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칼럼]'폴슨 vs 소로스' 누가 맞나

조만 KDI 정책대학원 교수 | 2008.05.18 13:14

편집자주 | 세계 금융권의 유동성 경색을 초래한 신용 위기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그 진앙을 두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미국 모기지에 관해 국내최고 권위자인 조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칼럼을 통해 사태의 추이와 영향을 집중 조명할 예정입니다. 조 박사는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박사학위 취득후 세계은행을 거쳐, 미 반관영 모기지회사인 패니매에서 15년간 근무하고 지난해후터 KDI에서 부동산 금융, 유동화 상품 등에 대해 강의,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과 세계 자본시장의 큰 손 조지 소로스가 미국 경제에 대해 서로 상반된 견해를 내놓았다.

폴슨 장관은 미국 금융시장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야기된 신용경색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몇 달 뒤에는 시장불안이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소로스는 신용위기의 후폭풍, 특히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폴슨의 언급은 이번 사태 해결에 있어 미국 정부의 역할을 제한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판받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소로스의 의견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신용위기의 여파와 미국 경제의 추이에 큰 관심이 있는 우리에게는 폴슨의 발언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가장 중요한 사안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미국 금융시장에서의 신용경색이 끝나가고 있는가 하는 것과 미국경제가 과연 장기불황 국면으로 들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전자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우세하다. 지난해 초 미국 투자은행들의 모기지사업으로 인한 신용손실 규모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해 여름 베어스턴스와 BNP파리바에 의해 운영되던 헤지펀드들의 거래중단 사태로 이어지면서, 서브프라임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상품의 위험가산금리는 가파르게 치솟았고 자산가치는 급락했다.

그 이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의한 다양한 정책개입과 올해 3월에 있었던 베어스턴스 매각에 대한 개입 이후 금융시장에서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 실제로 모기지유동화증권(MBS)에 대한 가산금리도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연준은 지난해 말까지 서브프라임사태에 대한 소극적인 정책개입을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단기금리인하라는 전통적인 정책대응 외에도 채권딜러에 대한 유동성공급, JP모간에 매각된 베어스턴스에 대한 구제금융 제공 등 적극적 시장개입에 나섰다.

미국 연방정부도 우량 모기지시장의 유동화 기관인 패니매, 프레디맥의 모기지 구입한도액 인상 및 자기자본규제 완화, 공공 모기지보험 기관인 연방주택청(FHA)의 주택보증금액 상한 확대 등을 실시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정책들이 일각에서는 미국 MBS시장의 '국유화'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과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평가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책효과가 금융시장에서의 신뢰성 회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자본 동원능력과 위험관리능력에서 인정받는 투자자들이 MBS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은 이에 대한 증거다.

하지만 소로스의 언급에서 볼 수 있듯이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미국 주택시장 동향을 감안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미 하락하기 시작한 미국 주택가격이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인가에 따라 우량 모기지 시장에서의 연체율 및 부도율이 얼마나 더 증가할 것인가가 결정된다. 그리고 건설경기 침체, 소비위축 등 실물경기에 주는 영향도 실제 나타난다.


이에 따라 미국 주택경기가 바닥을 치는 시점이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야기된 신용위기, 그리고 이 사태로 인한 실물경제침체가 종료되는 시점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주택가격은 1990년대말 이후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2006년 중반을 고점으로 최근까지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비교적 가격상승폭이 컸던 지역의 하락폭이 더 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6년 7월 이후 미국 전역의 주택가격은 이미 15% 정도 하락했다. 로스앤젤레스(LA)나 마이애미와 같이 가격상승이 상대적으로 가파른 추세를 보였던 지역은 20%가 넘는 하락 폭을 기록하고 있다.

신규 및 기존 주택의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고, 매각을 위해 시장에 나와있는 주택재고량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여서, 아직 시장이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출처: Standard & Poor's/Case-Shiller Indices

그렇다면 앞으로 미국 주택가격이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인가? 미국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침체로 주택 가격이 약 3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 교수는 지난 2월 하원 증언에서 30% 정도의 가격 하락을 예상했다. 예일대학의 로버트 실러 교수도 지난해 이와 비슷한 수준의 하락세를 예측했다.

이러한 예상이 맞다면 미국 주택가격하락은 이제 절반 정도 지났으며, 올해 안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신용위기사태의 해결과 미국 실물경제의 회복을 가늠하는 지표로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주택가격 동향 이외에도 몇 가지 위험요소들이 더 있다. 예를 들면 △ 신용위기사태가 회사채시장, 상업용부동산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 △ 유가 및 원자재가격 상승 등 세계경제와 우리나라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들이 미국 주택시장침체 이외에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가 2000년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기지시장의 발전과 국내 주택정책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일련의 컬럼을 통해 '서브프라임 사태의 추이와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주요 관련 사안들을 논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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