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공룡' 우정사업본부, 투자시장 뜬다

더벨 현상경 기자 | 2008.05.09 08:05

[이슈리포트]①운용자금 20조… 법적 제약 불구 민영화 앞두고 공격투자

이 기사는 05월08일(10:5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는 국민연금에 버금가는 금융시장의 공룡이다. 예금자산 41조원, 보험자산 21조원 등 운용자금이 무려 60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까지 우본은 투자시장의 '지배자'가 아니었다. 우체국금융의 자산운용 범위를 제한한 법과 제도가 공룡을 '안전투자'의 우리안에 가두어 놨기 때문이다.

우본 운용자산 거의 전부는 예금과 국채 등 가장 안전한 것으로 채워져 있다. 위험을 무릅쓸 필요도, 고수익을 내야 할 이유도 없다 보니 투자본능을 발휘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 국민연금을 위시한 연기금 공제회들과 달리 대체투자, 해외투자에서 우본이 아직도 '초보자(Rookie)'로 평가되고 있는 배경이다.

그랬던 공룡이 서서히 우리밖으로 나올 채비를 하고 있다. 민영화를 앞두고 운용성과를 높일 방법을 찾기 시작하면서 투자시장에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졌다.

굴리는 돈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한번 움직이면 메가딜(Mega Deal)의 밑그림을 바꾸어 놓기 일쑤다. 우본이 금융거래의 참여자로 등장하는 순간 업계의 지각변동이 불보듯 뻔한 이치. 업계가 우본의 행보를 새삼스레 주목하는 이유다.

소외자금 원천 삼은 공공금융회사

우본의 자산운용이 안전성 위주로 된 것은 태생적 한계다. 자금원천인 우체국예금과 보험은 민간 금융회사들이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며 거들떠 보지 않는 농어촌 등 소외지역에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태동했다.

우본의 운영은 '우정사업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운영방침이나 범위가 규정돼 있다. 자산 역시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예산상 특별회계로 별도로 분류, 세입과 세출이 명시돼 있다.

우본 전체 자산의 절반인 30조원 정도는 은행등 금융기관 예금 등에 고스란히 재예치된다. 나머지 20조원은 국공채 매입에 사용된다. 또 최대 10조원 안팎이 작년까지 재정경제부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의무적으로 편입됐다.


우본이 투자시장에 들고 나올 수 있는 자금은 기껏해야 몇천억원. 그나마 여기에도 족쇄가 달려있다. 주식투자는 예금자산의 5%, 보험자산의 20%만 가능하다. 이 또한 수십개의 자산운용사에 분산해 맡기는 간접투자 형태다.


예금이나 펀드상품을 취급하는 은행이나 위탁운용사에게 우정사업본부는 상전중의 상전이다. 반면 M&A 등을 수반한 지분투자나 리스크가 수반된 파생금융상품 등을 다루는 증권사 IB사업부 등에게 우본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존재다.

멋모르는 '초보자'가 무섭다?

그러나 최근 우본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 업계를 놀래키고 있다. 지난 2004년 우본은 삼성전자와 KOSPI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굿모닝신한증권이 내놓은 주가연계증권(ELS)에 300억원을 투자했다가 원금의 70% 가까이 손실을 봤다. 위험도가 높은 ELS상품에 처음 투자했다가 호된 신고식을 치른 경우다.

작년 최대 M&A 매물이었던 대한통운에서도 우본은 예상외의 행보를 보였다. 대한통운 교환사채(EB)투자를 검토하다가 이를 접고 대한통운 신주인수에 2000억원을 투입한 것. 당초 미래에셋맵스와 미래에셋증권이 3000억원 투입을 검토하다 철회하자 대신 나선 것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우본 이외에도 여러 연기금, 공제회를 전전하며 투자참여를 호소했으나 '수익률이나 투자회수(exit) 전략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참가자를 구하지 못했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투자경험이 적었던 우정사업본부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평하고 있다.

M&A업계에서 당당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사모투자펀드(PEF)들에게 우본은 인기 있는 고객이다. 이것저것 꼼꼼히 따지고 재는 여타 투자자(무한책임사원)에 비해 오히려 선뜻 수백억을 내놓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우본은 미래에셋1호를 비롯해 국내 다수의 PEF에 지분을 투자해 놓은 상태. 특히 최근 PEF업계의 자금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본을 모시기 위해 열을 올린 곳들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금융업계에서 우본의 존재는 더 이상 잠자는 공룡이 아니다. "몸은 무거워도 한번 일어나면 무서운 투자자"라는 평가를 얻었다. 다른 투자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자금동원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투자본능까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딜을 주선하는 입장에서는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모시기만 하면 업계 내 평판을 올릴 수 있는 고객이다. 새로운 딜메이커(Deal Maker)의 가능성을 우정사업본부에서 찾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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