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00달러 괴담...대공황보다 가혹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 2008.05.13 10:00
- 항공 운항 중단, 차시장 패닉 가능성
- 화학비료 감소로 식량대란 우려도

직장인 A씨는 최근 춘계 체육행사 경품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 주유 상품권을 구입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다수가 주유 상품권을 원했던 것.

자가용 운전이 필수인 자영업자 B씨는 요즘 정유사 이벤트 응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무료 주유권을 내건 정유사 이벤트가 기름값 절약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여기에 신용카드도 리터(ℓ)당 50원~100원 정도 할인되는 주유 할인 카드로 모두 바꿨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주변에서 익숙해지고 있는 풍경이다. 최근 들어서는 괴담 수준에서 나돌던 '유가 200달러 시대'에 대한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유가 200달러의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 대공황-전쟁보다 가혹한 시대 = "지금까지 겪었던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등 그 어떤 시련보다도 더 가혹한 일이 될 것이다"

립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이자 '완전한 투자가'(Complete Investor)의 편집인인 스티브 립은 2년전 펴낸 '오일의 경제학'이라는 저서에서 '유가 200달러 시대'를 예고하며 이 같이 경고했다.

저자는 1970년에서 1982년까지 유가는 배럴당 1.35달러에서 35달러로 무려 26배나 올랐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유가가 배럴당 26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은 '인플레이션' 문제다. 석유는 자동차 등 각종 운송수단의 연료이고 플라스틱이나 아스팔트, 화학 제품 등을 만드는 기본 원료이기 때문에 물가 인상은 불가피하다.

인플레이션은 또 디플레이션을 촉발한다. 개인과 기업들이 석유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 다른 상품과 서비스에 지출할 돈이 줄고, 이런 흐름은 낮은 경제 성장과 높은 실업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유가의 지속적 상승은 스태그 플레이션을 수반한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이자율을 올린다면 '주택 가격의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것으로 봤다. 집값 하락은 경기 둔화와 주식시장 부진으로 연결되고, 전반적인 경제가 침체되면서 서로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 산업계 '치명적'‥휘발유 3000원 육박 = 실제 소비자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기름값은 말할 것도 없다. 정유업계에서는 리터당 120달러인 현재 시세에 대비해 유가가 200달러로 오르면 국내 유가는 리터당 약 500원 이상의 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휘발유 가격이 최근 들어 2000원이 넘어선 주유소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3000원대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국석유협회 관계자는 "120달러 대비 200달러 시대가 되면 국내 유가가 리터당 약
500원 이상의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이라며 "휘발유 가격이 현재보다 500원 이상 오른다면 석유화학용 나프타나 수송용 유류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항공업계에는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배럴당 1달러가 오르면 3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200달러가 되면 2조4000억원의 비용이 추가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임금 동결 등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다 결국 운행 중단 사태까지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원가절감과 연료값 부담이 적은 하이브리드 차 등 신개념 차 생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지만 판매 시장 자체에서는 '패닉'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 유통·식품업계도 '비상' = 유통·식품업계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직접적인 매출 타격보다는 비용 상승에 압박이 가해질 전망이다. 물류비용과 함께 에너지 비용이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식품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식품업계는 유가가 오르면 수송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물류비용 상승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페트 등 부자재값 부담이 증가하면서 포장비용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미국 포스트카본연구소의 리처드 하인버그 연구원은 "대공황 이상의 경기 침체를 야기할 것"이라며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식량 생산도 급감, 수십억명이 굶어죽는 사태까지 빚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대적으로 유가 영향이 낮은 전기전자 업종도 공장가동 비용이나 물류비 등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도 "유가 200달러 시대는 상상할 수 없는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도 그렇지만 산업계 전반에서 침체가 가속화될 경우 경제의 펀더멘탈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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