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지수 1850선의 뒷모습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5.07 17:29

사상최고치 종목 후퇴...증시지반은 여전히 연약

코스피지수가 나흘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0.26% 하락한 마감 수치만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5일 이평선에서 지지를 받았고 대세 상승가도에 걸림돌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날도 주가를 방어한 것은 프로그램과 연기금이었다. 연기금은 1457억원을 순매수하며 매수 주체를 자청했다. 나흘간 순매수 규모가 4600억원에 달한다.
지수선물 순매도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현물 스위칭의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지수가 1850선에 이른 현재 매수 강도를 높이는 것은 다소 모험이 아닐 수 없다.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이날도 1199억원 순매수를 나타냈다. 5일 연속된 순매수 행진 속에 매수차익잔고가 7조1500억원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수차익잔고가 7조5000억원까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나흘째 사상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연기금과 프로그램 순매수에 대고 외국인은 이틀째 현·선물 동시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괴리율이 나흘 연속 플러스를 나타낼 정도로 지수선물이 이론가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은 이틀간 4400계약의 선물을 순매도했다. 비록 소액이지만 현물 순매도도 병행하면서 외국인의 시각이 변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전날까지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던 시총 상위 종목이 최고치를 한번더 만들지 못하고 하락한 것은 지수 관점에서 부정적인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장중 1.7%까지 빠지다가 0.5% 하락 마감으로 선방하며 양봉을 만들었지만 '황제주'라는 칭송이 무색해졌다.
LG전자도 이틀째 사상최고치를 추가로 뽑아내지 못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전날 위쪽에 긴 꼬리가 달린 음봉을 기록한 뒤 이날 또 다시 음봉을 세우면서 모양이 애매해졌다. 2주일전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던 동양제철화학은 5일 및 10일 이평선까지 하향돌파했다.

물론 오른 업종과 종목도 있다. 현대차기아차는 각각 2.8%와 3.1% 상승했다. 전날 6.3% 급등했던 LG디스플레이는 이날도 3.7% 올랐다.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도 2∼3% 상승했다.

이번주 들어 우리금융외환은행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날 은행 및 금융업종은 하락세를 보였다.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던 종목의 기세가 누그러지는 가운데 종목과 업종별로 일관성이 부족한 모습이다. 이는 시장에 주도주가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밝힌 것처럼 1840선 이상이 버블 초기 국면이라면 향후 대응이 녹록치만은 않은 일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026.1원에 거래를 마쳤다. 1032.0원까지 급등했던 지난 3월17일 이후 최고 종가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IT전자와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라는 긍적적 해석이 많지만 환율이 급하게 뜨는 것은 경기나 주가에 좋지 않다.

환율 상승이 주가 하락과 맥을 같이해 왔던 과거의 추이가 더 이상 맞지 않는 통념이라고 해도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국제유가(WTI)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부담이 있는 상태에서 일부 업종에 국한되어지는 환율 수혜를 달갑게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날 국채선물(KTB)은 지난달 10일 108대로 급등한 이후 한달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환율 상승과 국채선물 하락은 내일 있을 금통위의 금리 결정 전망이 혼란스럽다는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일 수 있다.

중국 증시가 4% 넘게 급락하면서 지난달 22일 바닥을 쳤다는 확신을 약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비유통주의 유통 제한조치와 거래세 인하가 주가 급락을 막은 일시적인 방편이었다는 진단이 내려진다면 중국 증시는 하락세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코스피지수의 1800선 안착을 이끈 변수가 상실됨을 뜻한다.

더 이상 실적은 의미있는 변수가 아니다. 이미 1분기 기업어닝이 예상보다 개선된 점을 등에 지고 주가가 낙폭의 50% 이상을 만회한 상태다. 특히 한국 기업의 경우 2분기 실적이 더욱 나아질 것이라는 점까지 감안되면서 주가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다.

미국 1분기 성장률(GDP)이 전분기와 같은 0.6%로 발표된 뒤 경기침체 우려감을 망각하고 있지만 미국 GDP는 이미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5년 3.1%였던 GDP는 2006년 2.9%, 2007년 2.2%로 떨어졌으며 올 한해 전망치는 1.0%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0년간의 평균 성장률인 3.5%를 밑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경기 침체 국면에 빠져있음을 뜻하며 연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날 발표 예정인 3월 주택매매 동향과 1분기 생산성, 그리고 단위노동비용 등이 지난주 경제지표처럼 예상치를 상회하더라도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돌입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렵다.

과도한 낙관론에 힘입어 주가가 오름세를 견지하거나 관성에 따라 연고점을 넘을 수는 있어도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후유증을 모면할 길은 없다.

1850선까지 오른 현재 추가 상승 여력이 많은 지 아니면 하락반전할 확률이 높은지 앞날이 불투명한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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