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기로]②환율정책과 충돌

더벨 이승우 기자 | 2008.05.15 09:00

고환율 유도시 통화정책 입지 좁아질 듯

이 기사는 05월13일(11:5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유럽은 가계와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이 평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긴급상황"-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선 원유가격, 올들어 50% 이상 급등한 곡물 등 원자재 가격 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자 미국발 신용경색 파장에 따른 실물 경제 훼손을 우려하던 주요 국가들도 최근 들어서는 인플레를 부쩍 신경쓰고 있다.

작년말 이후 주요 국가들의 물가지수(CPI)는 동반 상승세다. 고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유로존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과 같이 경기 하강에 있는 국가들은 금리 인하를 늦추는 식으로 물가 압력 확대를 제어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 달러화 약세를 받아들여 자국 통화 강세를 유도,인플레 압력을 완화시키고 있다. 중국과 남미 등 경기 상승세가 지속되는 나라는 통화 강세와 더불어 금리 인상까지 단행하고 있다.


EU와 중국 뿐 아니라 주요 국가들의 통화는 미 달러 약세를 등에 업고 강세를 보이고 있다. 4월말 현재 달러화에 대해 유로화는 작년말 대비 8.3%, 일본 엔화는 12.2%, 스위스프랑은 13.2%에 달하는 절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수입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 압력은 완화될 수 있다.
↑작년말 대비 4월말 현재 절상·절하율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물가 수준은 이미 글로벌 인플레이션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한국은행이 정한 목표치 상단인 3.5%를 넘어 4%대에 진입했다.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유로존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로존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환율이다.

원화환율은 작년 하반기를 정점으로 상승 추세를 그리면서 달러화에 대해 4월말 현재 전년말 대비 6.15% 절하됐다. 오히려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로존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과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몇 년동안 환율 하락 심리가 과도했던 것에 대한 반작용 속에 수급상으로도 상승이 추세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로존도 우리나라와 같이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 인하 압력이 거세지고 있지만 통화 강세라는 '히든 카드'를 쥐고서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환율 상승을 유도하면서도 금리 인하까지도 고려하고 있어 물가 측면에서의 정책 여건은 상당히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수출 경쟁력 제고를 통해 성장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에 의한 것이다. 이로 인해 환율과 금리정책 모두에서 물가가 외면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환율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와중에 경기도 살아나지 않을 경우 금리마저 내릴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한 이코노미스트는 "성장을 추구하는 게 나쁘지는 않지만 이때문에 물가가 치솟는다면 결국 실질적인 성장은 이전과 다를 게 없다"며 "높은 숫자로 나타는 허울뿐인 성장률 달성 목표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은 무리가 있다"며 "환율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금리는 향후 내리는 쪽으로 가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잘 살아나지 않는 내수보다는 확실한(?) 수출 쪽에 드라이버를 걸겠다며 계속해서 환율을 위로 이끈다면 앞으로 금리 정책의 운신폭은 점점 좁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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