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위 기동성 높여
-분할운용은 차기 과제로
논란이 지속됐던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편 방안이 확정됐다. 국민연금기금의 투자 방향성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를 독립·상설기구화 하는게 골자다.
운용위원은 전원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키워 수익성을 최대로 높이자는 게 지상 목표다. 정부 예상대로라면 내년부터 개정된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가 가동된다. 기금의 분할운용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수익성을 높여라"=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편 논의의 시발점은 수익성이 형편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은 △2004년 8.07% △2005년 5.61% △2006년 5.77% △2007년 6.95% 등으로 최근 수년간 6~8%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런 수익률은 미국의 공적연금인 캘퍼스(캘리포니아주 직원퇴직연금) 등 외국 연기금은 물론 국내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보다도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지난해의 경우 사학연금은 10.2%, 공무원연금은 9.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런 데는 국민연금이 채권 위주의 소극적인 투자방침을 유지해온 게 결정적이다. 국내외 증시가 호황세를 보이고 있을 때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2002년에는 채권투자 비중이 93.4%에 달했다.
그나마 투자 실패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면서 지난해는 채권투자 비율을 79.9%로 낮췄다. 국민연금은 채권 투자 비중을 2012년까지는 50%로 낮추고 주식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대체투자도 10% 내외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워놨다.
기금운용위가 정부로부터 독립되면 수익성 강화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의 안전판 투자에서 벗어나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이 2.2%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전문성으로 승부=현재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수는 무려 20명이나 된다.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정부위원 5명, 민간위원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민간위원은 사용자대표 3인, 근로자 대표 3인, 지역가입자 대표 6인이 참여하고 민간전문가는 2명 밖에 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전문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복지부가 설계한 기금운용방침을 추인해주는 '거수기'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시달려왔다. 1년에 회의도 고작 3~4차례 열릴 뿐이다. 당연히 시급한 현안에 대한 기금운용위의 결정이 늦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금운용위의 비대한 몸집을 7명으로 줄이고, 위원 면면도 전원 경력 10년 이상의 민간 전문가로 채우기로 했다. 또 기금운용위도 상설화해 필요시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통해 최소한도로 개입한다는 방침이다. 기금운용위에 최소 요구 수익률을 제시하고 기금운용성과에 대한 평가권을 가지는 식이다. 외부적으로는 국회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기금운용의 투명성 확보 장치를 뒀다. 복지부는 기금운용에 관한 관리·감독권을 가진다.
기금운용위에서 투자 방향성이 결정되면 실제 운용은 국민연금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가 확대 개편되는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가 맡는다. 공사에 대한 예산권은 기획재정부 소관으로 뒀다.
◇분할운용은 차후에=국민연금기금 적립액은 3월말 현재 225조원이다. 2015년에는 400조원 규모로 늘게 되고 2043년에는 2600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기금적립 규모가 커지면서 그 대안으로 제시된 방식이 분할운용이다. 국민연금기금을 다수로 쪼개서 운영하자는 것으로,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의 과도한 지배력을 줄이면서 자체 경쟁을 통한 수익률 향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방식이다.
정부는 그러나 아직까지는 분할운용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정리하고 장기과제로 논의를 미뤘다.
복지부 관계자는 "분할운용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밀 분석과 해외 사례 수집 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차기 추진과제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중 기금운용체계 개편이 이뤄진뒤 분할운용 과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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