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박근혜, '당대표 제의' 진실게임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오상헌 기자 | 2008.05.12 17:47

靑 "대통령 당대표 제안했지만 고사"...朴측 "당직 언급없어..말장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사이에 '당 대표 제안' 여부를 두고 진실게임이 벌어질 조짐이다.

청와대는 지난 10일 양자간 회동에서 이 대통령이 '당의 구심점이 돼 달라'는 말로 우회적인 당 대표직을 제안했다고 12일 밝혔다.

박 전 대표측은 그러나 "당 대표 제안은 전혀 없었다. 청와대가 말장난을 하고 있다"며 부인해 회동 당일 대화 내용 등 사실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이 대통령께서 박 전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당의 구심점이 돼 달라, 그러면 친박복당 문제를 포함해 여러 문제가 해결될수 있지 않겠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이같은 제의는 사실상 당 대표직을 맡아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같은 제의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이미 당 대표를 맡을 수 없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맡겼냐'고 고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 대통령은 박 전대표와의 회동에서 진정성과 성의를 갖고 응대했다"며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 처럼 대통령이 준비가 없었다, 선물이 없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친박 복당 문제도 '현실적 한계가 있지만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친박복당의 고리를 풀어준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측은 그러나 청와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전 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회동에서 당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며 "(청와대와 여권 주류측에서) 말 장난을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당의 구심점이 돼 달라'는 말은 했을지 모르지만 당 대표직 제안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한 뒤 "당의 구심은 박 전 대표가 꼭 대표를 맡지 않아도 할 수 있고 (당 중진이면) 누구라도 구심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 본인이 누누이 '당의 일은 당에서 알아서 하라'고 해 놓고 당원이 선출하는 대표를 맡으라고 하는 건 월권"이라며 "중요한 건 복당 문제지 당 대표를 주고받는 게 아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다른 측근도 "박 전 대표는 그간 '복당이 허용되면 당 대표를 맡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면서 "그 사실을 잘 아는 청와대가 아무런 준비없이 회동을 추진한 데 대한 비난이 나오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당 대표' 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도 "청와대가 말장난을 하고 있다. 복당 문제는 '당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고 하면서 대통령이 공당의 '대표'를 특정인에게 제의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중 잣대 아니냐"며 "대통령이 당의 일에 관여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 10일 회동 결과를 직접 브리핑하면서 "당직 제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런(당직) 말씀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당직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협조를 구했느냐"는 물음에도 구체적 언급은 삼간 채 "'나라일이 잘 되도록 그렇게 도와서 하면 좋겠다'는 (대통령의) 말씀에 대해 저는 '제가 판단해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대통령이 말을 안해도 옳은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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