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태, 노무현 이어 '청문회 스타'되나?

조철희 기자 | 2008.05.07 16:14
↑2007년 농림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조경태 의원<사진제공=조경태 의원실>

7일 열린 이른바 '쇠고기 청문회'에서 질의자로 나선 조경태 통합민주당 의원(부산 사하을)이 네티즌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

1988년 '5공비리 청문회'에서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던 노무현 전대통령이 연상될 정도다. 조 의원은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 전대통령의 정책보좌역으로 정계에 입문하기도 해 벌써부터 '제2의 노무현'이란 별칭도 듣고 있다.

중계방송을 통해 청문회를 지켜본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조 의원의 거침없는 질의와 매서운 지적에 '미국산쇠고기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날려버릴 수 있었다.

조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질의차례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상대로 정부가 내세우는 '값싸고 질좋은 미국산쇠고기' 주장을 반박하고 농림부의 '말바꾸기 문건' 등에 대해 따져물었다.

또 답변을 제대로 내놓지 못한 정 장관에게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값싸고 질좋은 30개월 미국산쇠고기가 있으면 나한테 내놓으라"고 일갈하며 정 장관에게 "미국인들 95% 이상이 20개월 이하 쇠고기를 먹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정 장관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조 의원은 "그런 것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장관으로 앉아있느냐"며 "장관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또 최근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인 2007년 9월 작성된 미국산 쇠고기 관련 농림부 내부 문건을 거론하며 "이 자료를 살펴봤냐"고 물었다. 이번에도 역시 정 장관은 답변을 얼버무리다 "일일이 보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조 의원은 "그런 것도 안살펴보고 장관 자리에 앉아있을 것이냐"며 "국민들이 이렇게 분노하고 있는데 장관으로서의 태도가 아니다"고 질타했다.

몇달만에 논리가 뒤바뀐 농림부 문건과 관련해 조 의원은 정 장관의 사퇴를 재차 강조했다. 또 청문회장에 나온 농림부 관계자들을 향해서도 "여기 있는 농림부 관계자들도 자기 양심을 다 속였다"며 "오늘 진로를 다시 생각해보라"고 충고했다.

조 의원의 질의를 지켜본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무엇보다 '통쾌함'을 느꼈다.


연일 의혹을 키우고 있는 미국산쇠고기 관련 소식에 불안감을 느낀 네티즌들은 촛불집회 등을 통해 대책을 호소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회견이나 청문회에서도 당국의 속시원한 해명과 대책이 제시되지 않아 불안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 의원이 책임당국자를 매섭게 추궁하자 네티즌들은 그를 응원하고 나섰다.

물론 청문회에서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진실을 가리는데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에겐 어려운 과학용어나 때때로 뒤바뀌는 논리에 지쳐있다. 애매모호한 태도의 당국자에 대한 '호통'이 조금이나마 불안을 떨치게 한다.

↑1988년 '5공비리 청문회'에서 '청문회스타'로 떠올랐던 노무현 전대통령의 의원시절 모습. 당시 MBC 중계방송 화면 캡처


7일 오후 3시 현재 조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600여개의 지지댓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속이 다 시원하다'는 댓글이다. 한 네티즌은 "청문회를 보니 너무 시원하고 명쾌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테니 미국산쇠고기 문제를 꼭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몇몇 댓글에선 '제2의 노무현', '노무현의 재림' 같은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한 네티즌은 "조 의원의 청문회를 보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의원시절 청문회가 떠올랐다"며 "당에 신경쓰지 말고 끝까지 자기 소신대로 전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1988년 13대 국회에서 '5공비리 조사특위' 위원으로 청문회에 참여했다. 당시 청문회 증인이었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류찬우 풍산금속 창업주 등을 매섭게 다그치며 국민들로부터 '통쾌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얻었다.

또 증인으로 나선 전두환 전대통령에게는 명패를 집어던지며 호통을 쳐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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