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교육열풍 업고 시가총액 '쑥쑥'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08.05.28 08:58

[머니위크]사교육 신흥 메카 노원구 vs 양천구

올해로 생긴지 20년째를 맞이하는 노원구와 양천구는 묘한 경쟁관계에 있다. 두 지역은 1988년 도봉구와 강서구에서 갈라져 나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조성된 서울의 대표적인 이주단지다.

그러나 입주를 희망하는 예비 입주자의 선호도는 차이를 보여 왔다. 노원구가 중ㆍ소형 면적의 서민층 아파트로 조성됐다면 양천구는 강남 수요를 일부 흡수하는 신흥 주거단지로 각광을 받았다.

노원구와 양천구의 인연은 교육열에서도 이어진다. 강남 치맛바람의 근원인 대치동 학원가가와 더불어 노원구 은행사거리와 양천구 목동이 트로이카를 이루며 학원가 강남 독주시대를 저지하고 나섰기 때문. 여전히 대치동의 위세가 등등하지만 은행사거리와 목동의 열기도 강남 못지않게 뜨겁다.

약관의 나이를 맞은 두 자치구와 관련 최근 눈에 띄는 결과가 나왔다. 하나는 노원구와 양천구의 특목고 합격자수가 전국 1ㆍ2위를 달리고 있다는 발표다. 또 다른 하나는 노원구가 양천구의 시가총액을 처음으로 앞서며 4ㆍ5위 자리바꿈을 했다는 것이다.

서울의 북부에 위치해 입지면에서 철저히 소외받았던 노원구가 동갑내기 라이벌인 양천구를 제치면서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노원의 교육열풍, 전국 톱

평일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노원역 인근에는 예전에 구경하지 못했던 기현상이 눈에 띄었다. 시작이 어디서부터인지 알 수 없는 중ㆍ고등학생들의 행렬이 5시가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마치 경주로 수학여행을 온 무리처럼 모두 한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그 행렬의 제일 앞에는 학원가가 밀집돼 있었다.

노원구의 부동산 가격 변화와 더불어 이 지역의 큰 변화는 학원 밀집지역의 이동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은행사거리로 대표되던 노원의 학원가가 최근 들어 노원역 주변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점차 학원이 늘어나면서 인근 아파트에 대한 문의도 늘었다”고 말했다.

더블 역세권에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인 노원역은 이 지역의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중심이다. 즉 집값 상승을 이끈 지역에서 학원가의 밀집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최근 들어 이 지역 주민들은 학원가를 이야기 하면 메카인 은행사거리가와 메디나인 노원역으로 양분된다고 말하고 있다.

노원지역 사교육시장의 확대로 가시화되는 교육열풍은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특목고 신입생의 출신구별 분포에서도 잘 나타난다. 노원구는 올해 3개의 과학고(서울ㆍ세종ㆍ한성), 6개의 외국어고(대원ㆍ대일ㆍ명덕ㆍ서울ㆍ이화ㆍ한영), 서울국제고 등 서울 10개 특목고에서 271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양천구(269명)를 근소하게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양천구가 상위 다섯개 특목고 배출 중학교를 휩쓸었음에도 노원구의 합격자수를 넘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상주인구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서울시가 발표한 2008년 1분기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양천구가 50만3083명인데 반해 노원구는 61만6750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타나났다.

인구분포와의 상관관계를 떠나 송파구와 서초구가 각각 169명과 148명을 합격시킨 것과 비교하면 두 지역구가 얼마나 높은 교육열을 보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강남권이 전국 최고의 교육열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목고 입학 수치로 나타난 최고의 교육열을 보이는 곳은 노원과 양천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가총액 노원이 양천 앞서

노원의 약진으로 인해 최근 시가총액 부분에서 두드러지는 변화가 나타났다. 9일 부동산써브가 전국 아파트 597만9994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원구 아파트의 시가총액이 버블세븐 중 하나인 양천구를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상위 3개 지역구는 1위가 강남(117조6803억원), 2위가 송파(68조3416억원), 3위가 서초(65조3403억원)로 나타났다. 노원구는 41조7514억원으로 양천구(40조6783억원)을 제치고 4위에 등극했다.

2006년 11월까지 양천구는 노원구를 14조원이나 앞섰으나 이후 양천구가 6682억원 떨어지는 동안 노원구는 14조3948만원이나 오른 것이다. 물론 가구수에서 노원구(13만2202가구)가 양천구(6만2096가구)보다 2배 이상 많았지만 급등한 노원의 집값 상승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원이 교육평가와 부동산 가치평가에서 2연승을 한 셈이다. 노원지역 중개업소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교육과 부동산 두부분이 서로 시너지 효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일부 인정하고 있다. 즉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사교육시장이 활발해 지고 이는 다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지역 학군배정이 끝나고 김포외고 문제유출 사건으로 학원가의 찬바람이 불던 양천구는 지난해 초부터 줄곧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문제유출 사건이 학원가 전체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고 또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이 없다 하더라도 문제유출 사건과 더불어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는 양천의 부동산 가격에 대한 현상은 재미있기만 하다.

물론 교육과 부동산 가격의 영향에 대해 맹신할 필요는 없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팀장은 “과거에도 학원밀집지역은 높은 단위면적당 가격과 매매ㆍ전세 매물이 귀하고 수요가 끊이지 않던 곳”이라면서 “학원가나 특목고 진학률이 주변 집값을 상승시키는 하나의 중요 요소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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