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과 관련한 '오역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광우병 파동이 정점에 달한 지난 2일 광우병 파동에 관한 1차 정부합동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문답자료를 통해 "강화된 사료금지 조치는 30개월 미만 소가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하면 사료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연방관보 영어 원문에는 "30개월 미만의 소는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뇌와 척수를 제거하지 않고 동물 사료로 쓸 수 있다"고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국민들을 속이려 했거나, 미국측이 당초 약속된 내용과는 다른 내용을 관보에 게재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13일 "정부가 연방관보를 오역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난하면서 15일로 예정된 국내 고시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 쇠고기 재협상과 한·미 FTA 비준을 연계시켜 재협상 없이는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장관고시를 연기하고 재협상 절차에 들어가면 그때서야 FTA 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의 단순 실수였을 뿐, 국민을 속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당시 급하게 자료를 준비하면서 담당 직원이 연방관보 문구를 잘못 해석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곧 밝혀질 오역을 의도적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도 "정부가 쇠고기 협상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오인한 것 같다"며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오역 파문'과 미국 측이 지난 2005년 10월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에 관한 입법예고 때보다 낮은 수준의 동물성사료 금지조치를 연방관보에 게재한 사실과 맞물리면서 논란은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 측이 협상 때는 2005년 입법예고 수준을 약속했다가 정작 연방관보에는 후퇴된 안을 고시했다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미국 측 약속만을 믿은 나머지 오역 사태가 빚어졌다는 의혹이다. 미국은 2005년에는 도축검사에서 불합격된 모든 연령의 소에서 뇌와 척수가 제거되지 않으면 동물사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했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미국측이 취할 동물성사료 금지 강화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협상을 하지 않았다"면서 약속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상길 농식품부 축산정책단장은 또 "입법예고 된 후 지난해 5월 미국이 광우병 위험통제국이 된 사정변경이 있었고, 30개월 미만의 뇌와 척수는 광우병 위험물질(SRM)에서 제외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미국이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면 (협상 내용을) 고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오역 파문을 둘러싼 혼선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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