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의 고육지책, 홈에버 매각은 '뇌관해체'

더벨 황은재 기자 | 2008.05.14 11:59

[홈에버 매각]①대주단 "홍콩 IPO 불발이 화근..투자자들 회수 움직임에 압박"

이랜드그룹이 홈에버(이랜드리테일)을 홈플러스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인수금융에 대한 리파이낸싱 작업이 진행중이었고 매각 직전에는 세계적 사모펀드인 퍼미라가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MOU까지 맺은 상황이어서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리파이낸싱을 추진하던 참여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이랜드 상하이 패션의 기업공개(IPO) 무산이 홈에버 매각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했다. 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 유입을 기대했지만 IPO가 연기되면서 자금줄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

이렇게 되자 홈에버를 계속 계속 끌고 가는 것보다는 매각을 통해 그룹의 재무 상황을 옥죄는 요소를 떨어내자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채 시장 및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이랜드그룹의 뇌관으로 '홈에버'를 지적해왔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패션 차이나 홀딩스의 홍콩증시 상장을 잠정 연기했다. 딜의 규모는 3억6900만달러로 신주 15%와 구주 10%를 매출을 계획했다. 그러나 공모가가 당초 기대했던 액면가의 15배 수준에 불과했다. 이랜드측은 최소한 20배 이상을 기대했다.

공모가가 예상 수준을 밑돌면서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규모가 줄자 이랜드는 IPO 대신 Pre-IPO로 방향을 바꿨다. 싼 값에 IPO를 하느니 Pre-IPO를 통해 향후 기회를 엿보다는 것이었다.

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기대했던 자금 유입줄이 차단된 셈이다. IPO 이후 6개월이 지나 구주매출이 이뤄질 경우 대규모 자금을 홍콩 증시를 통해 조달할 수 있었지만 늦춰지게 된 것이다.

홈에버 리파이낸싱에 참여했던 대주단 관계자는 "차이나 홀딩스의 IPO가 연기되면서 이랜드 리테일을 매각하는 쪽으로 급진전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차이나 홀딩스가 이랜드그룹이 기대했던 자금줄이었다"고 말했다. 또 뉴코아 강남점 매각이 지연되고 있어 자금줄이 고갈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이랜드리테일의 우호지분이었던 KDB PE가 차이나홀딩스의 IPO로 연기로 지분 관계를 정리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홍콩 증시 상장이 연기되자 KDB PE가 지분을 정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이랜드 입장에서는 우호지분을 읽게 되는 셈이었고 결국 매각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000억원의 투자자금을 퍼미라로부터 유치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내준 홈에버였다. KDB PE의 지분이 이랜드그룹이 아닌 다른 투자자에게 정리될 경우 이랜드그룹은 명목상 경영권까지도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할인점 업계 내에서 홈에버의 위치도 매각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할인점 업계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 4위의 홈에버는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홈에버는 지난해 리모델링으로 인한 영업차질, 노사 대립으로 인한 영업난 등으로 영업손실 648억원, 순손실 1939억원을 기록했고 이자비용만 1015억원에 달했다.

홈에버에 대한 다른 할인점들의 인수 제안도 매각 결정에 영향을 줬다. 다른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 홈에버는 매력적이다. 홈에버만 인수하면 단숨에 이마트와의 양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까르푸 매각에 참여했던 롯데와 홈플러스 등이 계속해서 인수를 희망했다. 이 과정에서 홈에버의 매각 가격이 상승했다. 홈플러스는 2조3000억원을 인수가로 제시했다. 이랜드는 까르푸 인수자금과 이후 금융비용 등 소요자금은 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홈에버가 그룹의 재무상황을 옥죄는 요소였다고 하더라도 전격적인 매각 결정은 의문이다. 리파이낸스를 추진하며 사모펀드인 퍼미라로부터 4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랜드그룹 측도 홈에버의 매각설이 제기될 때마다 매각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해왔고 리파이낸스에 참여한 대주단에서도 "가능성 낮다"며 일축해왔다.

이랜드 내부에서 조차 당황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홈에버측에서 조차 매각 결정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이랜드 고위관계자는 "오늘 새벽에야 홈에버 매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홈에버과 이랜드 그룹이 서로 다른 계획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홈에버는 해외투자자 유치를 통한 리파이낸스로 홈에버의 재무상황을 정상화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그룹 차원에서는 '매각'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이랜드 고위 관계자는 "홈에버 측에서는 매각보다는 리파이낸스 쪽으로 추진해왔다"며 "이랜드 그룹 내에 M&A를 전담하는 부서에서 홈에버를 매각하는 쪽으로 결정내리고 추진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LBO의 성공사례를 남기기 보다는 그룹의 명운을 흔들고 있는 홈에버를 떨어내, 다른 그룹내 기업들을 살리겠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오물만 들어 있는게 아니었어?...북한이 띄운 풍선 만지면 벌어지는 일
  2. 2 손웅정 변호사에 '1억 리베이트' 제안한 학부모… "형사 문제될 수도"
  3. 3 '사생활 논란' 허웅 측, 故이선균 언급하더니 "사과드린다"
  4. 4 '드릉드릉'이 뭐길래?…임영웅, 유튜브에서 썼다가 댓글 테러 폭주
  5. 5 마이클 잭슨, 사망 당시 '7000억' 빚더미…"장난감에 큰 돈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