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조정위' 있으나마나?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08.05.13 09:12

"건보 입장만 일방적 수용" 주장…제약사 납득 못시켜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 이후 신설된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조정능력에 불신이 커지고 있다. 조정위는 필수의약품 중 제약사와 건보공단의 약가협상이 결렬된 의약품의 약가를 조정하는 기구다. 하지만 첫번째 조정과정에서 건보공단측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 '조정없는 조정위' '건보공단 건수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2일 보건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정위는 첫 상정된 백혈병치료제 '스프라이셀'의 약가를 4차례 걸친 회의끝에 규정된 시한을 넘기는 등 어려운 과정을 거쳐 결정했지만 그 내용은 낙제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7일 조정위는 스프라이셀의 약가를 1알에 5만5000원으로 결정했다. 스프라이셀 제조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는 조정위의 결정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결정이 나올 것이었다면 굳이 조정절차에 들어가 힘을 뺄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반응이다. BMS측은 스프라이셀 공급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최악의 경우 BMS가 스프라이셀을 국내에 공급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BMS측이 더 허탈한 것은 조정위로부터 이렇다할 설명조차 듣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BMS 관계자는 "조정위로부터 약가결정 대한 합당한 이유와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조정위라면 양측의 입장을 듣고 합리적인 약가를 찾아가는게 옳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방적 결정의 문제점은 제약사를 설득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제약사가 약가에 반발해 약품 공급을 하지 않았을 경우 보건당국에서 취할수 있는 조치는 전무하다. 이와관련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을 모두 납득시키는 것이 조정위가 해야할 일”이라며 “단순히 약가를 결정할 경우 조정위를 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성환 조정위원장은 “명확한 신약 약가결정 시스템을 찾을 수 없었다”며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내린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조정위원들의 대다수가 정부와 정부관련 소속이라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총 14명의 조정위원 중 6명이 복지부, 건보공단, 심평원, 식약청 소속이다. BMS와 약가협상을 벌였던 건보공단 소속 조정위원도 2명이나 포함돼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중립된 입장에서 약가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로 조정위를 구성해야 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조정위의 역할은 건보공단의 주장을 다시 한번 인정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프라이셀에 이어 두번째로 직권중재 의약품으로 결정된 로슈의 에이즈치료제 ‘푸제온’의 약가조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로슈는 ‘푸제온’에 대해 2004년 국내 시판허가를 받았지만 건보측이 제시한 약가를 거부, 해당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약제급여조정위원회
내용 : 지난 2006년 12월29일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시행되면서 보건복지가족부(당시 보건복지부)내에 조직된 산하기구

역할 : 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간 약가협상이 결렬될 경우 환자의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약제의 상한금액 조정 및 결정.

의결방법 :약제급여 결정은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

[현재까지 활동]
2008년- 3월14일 첫 약제급여조정위원회 개최
(BMS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 첫 급여 조정 대상)

- 4월11일스프라이셀 2차 조정회의
- 4월27일 로슈 에이즈치료제 ‘푸제온’ 급여 조정 대상 지정
- 4월28일 스프라이셀 3차 조정회의
- 5월7일 스프라라이셀 4차 조정회의
(스프라이셀 약가 직권조정)

[위원구성 (총 14명)]
*보건 당국 6명
보건복지부 보험약제팀장
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 급여관리실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개발상임이사, 법규송무부장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관리팀장

*의약 단체 4명
의사협회 보험부회장
병원협회 보험위원장
약사협회 기획이사
원약사회 부회장

*제약관련 단체 추천 2명
제약협회 상무
KRPIA(다국적의약산업협회) 부회장

*소비자단체 추천 2명
녹색소비자연대 대표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2세 신발 만든 지 5개월 만 파경…지연, 황재균 흔적 싹 다 지웠다
  2. 2 33평보다 비싼 24평…같은 아파트 단지인데 가격 역전된 이유
  3. 3 티아라 지연·황재균 이혼 인정…"성격 차이로 별거 끝에 합의"
  4. 4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쯔양 복귀…루머엔 법적대응 예고
  5. 5 "명장 모셔놓고 칼질 셔틀만" 흑백요리사, '명장·명인' 폄하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