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환매? 수익률 보고 하지 마라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원 | 2008.05.19 10:30

[머니위크]민주영의 펀드 투자학

"지금이 기회다?"

최근 일부 투자자들이 코스피 1800을 돌파하자 환매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며칠 동안 1800선을 기준으로 아래로 떨어지면 주식펀드로 자금이 들어오다가도 1800 위로 올라서면 자금이 빠지는 양상이다. 이는 이익을 실현하거나 손실 폭을 회복한 투자자들의 환매가 시장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시장상황에 따라 펀드를 환매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단기적으로 1800 이상 주가가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을 근거로 한 것인데 이 같은 예상이 얼마든지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는 주식종목과 달리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금융상품이라는 점에서 시장상황에 따라 사고팔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시장상황에 따른 펀드 갈아타기나 환매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지난해 초 많은 투자자들이 과거 경험만으로 시장을 판단해 코스피 지수가 1400을 넘어서자 적극적으로 주식펀드를 환매했다. 지난해 초 환매물량만 5조원을 넘어섰는 데 이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높은 지수로 펀드 환매욕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조정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아쉬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처럼 시장상황에 따라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자칫 후회하기 쉽다. 주가가 떨어질 것 같다고 환매하거나 주가가 오를 것 같다고 주식펀드로 자금을 옮겼다가는 예상과 달리 엇박자가 나기 쉬운 것이다.
 
환매를 논의하기 앞서 펀드와 주식 종목이 다르다는 점을 우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주식 종목은 수익률이 주가와 연관된 단 하나의 실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장에서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지거나 투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에 반해 펀드는 투자 전략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 여러 투자 자산으로 이뤄진 포트폴리오다. 포트폴리오의 장점은 분산 투자에 있다. 포트폴리오 내 몇몇 종목의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자산에 의해 가격 하락이 상쇄돼 포트폴리오의 자산가치가 덜 하락하거나 오히려 오르기도 한다. 결국 펀드는 주식 종목 투자처럼 시장상황에 따라 사거나 파는 것이 유용한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펀드 환매는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까? 근본적으로 펀드의 환매시기를 따지려고 하는 것은 투자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교육비나 노후 준비와 같이 투자목표가 확실하다면 자금이 필요한 시기가 됐을 때 비로소 환매하면 된다. 즉 시장상황에 따라 환매를 결정하기보다는 자신의 투자목표가 달성됐거나 변경됐을 때 환매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투자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한 펀드에 계속 투자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펀드 투자의 목적은 특정 펀드나 운용사에 대한 투자자의 충성도를 실험해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투자자의 자산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투자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경우 펀드 교체를 고려할 수 있다.
 
첫째 펀드의 수탁고가 급격하게 감소할 때다. 수탁고가 줄고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자금을 빼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판매사에 문의해 수탁고 감소의 이유를 따져보고 다른 펀드로 옮기는 것을 고려한다.

둘째 펀드매니저나 운용사 대표가 자주 변경된 경우 역시 펀드 변경을 검토한다. 펀드에 투자한다는 것은 다소 거창하게 말하자면 투자목표에 맞는 수익을 기대하면서 펀드매니저나 운용사의 전문성과 투자철학에 자금을 투입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펀드매니저나 운용사 대표가 자주 바뀌면 펀드의 운용 전략이나 철학, 운용 구조 등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셋째 펀드가 장기간 저조한 성과에 머물고 있다면 이 역시 펀드 교체를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펀드인데 코스피 지수보다 장기간 낮은 성과를 보인다면 다른 주식펀드로 옮길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다소 애매한 면이 없지 않다. '저조한 성과'에 대한 정의가 투자자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1년 이내 펀드의 수익률이 낮다면 펀드환매가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순 없다. 단지 펀드가 단기적인 시장 변동을 거치고 있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년 이상 저조하다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펀드 교체를 검토할 수 있다. 이때는 펀드 수익률을 적절한 벤치마크나 유사한 펀드의 수익률과 비교해 보면 된다. 벤치마크란 펀드 평가의 잣대로서 주식펀드의 경우 코스피 지수 등이 있다. 펀드의 투자설명서를 보면 벤치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미리 정한 포트폴리오가 변경됐을 경우 펀드 환매를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가 상승으로 주식펀드의 비중이 처음 투자를 시작했던 것보다 늘어났다면 이를 환매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어든 채권펀드나 MMF로 옮겨 놓는 식이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져 주식펀드의 비중이 줄었다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늘어난 채권펀드나 MMF에서 늘어난 부분만큼 환매해 주식펀드에 채우기도 한다.

이렇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을 '포뮬러플랜'이라고 하는데 이는 주가가 오를 때 이익의 일부분을 현금으로 환매해 수익을 확보하고 주가 떨어졌을 때에는 오히려 투자를 늘려 적립식 투자 효과를 극대화해가는 방법이다. 결국 포뮬러플랜은 소극적인 위험관리 전략이 아니라 위험 감소를 통해 투자수익을 제고하려는 적극적인 전략인 셈이다.
 
다만 이 방법은 장기간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상당한 금액을 환매해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률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장기간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에도 계속 투자자금을 늘려나가게 되므로 손실이 증가될 수 있다. 따라서 포뮬러플랜은 증권 가격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경우 가장 효과적이다. 만약 증권 가격이 장기간 하락하거나 상승하게 되면 투자수익률이 악화될 수 있다.
 
펀드를 환매하기로 했다면 한꺼번에 펀드를 환매하기보다는 적립식으로 나눠서 하는 분할환매 방법이 바람직하다. 이는 만기가 다가올수록 투자자금을 부분적으로 환매해 이미 달성한 이익을 확보해나가는 방법이다.

가령 10년간의 투자기간을 설정할 경우 7년쯤부터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투자자금 중 일부분을 환매하는 방법이다. 정기적인 환매방법은 매월 일부 금액을 환매해나가는 방법을 말하며, 비정기적인 환매방법은 펀드 수익률이 상승할 때마다 일부씩 환매해나가는 방법이다.

두 가지 중 어느 방법을 적용했을 때 수익률이 좋은지는 미리 알 수 없다. 단지 투자자의 위험 성향과 투자 자세를 감안해 적절한 방법을 선택한다.다만 지나치게 일찍 환매를 시작하면 목표로 정한 금액을 마련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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