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베어마켓 랠리 종료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5.09 17:19

8주만에 첫 음봉 출현..스태그플레이션 부각

코스피지수가 8주만에 첫 음봉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17일 연저점(1537)부터 지난 7일 고점(1868)까지 330 포인트 급등한 베어마켓 랠리가 종료됨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20일 이평선(1802)과 주봉 5MA(1809)가 지지되는 한 상승추세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는 진단이 여전하지만 주가를 계속 끌어 올릴 만한 변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포스코가 6일 연속 오른 데 힘입어 철강금속 업종이 1.5% 상승했고, 두산중공업을 필두로 기계업종(0.75%)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주가 포진된 운수장비 업종(0.11%)이 오르는 등 지수 하락압력 속에서도 살아있는 종목과 업종이 포착됐다.
하지만 중국 증시에 대한 막연한 바닥 기대감과 저평가 인식에 따른 일시적인 순환매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최근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던 삼성전자, LG전자, 동양제철화학, 한국가스공사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주도주에 대한 레벨부담이 만만치 않음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오를 종목과 업종에 대한 탐색에 골몰하기보다는 차익실현에 따른 현금 확보의 기회를 잡는 데 중점을 둘 시점인지 모른다.

이날 발표된 4월 생산자물가(PPI)는 전년동월대비 9.7% 상승해 지난 98년 11월(11.0%) 이후 9년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1월 5.9%, 2월 6.8%, 3월 8.0%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 한국은행 관계자조차도 물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실정이다.

중국 4월 PPI도 전년동기대비 8.1% 상승했다. 전날 유럽중앙은행(ECB)와 영란은행(BOE)는 물가 부담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8일만에 소폭(-4.9원) 하락했지만 장중 고점이 1052.5원으로 또 높아졌다.
KIKO(녹인-녹아웃) 옵션 계약을 체결한 업체들이 환율 급등에 따라 대규모 환차손을 입으면서까지 당초 계약액의 2∼3배에 달하는 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환율이 빠지기 어렵다.

고물가와 고환율의 부담이 증폭되는 가운데 달러 매도헤지에 나섰던 수출업체들이 환차손 및 환평가손으로 영업이익의 전부 또는 그 이상의 손실을 봐야하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면 영업이익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 주장은 허구에 그칠 공산이 있다.


이날 외국인이 연중 최대규모(9591계약)의 지수선물 순매도에 나섰고 연중 최대치(7079억원)의 프로그램 차익거래 순매도 물량까지 터진 가운데에서도 주가 낙폭이 1.3%에 불과했다는 점에 점수를 줄 수 있다.

향후 외국인이 다시 순매수에 나설 여지가 생겼고 5일째 사상최대치를 경신했던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 잔고 부담도 덜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모두 순이익분이다. 만일 글로벌 유동성 위기가 재발해서 현금 확보를 위한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공세가 되풀이 된다면 '증시하락-환율상승-물가상승'의 3가지 요소가 상호 악순환적 연쇄작용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엔화 강세가 재연되는 것도 음울한 현상이다. 엔/달러 환율이 105엔선을 넘지 못하고 102엔대로 밀리는 것 역시 베어마켓 랠리의 한계를 나타낸 것일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이 지났다는 안도감이 확산되고 다시 주가 2000을 볼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충만해진 시점에서 주가가 하락세를 재개한다면 지난 11월부터 올 3월까지 4개월간 지속됐던 악몽보다 충격이 클 수 있다.

처음 급락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설마하는 생각이 강했을 것이기 때문에 환매가 극히 제한적이었겠지만 주가 상단에 캡이 씌워지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부터는 추가적인 원금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환매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유동성 위기가 실물 경제 위기로 전이됐다는 주장이 맞다면 스태그플레이션 또한 우려로 그치지 않을 일이다.
미국이 서브프라임 위기를 맞았듯이 한국에서는 환율위기, 펀드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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