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치 투자 관점으로 접근하면

이건희 외부필자 | 2008.05.08 12:26
최근 1년 동안 강남의 아파트는 약세인데 반해 강북의 아파트들이 크게 오르면서 희비가 엇갈리는 집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5월5일에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올해 1월1일 기준으로 산정된 공동주택가격의 분석에서도 확인됩니다.

서울 강북구는 가구당 평균 가격이 1억701만원에서 1억2872만원으로 올라서 전년도 대비한 평균 상승률이 20.3%이고 동대문구는 1억8126만원에서 2억937만원으로 올라서 15.5%, 도봉구는 1억4335만원에서 1억6432만원으로 올라서 14.6%, 노원구는 1억5162만원에서 1억7330만원으로 올라서 14.3%의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용산구는 4억575만원에서 4억9592만원으로 올라서 10.0% 상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에 버블세븐으로 불렸던 강남구는 3.8% 하락하여 6억7733만원, 서초구는 2.6% 하락한 6억13만원. 송파구는 1.9% 하락한 4억3562만원, 양천구는 6.9% 하락한 3억251만원, 분당은 7.1% 하락한 4억5985만원, 평촌은 5.0% 하락한 2억4525만원, 용인은 4.9% 하락한 2억7358만원의 가격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몇 개 아파트 단지의 실제 가격 변화를 살펴보면 더욱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아파트 근처가 수천세대 이상의 대단지를 이루는 곳으로서 전용면적은 80㎡를 약간 초과하고 방3개인 아파트를 임의로 선택하여 비교해보겠습니다. 이런 유형의 아파트를 한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합니다. 입주일은 1980년대로 통일하였습니다.

2004년1월→2005년1월→2006년1월→2007년1월→2008년4월의 가격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가격은 “부동산뱅크”의 데이터 인용. 괄호 안은 전용면적과 입주일)

*노원구 상계동 주공3단지(84.2㎡, 1987년11월) 2.3억원→2.6억원→2.8억원→3.8억원→5.0억원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1단지(84.6㎡, 1987년1월) 1.8억원→1.9억원→1.9억원→2.7억원→3.5억원
*강남구 선경 1차(84.2㎡, 1983년1월) 9.0억원→7.9억원→10.5억원→15.0억원→15.5억원
*송파구 신천동 진주(81.8㎡, 1980년1월) 6.4억원→6.0억원→7.7억원→10.7억원→9.3억원

위에 예시한 아파트를 보면 재작년까지는 강남구와 송파구의 아파트 가격은 크게 오르면서 노원구와 도봉구의 아파트는 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그 뒤로 강남구와 송파구의 아파트 가격은 정체상태에 들어가고 노원구와 도봉구의 아파트 가격은 크게 올랐습니다. 기준일을 2004년1월로 할때 올해 4월까지의 상승률과 기준일을 2007년 1월로 할때 올해 4월까지의 상승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3단지(84.2㎡, 1987년11월) 117%, 32%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1단지(84.6㎡, 1987년1월) 94%, 30%
*강남구 선경 1차(84.2㎡, 1983년1월) 72%, 3%
*송파구 신천동 진주(81.8㎡, 1980년1월) 45%, -13%(하락)

즉 약 3년 전에 강남구와 송파구의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때에 가격이 움직이지 않고 있던 노원구와 도봉구의 아파트를 사서 지속 보유하였을 경우 지금은 오히려 더 큰 수익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런 것을 통해서도 꼭 당장 오르고 있는 것을 사는 것이 나중에도 좋은 결과를 낼지 여부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일치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입니다.

미래 변화의 방향을 족집게로 늘 잡아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어떤 시기에는 잘 맞히는 사람이라도 또 다른 시기에는 틀리기도 합니다.

가격 변화의 예측에 대한 불확실성의 위험은 가격의 변화를 맞추려는 자세가 아닌 다른 자세를 통하여 회피하면 됩니다. 이는 주택에서는 주거가치와 임대가치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예전부터 항상 강조를 해왔습니다.

노원구와 도봉구의 아파트가 근래 들어서 크게 오른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이유들이 대두되고 있지만 근본은 주거가치 대비하여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뒤늦게라도 크게 오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로 인한 고가 아파트의 수요 감소, 뉴타운 등 도시재생사업, 광역교통망 구축 등의 지역개발 호재가 소형이면서 저가인 아파트들이 몰려있는 지역의 아파트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재료가 따르더라도 주거가치가 충분히 뒷받침 되어야지만 오르기 수월한 것입니다.


위에 예시한 상계동의 주공아파트 단지는 그 일대가 신도시 급으로 무척 넓게 조성된 지역입니다. 수도권에서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되었던 최초의 대규모 신도시라 봐도 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그 곳에 가면 살기가 좋겠다고 느낄만한 지역입니다. 실제로는 그렇게 느끼면서도 “그러나 ... ”하는 꼬리표를 달게 됩니다.

