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수입’ 논란 바로 잠재우려면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 2008.05.06 19:28

[일상속에서]검역 문제에도 모범 보여야

1. 예전에 친한 선배가 사업을 해보겠다고 나섰다. 그의 도전 정신이 부럽기도 했으나, 한편에선 걱정스런 마음도 함께 들었다.

친분이 있던 어른께 사업방향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렸고 흔쾌히 허락을 받았다. 그 어르신은 오랜 경영자 생활을 바탕으로 현직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하고 계신 분이었다.

어느 날 저녁, 선배와 함께 그 분의 아파트로 찾아갔다. 아파트 로비에는 외부 손님을 접견하는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그런데 마침 어르신의 친구 분이 찾아와 계셨다. 친구 분은 건설 시행 업체를 경영하고 있었다. 양해를 구하고 합석을 했다.

사업에 관한 진지한 토론이 벌어진 후, 자연스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 60대인 어르신의 친구 분은 당연하게(?) 매우 보수적인 사회관을 갖고 계셨다. 그는 “노조 등이 걸핏하면 시위를 하며 떼를 써서 세상이 굉장히 어지럽다”고 한탄했다.

이에 그 어르신은 조심스레 반론을 폈다. “이 친구야, 꼭 그렇게만 볼 건 아니네. 자네나 나는 학벌이나 재산, 사회적 지위로 보면 우리 사회에서 상위 5% 정도에는 들어가는 사람들이네. 그런 우리들이 순전히 우리들 입장에서만 사회문제를 바라보면,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은 어찌 하겠는가. 약한 사람들끼리 힘을 모아 시위를 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러니 더 있는 사람일수록, 힘 있는 사람일수록, 없는 사람들 입장을 더 이해해야 우리 사회가 좀 더 좋아지지 않겠나.”

2. 2002년 6월. 엘 고어 미 전(前) 부통령은 미국 내 여행 중 공항에서 두 번이나 검색을 받아야 했다. 당시 고어 전 부통령은 위스콘신주 민주당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 레이건 국제공항에서 밀워키행 미드웨스트 익스프레스 여객기 탑승수속을 하다 무작위로 실시한 검색의 대상이 됐다.

검색요원들은 고어의 서류가방과 트렁크를 열고 속옷까지 샅샅이 뒤졌다. 고어는 검색이 끝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린 후 탑승했다. 고어는 다음날 밀워키를 떠날 때도 공항에서 다시 검색을 받았다. 그는 검색이 끝난 후, 검색요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맡은바 직분을 다해줘 고맙다”고 말했다고.

비슷한 시점에 70대인 23선의 한 원로급 하원 의원은 수술로 심은 강철 고관절로 인해 심지어 바지까지 벗어야 하는 몸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인권 탄압의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이렇듯 미국 공항에서 검색은 국가 지도층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테러의 위협에서 국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앞에서는 그 누구도 편하게 검색대를 지나가는 특혜를 누리지 못했다. 미국이 강한 나라인 데엔 다 이유가 있다.

3. 우리 대통령께선 미국산 수입 쇠고기가 싫으면 “안 사먹으면 될 일”이라고 했다. 물론 대통령이나 장관쯤 되면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미국 쇠고기가 수입되면, 당장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군인)부터 자신들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급식을 통해 먹게 될 것이다.


사실 국민들이 이렇게나 화가 난 이면에는 ‘사회지도층들이나 고위층들은 비싼 돈으로 안전한 한우 사먹고, 라면 같은 것도 안 먹으니까 속편하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한 게 아닌가’라고 의심하는 심리도 있을 것이다.

검역 상황이 특별히 바뀐 것도 없는데 정부의 입장이 몇 달 새 확 바뀐 것이나, 마치 ‘미국 축산업계 홍보담당자’같은 정부 관계자들의 주옥같은 발언들을 볼 때 충분히 이런 의심을 살 만하다.

그래서 다소 과격하긴 하지만 최근의 광우병 논란을 한 방에 잠재울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광우병이 의심되는 쇠고기와 소뼈 수입분 가운데 일부를 무작위로 뽑아내 청와대와 관계 장관 등 고위층에서 '딱 1년'만 먼저 잡수시라.

그리고 그 모습을 방송과 언론에 수시로 보여주는 거다. 왜 조류 인플루엔자(AI) 번 질때마다, 장관님네들 카메라 앞에서 삼계탕 먹듯이 말이다. 다만 광우병은 발견되는 데 좀 오래 걸리는 병이니, 적어도 1년은 먹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면 정부 관계자들이 ‘99.9% 안전하다’ 어쩌고 하며 떠들어댈 필요도 없다. 그 높으신 대통령과 장관이 앞장서서 ‘싸고 질 좋은 고기’를 즐겨 먹겠다는데 감히 누가 뭐라고 토를 달 것인가. 국민들은 바로 ‘안심 모드’로 돌입이다. “리더십이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아이아코카 전 크라이슬러 회장의 말이다.

4. 사족. 지난 2일에 이어 6일 곳곳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가 열린다. 사람들은 ‘정부가 검역 주권을 함부로 내줬다’는 정치적 구호보다는 ‘자신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말하고자 거리로 모여들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들이 떼를 쓴다고 한다. 만약 구호를 외치며 ‘집시법’을 위반하면 주동자를 엄단하겠다고 엄포다. 법으로 보면 분명 맞는 말이긴 한데도 좀 화가 난다. 고위층들이 저지른 ‘위장 전입’, ‘위장 취업’과 온갖 ‘불법 투기 의혹’, ‘탈세 의혹’은 다 그냥 놔두고 왜 자꾸 ‘집시법’만 들먹이는 건지. 이것도 법이고 저것도 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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