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 광우병 폭탄보도…농가 "물타기 말라"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08.05.14 11:53

"공개할까 많이 망설였다"는 진행자의 말은 이미 뜨거운 논란을 예고했다.

13일 밤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쌈'이 국내 소 사육, 도축 과정의 안전성을 정면으로 제기하자 네티즌들과 축산농가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쌈'은 이날 방송 후반부에서 "고민 끝에 우리 축산농가들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국내 현실 또한 광우병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됐다. 먼저 일어나지 못하는 소, 즉 이른바 '절박소' 혹은 '앉은뱅이소'가 암시장에서 거래돼 도축장으로 향하는 영상이 고스란히 안방으로 전달됐다. 도축된 후 식용으로 쓰인다는 한 업자의 인터뷰도 공개됐다.

사료문제도 나왔다. 방송은 2004년까지 육골분 사료를 광우병이 발생했던 미국, 영국, 캐나다 등으로부터 수입했는데 정작 어디에 사용한지는 확인이 안 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2000년 12월 이후 단계적으로 육골분 사료를 금지했지만 여전히 돼지와 닭에는 먹이고 있어 교차감염의 위험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쌈'의 시청자게시판과 각종 사이트에는 항의하는 글이 빗발쳤다. 자신을 젖소를 키우는 30대 농민이라고 밝힌 시청자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컴퓨터에 앉았다"며 "한국에서 동물성 사료는 절대로 쓰지 않는다. 젖소사료의 원료는 다음과 같다"고 세세히 재료를 나열했다.


다른 축산농민들도 "병들어 죽으면 상당 부분 보상을 받는데 굳이 암시장에 왜 파나", "한우 도축 과정은 국가에서 관리할 일이지 그것과 미국산쇠고기 먹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나", "미국산쇠고기에 대한 거부감을 돌리려는 교묘한 물타기다"고 하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

개업한지 18년 됐다는 수의사는 "앉은뱅이소는 젖소에서 분만 전후에 저칼슘혈증, 후지신경마비, 다리골절 등으로 흔하게 볼 수 있다"며 "광우병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전국한우협회 측은 "2000년 12월부터 소 사료에 동물성사료 사용을 금지했고 2005년부터는 어분도 쓰지 않고 있다"며 "전체 사료 생산량에 92%가 이 규제를 받고 있고 나머지 8%도 소 사료 전용 공장에서 나온 것은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한 관계자는 "80~90년대에 육골분을 유럽으로부터 수입했는데 정부는 도자기 원료로 사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어디에 사용됐는지 확인이 안 된다"며 "한우의 안전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한우협회가 스스로 전수검사에 나서고 정부는 모든 가축에게 육골분 사료를 금지시키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MBC 'PD수첩'도 '광우병 2탄'을 보도해 '광우병 특집 보도 날'로 불리기도 했다. 시청률 역시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PD수첩'이 10.7%, '쌈'이 8.4%를 기록해 평소보다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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