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빠져나가기 쉬운 '구멍 뚫린'질문은 때론 상장기업이 일파만파로 퍼지는 '진짜 소문'을 진화할 수 있는 '짜릿한'계기가 되기도 한다.
'대주주지분은 안판다'
'매각은 검토중이지만, 그 회사는 아니다'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등의 다양한 답변은 치솟는 주가를 잠재우거나, 꺼져가는 협상의 불씨를 살리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실제 '검토중','미결정','협상중'은 비슷한 '부인(否認)'인의 답변이지만, 시장에 전달되는 이미지는 천차만별이다. 기업은 '꽃놀이패'처럼 입맛에 맞게 골라 쓰면 된다.
#사례 1. 제일화재.
주가는 15일까지 나흘연속 상승중
4월15일 거래소: "국민은행에 인수됩니까?"
4월16일 제일화재: "국민은행 피인수는 사실무근입니다"
답변 이후에도 6일 연속상한가.
4월21일 거래소: "한화손해보험에 인수됩니까?"
4월22일 제일화재: "한화손해보험에는 매각 안합니다."
5월2일. 메리츠증권, 제일화재 인수 신청
#사례 2. 이트레이드증권
주가는 국민은행 등 인수설로 상승중
3월6일 거래소: "최대주주 지분 매각합니까?"
3월7일 이트레이드: "검토중이지만 결정된 바 없습니다". 주가는 다음날 상한가
4월7일 재공시: " LS네트웍스와 협상중입니다. LS전선 피인수는 사실무근입니다" 주가는 이후 곤두박질.
#사례 3. 골든오일.
주가는 SK에너지 등 인수설로 4월 초부터 급등중.
4월 29일. 거래소: "최대주주 지분매각합니까? 유상증자합니까?"
4월 30일. 골든오일: "최대주주 지분은 안팝니다. 유상증자 검토중이지만, 확정된 사항은 없습니다" 이후 주가는 급락
5월 7일. 유상증자 결정발표. 동양메이저에 1400억 전환사채(CB) 발행
#사례 4. 하나로텔레콤
SK텔레콤 인수설로 주가 급등중
2007년 12월 3일 거래소: "SK텔레콤에 인수됩니까"
12월 4일 하나로텔레콤: "미확정입니다. SK텔레콤과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을 통보받았습니다". 주가는 사흘째 하락.
12월 4일 거래소: "SK텔레콤과 AIG뉴브리지캐피탈읜 인수계약을 맺었다는데요"
12월 5일 하나로텔레콤: "1일 체결했습니다. 이견이 있었지만 해결됐답니다" 주가는 급등
#사례 5. 엠파스(현 SK컴즈)
2006년 10월 13일 거래소: "구글에 인수됩니까"
10월 13일 엠파스: "구글에는 인수안됩니다. 논의한 적도 없습니다"
10월 19일 : 최대주주 SK커뮤니케이션즈로 변경
#사례 6. 신흥증권(현 현대차IB증권)
현대차 인수설로 주가 급등중
1월 3일 거래소: "최대주주 지분 매각합니까?"
1월 4일 신흥증권: "협의하고 있지만, 결정된 사항 없습니다" 주가는 계속 급등
1월 13일 신흥증권: "현대차에 팔기로 양해각서 맺었습니다" 주가 급락
#사례 7. 인터파크
지마켓 매각설로 주가 급등중
2007년 12월 11일 거래소: "인터파크지마켓 매각합니까"
12월 12일 인터파크: "검토중이지만 확정된바 없습니다". 이후 주가 급락시작
1월 11일 인터파크 재공시: "검토중이지만 확정된바 없습니다"
2월 11일 인터파크 재공시: "매각협상중. 법률검토중입니다. 확정된 바는 없습니다" 주가는 추세하락 중 재공시 시점마다 반등.
3월 11일 인터파크 재공시: "협상지연으로 매각 중단합니다" 이후 주가 회복시작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이에대해 "공시는 상장기업이 어떤 목적으로 행동하는지를 알려주는 상장기업의 책무"이라며 "혼선의 여지가 있으면 공시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장은 "특히 코스닥 기업의 경우 애매모호하게 답변하면서 나중에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투자자와의 정보비대칭성을 확대시키면서 악용되는 공시제도는 당연히 시정돼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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