원래 오르지 않던 곳이고 인기지역이 아니니까 앞으로도 오르기 힘들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인기 연예인이 태어날 때부터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닙니다. 인기 지역, 인기 아파트도 무조건 처음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원래 상계동 주공아파트 단지에는 대형평형 없이 소형평형만 많고 서민들이 주로 살다보니 아파트 시세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생겨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세차익을 노리는 매수자는 들어오지 않고 임대소득만을 취하며 보유하거나 적은 돈으로 충분한 주거가치를 누리면서 살려는 사람들만이 들어왔던 것입니다.

그 곳에서 4호선을 이용하면 강북 중심권으로 출퇴근하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강남이 일자리가 많기 때문에 강남에서 가까운 지역의 주택 수요가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강남 중심권만이 아니라 강북 중심권에도 일자리가 무척 많기 때문에 강북 시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거주할 주택의 수요는 무척 많습니다. 더욱이 7호선이 생긴 이후로는 상계동에서 강남권에 접근하는 것이 용인에서 오는 것만큼 용이해서 대중교통 면에서는 양호한 지역입니다.

주식시장에서도 아무리 소외되어있던 종목이라도 가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있을 때에 적당한 기회를 만나면 크게 오를 수 있듯이 부동산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외되어 있으면서 싼 것이면 언젠가 다 크게 오른다고 보고 사두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찾아보면 몇 십 년이 되어도 가격이 꿈쩍도 하지 않는 부동산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더러는 가격이 하락하기도 하며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시세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가치에 비해서 저평가 되어있던 것이어야지만 비록 어떤 시대에는 소외되어 가격이 정체되어 있더라도 시장의 환경이 변하고 재료가 나올 때에 시세차익을 노리는 매수자들이 들어올 포텐셜이 생겨납니다.

저평가 상태가 아니라도 새로운 성장가치가 생겨나서 투자자들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가격이 크게 오르기 전에 매수하려면 정보력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어느 정도 알려진 재료를 보고 투자를 해도 늦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 투자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에 반하여 현재의 가치를 느끼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인기가 당장은 없더라도 가치 대비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고 분명하게 느껴진다면 그 가치를 누리면서 활용하고 보유하는 것이 최소한의 안전성은 가져다줍니다.

가격의 수준을 평가할 때에는 자신의 입장과 경제력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주식시장에서도 서로 다른 분야의 종목들을 비교하면서 상대적 평가를 해서는 적절치 않습니다. 어떤 업종은 평균 PER이 낮기도 하고 어떤 업종은 그보다 평균 PER이 훨씬 높기도 합니다.

국가별로도 선진국 시장의 평균 PER이 이머징마켓의 평균 PER과 다릅니다. 이머징마켓의 어떤 국가의 PER이 이머징마켓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임에도 선진국과 비교해 높다고 판단해 투자를 기피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그렇다고해서 이머징마켓의 국가라면 PER이 무한정 높아도 된다고 봐서도 곤란합니다.

마찬가지로 주택도 같은 그룹 내에서 상대적인 비교를 해야 합니다. 서울 아파트의 가격과 지방 소도시의 아파트 가격을 비교해서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힘듭니다. 서울 안에서 지역별 차이가 있을 때에 객관적인 지역별 차이 이상으로 가격이 벌어져 있다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쪽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생겨나는 일종의 차익거래와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해도 됩니다.

위에 예시한 아파트에서 강남구 대치동 선경 아파트와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 아파트의 가격비가 2004년1월에 5배이던 것이 2008년4월에는 4.4배로 줄어들었습니다. 노원구 주공 아파트와의 가격 비는 2004년1월에는 3.9배이고 2008년4월에는 3.1배입니다. 두 곳의 학군 차이와 지역 브랜드의 차이 등으로 인하여 가격이 어느 정도 차이 나는 것이 적절한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파트 가치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므로 정답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무한정 가격이 계속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비논리적입니다. 상대적인 가격이 2배가 적당한가, 3배가 적당한가, 5배가 적당한가, 10배가 적당한가, 또는 50%가 적당한가, 33%가 적당한가, 20%가 적당한가. 10%가 적당한가, 비록 답은 유일하게 존재하지 않고 각자의 주관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이런 생각을 아예 해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최소한 생각은 해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만약에 모니터링 요원을 50명 정도 무작위로 선정해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해보면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두 아파트를 꼼꼼히 견학을 시키고 두 아파트에 대한 여러 가지 특성들을 자세히 알게 한 다음에 두 아파트의 가격이 몇배 차이가 나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조사해본다면 참고로 할 만한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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