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관료출신'이라는 약점 탓에 재신임을 받지 못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박 행장은 정부가 우대하기로 한 '민간 금융전문가'라는 점에서 유임이 유력시됐었다.
박 행장은 그러나 예금보험공사가 7일 발표한 우리금융지주내 경영진 교체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취임 1년여만에 중도하차하게 됐다. 보험(서울보증보험) 카드(옛 LG카드) CEO를 거쳐 금융계 최고라는 은행장까지 오른 '트리플크라운'의 영예도 조기에 마감하게 됐다.
금융계에선 박 행장의 경영 능력엔 문제가 없었지만 미국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 프라임 모기지) 투자에 대한 사후대처가 미흡했던 게 하자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해부터 올 1분기까지 서브프라임 투자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16억원달러의 자산에 대해 총 75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반영했다. 박 행장이 취임하기 이전에 단행됐던 투자여서 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계 인사는 "사실 박 행장이 서브프라임 투자를 지휘했던 것이 아니라 투자실패에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웠다"면서도 "다만 공식적으로 세부투자 내용을 밝히고 정부에서 면죄부를 받지 못한 게 교체명분으로 작용한 듯 싶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박 행장이 새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실패했다는 추측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리은행은 정부의 서민금융, 중소기업 자금지원 확대 같은 정책이 나올 적 마다, 이에 부합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즉각 내놓았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기업은행보다 항상 한발짝 앞섰다. 더구나 지난해와 올 1분기에는 서브프라임 투자손실에도 불구하고 사상최고 수준의 경영실적을 올렸다.
이를 종합하면 정부가 금융 공기업 기관장들을 대거 교체하면서 마침 이슈로 등장한 서브프라임 사태가 박 행장 교체의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유력해 보인다.
우리은행에선 박 행장의 낙마가 못내 아쉽다는 분위기다.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그 처럼 강한 추진력을 가진 CEO의 존재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한 임원은 "박 행장은 존재만으로도 조직에 큰 힘을 보태주었다"며 "(유임됐다면)분위기가 위축된 IB(투자은행) 사업부문의 재기 뿐 아니라 카드, 중소기업여신 등의 활성화에 상당한 보탬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은 "전임 황영기 회장이 큰 밑그림을 그리는데 장점을 지녔다면, 박 행장은 이를 현실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며 "은행이 이번 인사를 여러모로 아쉬워 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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