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공급리스크..무서운 200불 공감대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5.12 09:01
국제유가 5일째 사상최고치 경신
약달러보다 수급 불균형 부각돼
200달러 시대-연내 150달러 전망 확산

이제 누구나 유가 200달러 시대를 얘기한다. 유가를 전문으로 분석하는 상품 애널리스트 뿐 아니다. 외신도 200달러 시대를 공공연하게 다루고 있으며 급기야 세계 원유공급을 좌우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까지 200달러를 얘기하는데 더이상 눈치를 보지 않는다. 연내 150달러 전망은 이제 소수가 아니라 대세로 자리잡았다.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듯 유가는 중단없이 오르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2.27달러 오른 125.96달러로 마감했다. 시간외 거래에서 더 상승하며 126.27달러까지 올랐다. 6일째 올랐으며 5일 연속 사상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한주동안만 8.3% 올랐고, 일년 전에 비해서는 100% 넘는 상승세다.

원유 전망 족집게로 불리는 골드만삭스에 이어 OPEC도 200달러 시대를 공식화했다.

차킵 켈릴 OPEC 의장은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달러 약세가 계속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원유 공급은 충분한 상태라며 약달러를 유가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석유공급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OPEC이 약달러라는 핑계를 대고 200달러 시대를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밝힌 것이다.

4월 후반 이후 유가 상승은 달러화가 반등한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투기자금이 약달러의 도피처로 원유시장을 선택하고 공세에 나선 것과 차별화된다.

때문에 공급에 비해 수요가 지나치게 많다는 수급 불균형이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 고성장국들의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이란,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주요 생산국이 정정불안으로 제대로 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유가 하락을 예상해왔던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의 대니얼 여진 소장은 산유국들의 잉여생산능력은 하루 원유 수요의 2.3%에 불과한 200만배럴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연내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4월 OPEC 비회원국들의 원유 생산증가율도 시설노후화와 투자부족으로 1%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올해 하루 생산량을 8만5000배럴 낮은 5050만 배럴로 하향조정했다. 지난 30년간 원유 생산 증가를 주도한 비(非)OPEC 산유국들은 최근 자원민족주의 등을 내세우며 생산을 자제하고 있고 이는 공급불안을 심화시켰다.

석유는 매장량이 극도로 제한돼 있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 일부 산유국의 생산량은 매장량이 고갈되며 부쩍 감소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경우 2001년 생산량이 최대에 달한 이후 25% 감소했고 영국의 생산량도 8년간 43% 줄었다.

아직 개발하지 않은 유전이 많은 러시아의 경우 현재 원유 생산량이 하루 1000만배럴에서 큰 변화가 없다.

선물시장의 투기세력이 급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도 높아졌다. 때문에 미상원은 에너지 선물시장의 투기를 완화시키기 위해 현금 담보비율을 높이는 방안까지 추진했다.

그러나 유가상승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북반구의 여름철 에너지 소비 특수까지 앞두고 있어 공급불균형이 한층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6~24개월 안에 최대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했고 온라인 경제매체인 마켓워치는 이같은 전망에 동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7일 연내 150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했다.

유가급등을 '즐기고' 있는 OPEC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해 OPEC이 증산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OPEC 회원국인 리비아의 쇼크리 차넴 대표는 "OPEC이 지금까지의 (수출량을 늘리지 않는다는)입장을 뒤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OPEC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다른 선택권을 고려할 것"이라며 "수출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석유 공급량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OPEC은 최근까지 석유 공급량을 늘릴 의사가 없다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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