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전설' 안철수, 왜 교수 됐나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 2008.05.07 14:56

"유학생활 소득, 정년까지 일하며 벤처교육시스템 일굴것"

ⓒ홍봉진 기자 honggg@
대한민국 벤처신화의 전설 안철수. 그가 돌아왔다. 안철수연구소 CEO직을 과감히 버리고 미국 유학길을 떠난 지 3년만이다.

돌아온 그의 공식 직함은 카이스트 석좌교수. 촉망받던 의사 지망생에서 성공한 벤처사업가로, 또다시 대학교수로. 그의 화려한 변신만 보면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어릴 적 누구가 한번씩 꿈꿔봤던 직업을 다 한번씩은 누려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가장 오래된 직업은 의외로 '학생'이다. 서울대 의대, 미국 펜실베이니아 공대 석사, 미국 유학까지 따진다면 만 27년간 학생신분이었다. 그의 일생 자체가 '배움'의 연속선상이었던 셈이다.

7일 귀국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 이 자리에서만큼은 그는 대학교수로 변신해 있었다. 주제도 그랬지만 어떤 질문이든지간에 첫째, 둘째, 셋째 식으로 요약정리해서 풀어내는 말투는 영낙 대학 교수님이다.

그간 미국 유학생활에 대한 소회는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것'. 2005년 3월 미국 유학길에 오른 뒤 첫 1년간 스탠포드대에서 공개강좌를 들은 뒤 2년간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자 MBA과정을 밟았다. 그것도 학부생으로 말이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어려운 선택은 아닐까. 하지만 그의 답변은 간단하다. "노 페인 노게인". 고생하지 않으면 얻는게 없다는 것.

"학부 공부를 하다보니 막판까지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벤처경험이 있으니 어느정도 알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일정 부분에선 실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처참하게 느꼈죠. 경험만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부문을 채워왔다는 게 이번 공부의 수확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보람은 3년 전 바로 그 자리에서 했던 약속을 지켰다는 것 아닐까. 3년전 간담회에서 안 교수는 CEO직을 내놓게된 이유를 기업구조지배개선과 창업자의 선순환 구조 만들기, 중소벤처 업계 전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교수는 지난 3년간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안철수연구소의 기업지배구조를 중소벤처의 모범모델로 개선하면서 약속 하나를 지켜냈다.

또 3년 후 대학교수 신분으로 돌아왔다. 벤처창업자로서의 경험과 미국 유학에서 배운 지식을 결합해 사회자산으로 환원하겠다던 그의 남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안 교수는 2학기부터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이코노믹스' 과목을 가르칠 예정이다. 창업자들의 자서전과 인터뷰, 사례연구 등을 바탕으로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또 대학원 학생과 벤처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기술경영'을 가르치고, 또 안철수연구소의 최고학습책임자(CLO)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가 중소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해야한다는 자신의 지론을 설명하는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주식투자할때 한곳에만 집중 투자하면 위험하듯이 국가경제도 대기업 위주로 편중되다보니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중소 벤처기업을 견실하게 육성하는 것만이 이같은 국가경제의 리스크를 줄이는 일입니다."

또 갈수록 고용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 벤처기업은 2000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 셋째로 대기업들의 사업 아이템 확장과 시장 구매력 차원에서도 반드시 중소 벤처기업과의 상생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중소벤처기업들에게도 한마디했다. 우리나라의 벤처 실패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장 큰 이유가 경영자나 종사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실리콘밸리와 한국벤처기업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사람'입니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영업, 마케팅, 기획 등 각 분야에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두루 포진해 있다보니, 아이디어와 기술만 갖추면 이들의 도움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반면 국내 벤처기업들은 경영자나 임직원 모두 초보자나 다름없어, 누구를 막론하고 실수를 하게됩니다. 또다시 누군가 이를 따라 반복적으로 실수하는 구조죠."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그가 하고싶은 일이 바로 이같은 선진화된 벤처 교육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 종사들이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갖춘다면, 적어도 10년뒤엔 국내 벤처기업들의 성공확률도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따끔한 질책도 숨기지않았다. "사실 규제철폐만큼 생색내기에 좋은 것은 없죠. 하지만 규제를 철폐하려면 철저한 감시기능이 뒷받침돼야합니다. 정작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선 전문성, 인력풀 등 적잖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를 소홀히한다면 경제전반이 그야말로 무법천지나 다름없게되죠."

의사에서 벤처사업가로 또다시 대학교수로 변신한 안철수 교수. 또다른 변신도 혹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안교수는 "정년때까지 대학교수로 활동하면서 벤처정신 전도사로 일하고 싶다"며 "하지만 앞으로도 변함없이 치열한 삶을 살겠다"고 또다른 약속을 걸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