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거품론'도 귀기울일 때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8.05.07 11:16
코스피지수가 7일 1860선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장전 날아든 삼성증권의 '삼성 모델 포트폴리오'라는 보고서 하나는 현재 장세에 대한 의미있는 판단을 필요로 하고 있다.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의 이름을 걸고 펴낸 이 보고서를 간단히 요약하면 현재 코스피지수대는 '버블초입단계'라는 설명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향후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크게는 2280포인트(NH투자증권 임정석 투자전략팀장), 향후 3개월 내 2000포인트(하나대투증권 5월 전망), 적어도 1900선(굿모닝신한증권, 현대증권 등)에는 다다를 것이라는 희망찬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 단계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지적은 이례적이다.

서로 나름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어 누가 '옳다 그르다'에 방점을 찍기는 힘들다. 하지만 강세론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약세론자의 말을 허투루 흘려버릴 수만도 없다.

황소가 득실대는 연못가에서 홀로 울부짖는 곰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수는 거품초입단계"

김학주센터장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1840선이 적정선이라고 주장한다.

대내외적 여건상 이 수치 이상 오르는 것은 분명 거품이 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근거는 이제부터 '실물경제의 위축'이 찾아올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미국발 신용경색이 일단락됐고 1/4분기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원화약세에 힘입어 개선돼 지난 3월 중순 154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는 1860선까지 회복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로 남아 있으나 이제부터 실물경기의 위축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실적은 시간이 갈수록 예상을 밑돌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은 그 동안 과소비와 서브프라임 사태로 가계가 받은 충격, 그리고 상처를 입은 금융기관들도 예전처럼 자금을 빨리 돌리지 못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국내증시에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중국도 소득불균형으로 소비가 예상을 하회할 가능성이 크고, 물가상승 압력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향후 2~3년간 한국기업들의 평균 주당순이익 성장률을 10%수준으로 생각할 때 올해 적정 코스피지수는 1840선이라는 게 김센터장 주장의 핵심이다.

김센터장은 지금부터 세계적 실물경기가 타격을 받기 시작할 경우 미국만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코스피지수는 1840선에서 맴돌 것으로 본다.

달러가치 급락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면 최저 1715선까지 재차 내려앉는다는 관측이다. 1715선은 현재 코스피지수의 60일선이 걸치는 수준이다.

◇주도주 부재 현상 오래간다"

김센터장은 주도주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향후 강세를 낙관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김센터장은 전통수출주인 자동차와 IT는 단기간 주가급등으로 인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나타날 때까지 쉴 가능성을 점친다.

중국관련주 (기계, 철강, 조선, 해운 등)는 중국당국의 물가상승 억제책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상승 부담을 기업들이 모두 떠안는 꼴임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원자재 가격부담의 결과 기업들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기업들이 이를 감내하지 못할 경우 물가폭등은 피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1/4분기에 만족할만한 수익을 내지 못한 금융주는 경쟁이 치열해져 레드오션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내수주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고, 그만큼 소비자들의 구매력 약화될 것으로 본다. 특히 유가폭등과 원화절하 심화로 해외여행 수요가 꺾이면 소매업에는 긍정적이나 해외여행 수요는 높아진 원화가치로 불황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마디로 두각을 나타낼만한 업종이 나타나지 않은 채 메뚜기식 순환매 장세가 지속될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관측이다.

◇"美ㆍ中 소득 불균형 심화에 주목"

김센터장은 미국에서 소득 불균형 현상이 심화될 것임에 주목하라고 권고한다.

중국 등 저임금국과 경쟁해 왔던 미국내 기업들은 근로자들 임금을 줄이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선택을 할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저임금국들보다 차별화된 생산기술 등을 통해 버틸 수 있지만 지금까지 그렇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 저임금국에 직업을 잃은 미국 근로자들은 고부가 서비스업으로 이동할수도 있지만, 이런 구조적 실업해결에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신용경색 위기는 구매력을 잃어버린 소비계층 발생이 필연적이며 가계의 회복은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경색은 금융기관들의 부실규모만 파악하면 문제는 단기간내 해결 가능하지만 경제의 기초인 가계가 상처를 입었을 경우 치유하는데는 상당기간이 쇼요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김센터장은 "중국도 소득 불균형에 따른 소비공백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는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에서 내구성 소비재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그런데 중국의 1인당 GDP를 감안할 때 너무 고가의 제품들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일부 대도시 지역의 부유층들에 의해 내구재 소비가 견인되어 왔지만 그들의 구매가 마무리되기 시작하면 소비에 공백이 생길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투자확대가 주는 역기능도 국내 전문가들은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김센터장은 "중국 정부는 소비의 공백시 투자활성화를 통해 상쇄하려 할 것"이라면서도 "중국내부에는 아직 충분한 투자자금이 형성돼 있지 않아 해외에서 투자자금 유입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이 경우 위안화 절상 추세가 더욱 빨라지며 수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해석이다. 결국 투자활성화는 수출을 갉아먹어 GDP성장이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래저래 그 사이에 낀 국내경제는 현재 지수대에서 위로 치고나가기 힘들다는 게 김센터장의 예상인 셈이다.

여기에 '그 동안 즐겼던 것'에 대한 후유증도 밀려들 것으로 내다본다.

지금까지 세계 생산성 개선의 두 축은 중국 등 신흥시장의 낮은 인건비가 기본이었다. 인력이 원자재 가격상승에도 불구하고 선진소비경제에 수출돼 물가를 안정시켰지만 이제는 이같은 만족을 주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그 동안 낮은 물가를 바탕으로 설비가동률이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 호전으로 이어졌지만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김센터장은 본다.

신흥국가들의 낮은 인건비를 즐겨 왔는데 이제는 그것이 선진경제의 저소득층을
공격하는 단계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또 설비가동률의 상승은 높은 원자재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수익성을 보호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위축과 함께 반대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국내외 경제상황을 종합하면 현재 지수대는 이미 거품초입에 돌입했으며 적정가치를 찾아 1840선에서 코스피지수가 맴돌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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