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광우병 입장' 한달만에 선회?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 2008.05.09 11:57

"지속적 감시체계 유지 필수"… 수입찬반ㆍ안전성 언급 회피

대한의사협회가 '인간광우병' 논란에 대해 두번째 입장을 밝혔다. 이번 공식입장은 지난 4월 쇠고기수입협상 타결 직후 밝힌 첫 의견에 비해 상당히 '신중한' 방향으로 선회했다.

대한의사협회는 9일 공식입장을 통해 "최근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각종 주장들이 떠돌며 국민들의 불안과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의학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려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광우병 예방 및 조기발견, 확산방지를 위해 지속적 감시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꼭 지켜야할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공식입장에서는 쇠고기수입에 대한 찬반입장이나 안전성여부에 대한 언급은 철저히 배제됐으며, 지금까지 수차례 정부나 언론을 통해 공개된 수준의 학술적 설명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는 지난 4월 중순 한미간 쇠고기수입 전면개방협상이 타결된 직후 나온 공식입장과는 다른 관점의 접근이다.

당시 의협은 "미국이 광우병의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우리나라 역시 광우병의 공포에 노출될 수 있다"며 "정부는 생명을 위협하는 유해한 쇠고기 수입을 철저히 차단하라"고 경고했다.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파돼 인간광우병을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수입결정을 내린 것은 국민건강에 위협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입장에서 의협은 "감시체계 유지는 지켜져야 하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않은 주장들로 불안과 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의협이 밝힌 '인간광우병'에 대한 학술적 견해다.

▶소광우병(BSE)은 1986년 영국에서 처음 보고된 소의 병으로 변형프리온단백질에 오염된 조직이나 골육분 첨가사료를 통해 발생하는 동물의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프리온(prion)단백질에 의한 질환은 소뿐 아니라 사람을 포함한 여러 포유동물에서 발생한다. 사람에서 발병하는 대표적 프리온병은 크로이츠펠트-야곱병(CJD)으로, 우리나라에도 보고사례가 있으며, 이것이 '인간광우병(vCJD)'인 것은 아니다.

▶변형크로이츠펠트-야곱병(variant Creutzfelt-Jacob disease, vCJD)은 사람이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음으로써 발병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것이 사람의 병인 '인간광우병(vCJD)'이다.

▶인간광우병은 2008년 4월까지 전세계적으로 207례가 보고됐고,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보고된 사례가 없다.

다음은 의사협회가 제시한 광우병 궁금증에 대한 문답정리.

- 광우병(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BSE)은 어떤 병?

▶소 광우병은 주로 성장된 소에서 나타나는 신경질환으로 '프리온(prion)'이라는 단백질이 원인이다. 변형프리온단백질에 오염된 조직이나 오염된 육골분 첨가 사료를 먹음으로써 발생된다. 1986년 영국에서 처음 소광우병에 걸린 소가 보고된 이후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많은 사례가 보고됐으며, 미국과 일본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


- 크로이츠펠트-야곱병(Creutzfelt-Jacob disease, CJD)은 어떤 병?

▶전세계적으로 분포돼 있으며, 대개 50대 후반 성인에게서 발생한다. 질병초기에는 자기 무시와 무감동, 안절부절 등 치매증세를 보이며 쉽게 피로하거나, 과다수면, 불면 등 수면 장애 등이 나타난다. 그 외 소뇌 기능장애나 뇌신경마비도 온다. 대개 환자는 3~6개월 내에 사망하며, 5~10%의 환자는 2년 이상 사는 경우도 있다.

- 인간광우병(variant Creutzfelt-Jacob disease, vCJD)은 어떤 병?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음으로써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퇴행성신경질환이다. '사람광우병'에 걸린 환자와 접촉하는 것으로는 전파되지 않으며, 공기를 통해서도 전파되지 않는다. 주로 20대, 30대의 사람에게 발병하며 정신착란과 간대성 근경련, 운동실조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치매가 진행된 후 2년 이내에 사망한다. 1996년 영국에서 처음 보고된 후, 2000년에 30명가량으로 증가했다가 그 이후에는 연간 10명 내지 20명의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고된 사례가 없다.

- 인간광우병(vCJD)의 위험성은?
▶소광우병이 30개월 령 이상의 소에서 주로 발병사례가 보고되었다는 점에 비춰볼때 소의 신체조직에서 '특정위험부위(specified risk material, SRM)'를 제거한 30개월 령 미만의 소를 먹을 경우에는 사람에게 광우병이 발병할 위험성은 매우 낮다.

-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하면 인간광우병에 100% 걸리나?
▶소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모두 인간광우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소광우병은 소의 병이기 때문에 사람으로 넘어오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잠복기가 수십 년 이상으로 길 수 있기 때문에 소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음으로써 '사람광우병'이 발생할 위험성을 판단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 '특정위험부위(Specified risk material, SRM)'란?
▶특정위험부위(SRM)란 소광우병(BSE)의 원인체인 프리온이 주로 축적되는 신체부위로 소의 어린 시절에는 편도와 소장말단부이며, 30개월 령 이상이 되면 뇌·눈·척수 등에도 축적되어 뇌·눈·머리뼈·척수·척주·편도·소장말단부 등 7개 부위를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특정위험부위로 정하고 있다.

- 우리나라 사람이 인간광우병에 더 취약한가?
▶프리온 유전자 중 메치오닌/메치오닌(MM)형이 서양인보다 한국인에게서 빈번한다는 보고가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인간광우병 환자 중 메치오닌/메치오닌(MM)형이 많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집단유전학연구가 수행되어, 상대비교위험도(relative odd ratio)평가 등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한국인이 사람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결론은 낼 수 없다.

- 국내에서의 크로이츠펠트-야곱병(CJD)및 인간광우병(vCJD) 환자의 발생현황은?
▶국내에서는 크로이츠펠트-야곱병(CJD)의 보고 사례만 있습니다. 2001년부터 크로이츠펠트-야곱병(CJD)에 관련, 신경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중심으로 표본감시를 운영한 이후 2001년 5명, 2002년 9명, 2003년 19명, 2004년 14명, 2005년 15명, 2006년 20명, 2007년 2월 현재 4명으로 총 81명이 신고됐다. 그러나 학계 전문가들은 국내에 연 30명 내지 50명 정도의 환자가 발병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자 중 일부는 크로이츠펠트-야곱병(CJD)으로 확진 받지 못하고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광우병의 보고 사례는 없다.

- 인간광우병의 치료법은?
▶치료법은 현재 없다. 현재까지 인간광우병으로 밝혀진 환자는 모두 사망했거나 치료 불가능한 상태다.

-인간광우병 예방대책은?
▶소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시스템과 보다 확고한 감시체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내장, 뼈 등도 식재료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식습관을 고려할 때 향후 인간광우병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예방하기 위해서는 쇠고기에 대한 완전한 검역 등 관리 시스템을 수립해야 하며, 국내의 사람 및 동물들에 발생하는 모든 프리온질환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 및 추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5. 5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