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족 분양·대출 혜택서도 '왕따'

지영호 기자 | 2008.05.29 08:22

[머니위크]싱글족 홀대하는 부동산정책

대한민국에서 독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집’에 관해서는 외면을 받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보조금에서부터 금융권의 자금 대출까지 무엇 하나 독신자에게 이로운 측면이 없다. ‘아쉬우면 결혼하라’는 주변의 조언은 ‘집을 얻으려면 결혼을 해야 한다’라는 얼토당토않은 결론으로 치닫게 된다.

사례 1. 직장인 4년차의 김진영(32) 씨는 아직도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산다. 세살 터울의 동생은 이미 결혼을 해 두살바기 아들을 뒀지만 김씨는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다. 몇번이나 연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자유분방한 김씨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못만나 결혼에 이르지 못했다.

집안의 성화에 못이겨 선을 여러번 봤다. 나가봐야 상처만 받는다는 김씨는 최근 급격히 높아진 여성의 눈높이에 맞추기엔 자신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김씨는 업계 영업분야에서 꽤 알려진 인재지만 처음 만나는 여성에게는 그저 외판원같이 보일 뿐이다.

김씨는 최근 부모의 압박이 부담스러워 분가를 생각했다.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려고 했으나 김씨는 이 상품을 이용하지 못한다.

상여금과 수당을 제외한 연봉이 3000만원 미만이기 때문에 근로자 서민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하려 했지만 세대원이 없다는 이유로 자격조건에서 제외됐다.

근로자 서민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4.5~5.5%의 금리를 최대 6년까지 적용해 최고 6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독신인 김씨는 시중은행의 7~10% 가량의 높은 금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김씨가 자신의 돈 2400만원과 대출금 5600만원으로 8000만원 짜리 전셋집을 얻는다고 가정해 보자. 김씨가 근로자 서민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돈을 얻었을 경우 월 9만3330원의 이자만 내면 되지만 10%의 금리를 적용한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을 경우 월 46만6660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사례 2. 예전 직장 동료의 돌잔치를 찾은 곽수연(29) 씨는 올초에 이혼도장을 찍은 ‘돌싱(돌아온 싱글-이혼자)’이다. 결혼 2년 만에 자녀 없이 이혼한 터라 부양가족도 없고 단신으로 오피스텔을 얻어 살고 있는 곽씨는 돌잔치 자리가 무척 불편하기만 하다.

최근 정부가 신혼부부용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언론의 보도를 보고 친구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곽씨도 이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졌다면 내집마련의 꿈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갖고 동료들과 수다를 떨었겠지만 왠지 모를 소외감에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독신인 곽씨는 청약가점제 시행으로 아파트 분양에 불리한 위치에 놓인 상태다. 게다가 이번 신혼부부를 위한 특별공급분은 일반분양분에서 빠지는 물량이기 때문에 당첨 확률은 더더욱 낮아지게 됐다.

곽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아파트 청약을 포기하고 소형 아파트의 매매쪽으로 눈길을 돌릴 계획이다.

◆싱글족 외면하는 부동산정책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신혼부부의 주택문제 해결 방안을 내놨지만 역차별 문제로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국토해양부는 5월2일 신혼부부주택 청약자격 공급방법을 신설해 국민임대주택 우선공급 등 주택공급규칙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하반기부터 시행키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혼인 후 5년 이내 입양을 포함한 자녀가 있는 가구가 청약자격을 얻는다.


또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소득의 70%를 넘지 않아야 하며 맞벌이 가정일 경우 100%를 넘지 않아야 한다. 지난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을 감안하면 외벌이 가정은 3085만원, 맞벌이 가정은 4410만원 이하여야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 특별공급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문제는 신혼부부에게 공급되는 5만가구의 특별 주택이 새로 배정된 물량이 아니라 기존 계획 물량에서 30%를 떼어주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1인 가구나 5년 이상의 무주택 가구는 역차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청약가점제의 결정적인 가점 요인이 세대구성원수에 의해 결정되는 마당에 1인 가구는 어느 곳에서도 설 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혼인신고를 늦추거나 허위 입양 등의 폐해가 우려되고 독신자나 5년 이상의 부부에게 기회가 없어 사회갈등을 조장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전세자금도 싱글족에게 그림의 떡

전세자금대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양가족이 없는 독신자의 경우 주택금융공사에서 지원하는 영세민 전세자금대출이나 근로자 서민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다.

영세민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연 2%의 저금리가 적용되고 근로자 서민 전세자금대출도 4.5~5.5%의 비교적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금리가 낮은 만큼 엄격한 대출 자격이 주어지는데 독신자에게는 어떤 혜택도 돌아가지 않는다. 독거노인이나 영세 1인 가구에게도 특별 자금대출은 ‘그림의 떡’이다.

국민주택기금대출도 독신자는 대출 자격에서 ‘우선’ 제외된다. 만 20세 이상이면서 기혼이거나 결혼 예정자에 한해 순수 기본급 2000만원 이하일 경우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연 5.2%에 20년의 대출기간을 감안하면 좋은 조건이지만 독신자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지난해 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펴낸 ‘비혼(非婚) 1인 가구의 가족의식 및 생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30~40대의 1인 가구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노후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밝히고 있다.

또 통계청이 4월28일 발표한 사회통계조사를 보면 지난해 65살 이상 고령층 가구 중 1인 가구가 33%로 집계됐다. 이미 통계청의 2005년 통계조사기준에 따르면 317만675가구가 1인 가구로 구성돼 전체 가구수인 1588만7000가구의 20%를 차지했다.

선진국을 위협할 만한 수준으로 1인 가구의 수는 증가하지만 그에 따른 대책은 미흡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김혜영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인 가구 대상 설문조사에서 소형주택 및 아파트 입주권에 대한 기대치가 가장 높게 나왔다"면서 "1인 가구는 노후에 대한 경제적 불안감이 크기 때문에 세제지원이나 주택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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