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쇠고기 '구두 약속' 믿어? 말어?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05.13 15:37

실제 발생시 실효성 논란

-쇠고기 파동 진정 여부 주목
-반대진영, "미봉책용 립서비스 불과"
-재협상 통해 명문화해야 요구 거세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쇠고기 수입을 중단시키겠다는 우리 정부의 방침을 미국이 수용할 뜻을 보임에 따라 '쇠고기 파동'이 진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여당은 미국측의 화답으로 쇠고기 논란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고 반색하고 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구두 약속에 불과한 '미봉책'이라며 평가절하하며 재협상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답답하긴 미국도 마찬가지=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2일(현지시각) "미국은 국민 건강 보호를 정책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힌 한승수 국무총리의 담화문을 수용하고 지지하며 다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슈워브 대표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협정(SPS)에서 각국 정부가 자국 시민의 안전과 식품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주권을 보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그로기 상태에 몰린 우리 정부에 대한 '구원투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셈이다.

쇠고기 협상에서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미국 입장에서 바라볼때 한국에서 반 미국산 쇠고기 정서가 더이상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선 듯 하다. 이 때문에 한국의 '검역주권'을 일정부분 인정해주는 선에서 양보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새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한국 고시 예정일(15일)을 앞두고 고시 연기와 재협상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각적인 한국 수출을 바라고 있는 미국 쇠고기 수출업계의 우려와 압력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양국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비준을 위해서도 쇠고기 파동의 조기 진화가 필요하다는 데 양국의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미국과의 '공조'는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가 아닌 통상라인에서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의 '선물'에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미국 정부의 입장을 강조하면서 "한 총리의 담화문이 통상마찰로 시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 정부가 수용했기에 잘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국민과 국회에도 알려달라"며 미국측의 이번 조치로 쇠고기 수입 재개 파문이 가라앉기를 희망했다.


한나라당은 아예 미국산 쇠고기 협상 논란의 종식을 선언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미국도 수용했기 때문에 더 이상 무익한 논쟁을 이제는 거둬야 한다"고 밝혔다.

◇"문서에 담아야"=야당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진영에서는 미국의 '구두 합의'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리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웠다.

통합민주당은 손학규·박상천 대표와 김효석 원내대표, 소속의원과 당직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규탄대회를 갖고 "장관고시를 연기하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는 재협상을 통해서 관련 문구를 삽입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의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은 "국가간의 통상협상을 말로 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례에서 벗어난다"면서 "기자회견 질의응답 도중 나온 슈워브 대표의 언급으로, 미국측의 공식 입장으로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도 양국 쇠고기 협정문에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한국은 독자적으로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다만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낮출 때만 우리 측의 협정문 개정요구 절차를 거쳐 수입 중단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실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구두 약속을 담보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 실제상황에서는 구체적 실효성이 없는 구두 약속 보다는 문서상의 협정문이 우선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우리 측으로서는 불리한 점이다.

슈워브 대표의 발언도 GATT 규정 등을 인용하면서 한국이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는다는 점만 인정한 것일 뿐, 미국측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면' 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반 미국산 쇠고기 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양국 정부의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박원석 사무처장은 "광우병 발생 이전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처리 방안 등도 수입위생조건에 별도로 적시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어 안전성 담보 조치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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