령 사옥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인생관을 이렇게 설명했다. “미래는 현재의 내가 개척해 나가는 것입니다.”

◆긍정하라. 길이 열린다
"나 보니 조직에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나요? 수사기관에 있는 사람이거나. 대부분 저를 보면 첫인상이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사무실에 들어서자 이 사장이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대뜸 물었다. 하마터면 "그렇다"는 대답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과거에 외모는 그의 단점 중 하나였다. 게다가 성격도 내성적이었다. "어릴 때 숫기없던 저를 어머니가 웅변대회에 나가도록 했습니다. 교내 대회서 1등을 했었죠. 자심감이 붙으니 내성적인 성격에서 벗어날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꾸준하게 연습했지만, 지금도 대중 앞에 서면 떨리는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성격은 교육에 의해,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떨쳤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죠.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위엄 있어 보이잖아요. 섣불리 사기를 치려고 달려드는 사람도 없고요. 인상이 험상궂은 사람이 재밌게 대하면 의외의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킨답니다."

긍정적인 삶의 자세는 직장생활에서는 소중한 결과를 이끌어 낸다고 했다. 그는 "경력을 쌓을 요량으로 특정 부서를 고집하기보다는 어떤 생각을 품고 업무에 임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어느 부서에서건 최선을 다한다면 길이 생긴다는 것.

그는 1980년 보령제약 입사 후 기획팀에서 근무하다 공장 근무를 6개월간 자원했다. 주변에선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했지만, 현장을 모르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 고집을 부렸다. 또 거래선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국의 거래선 1만 8000개를 한군데도 빼놓지 않고 다녔다.

"어느 회사에 있든 한 직원이 모든 부서를 섭렵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해주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거고요. 그러면 자신의 노력이 중요한 거죠. 과거에 기조실장을 하다 영업본부장을 맡게 됐는데 그 때 이런 경험들이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준비없는 실천은 부질없다

그는 국민대 졸업 후 첫 직장생활을 종근당에서 시작했다. 2년여 간 근무하다가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입약품 유통업이었다. 그러다 실패의 쓴맛을 봤다. 기획력과 관리 역량의 부재가 패인이었다. 보령제약에 입사하면서는 이 두 가지를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당시에는 장사만 잘하면 최고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가는 데는 장사도 중요하지만 관리할 수 있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기획력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죠. 첫 출발점에서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셈이죠."

그의 철저한 준비성을 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 결재 전에 셀프Q&A를 만들었던 일이다. “상관의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보고, 또 추가 질문을 스스로 던져봤죠. 그러다 문제에 봉착하면 기한서를 다시 만들었죠. 10년 정도 하다보니 순간적으로 ‘똑딱’ 하는 사이에 5번은 그 과정이 이뤄지더라고요.”

"신입사원 시절에 파고다 공원을 지나쳤는데 60대 노인들이 장기를 두고 있더라고요. 심심풀이로 두는 장기인데도 3,4수는 내다보고 두더라고요. 그 때 '60대 노인도 저러는데 하물며 월급 받으면서 생각나는 대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죠."

◆즐겁게 일하라
그는 입사 18년 만에 최고경영자가 됐다. 보령제약에서 수습사원으로 시작해 사장에 오른 이는 이 사장이 유일하다. 내세울 법도 한 이력이지만 스스로는 드러내길 꺼린다. 법률적인 냄새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제 명함에는 직함을 '대표사원'이라고 표기했습니다. 사원들과 동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리더가 필요하니까 대표이사를 붙여준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직원들도 후배로 부릅니다."

그래서 직원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는 자리를 자주 만든다. 매달 한차례씩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 영화를 보고, 맥주파티를 연다. 또 즐거운 일터를 만들기 위해 깜짝 이벤트도 벌인다. 나른한 오후 시간에는 퀵보드를 타고 사무실을 쏜살같이 가로지르기도 했다. 하얀 주방장 모자를 쓴 채 사무실에 과자를 돌리기도 했다.

그의 꿈이 궁금했다. "나중에 은퇴하면 테마 카페를 하나 차리고 싶습니다. 젊은 사람들과 직장생활과 경영에 대해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죠. 그래서 35년간 일선에서 뛴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박사 과정도 그 준비과정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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