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가인 당신, 흡연 후에도 양치하나요?

황성식 미소드림치과 원장 | 2008.05.13 12:29

[머니위크]의사들이 쓰는 건강리포트

우리는 식사 후나 잠자리에 들기 전 양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또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식사 후 양치는 철저히 해도 대부분의 애연가들은 흡연 후 양치를 하지 않는다. 특히 베란다에서 담배 한 대 피면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은 흡연 후 바로 잠자리에 들기 일쑤다. 그러나 흡연은 충치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당보다 치아건강에 더욱 안 좋다. 내원하는 환자 중에는 오랜 흡연으로 인해 잇몸과 입속 건강을 해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안타깝기만 하다.

흡연 후 양치를 해야 하는 이유
 
우리는 음식을 먹은 후 꼭 양치를 한다. 구강 내 일부 남아 있는 음식찌꺼기들이 세균과 결합해 산을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산이 조금씩 치아 표면을 부식시켜 충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음식을 먹은 후에는 양치를 하는 것이 이젠 보편타당한 상식이 됐다. 하지만 흡연이 잇몸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미처 모르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 하지만 음식을 먹는 것보다 흡연을 하는 것이 구강 건강에는 더욱 해롭다. 그럼에도 흡연 후에는 양치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흡연 후에도 반드시 양치를 해야 한다. 흡연 후의 구강은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흡연은 고온으로 인해 입안의 온도를 높인다. 구강 내 온도가 높다 보니 침이 말라 자정작용이 약해지고 그만큼 세균이 잘 자라 세균성 치태(프라그)가 생긴다. 세균성치태 1m㎡에는 약 7억5000만 마리의 각종 세균이 축적돼 있는데 평소 이만 제대로 닦아도 제거가 가능하다. 때문에 흡연 후에는 바로 양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만약 흡연 후 양치를 소홀히 하면 치아 사이에 세균성 치태가 석회화되어 치석을 형성하게 된다. 결국 치석은 치아 뿌리까지 침투해 치조골과 잇몸을 파괴할 수 있다. 즉, 흡연 후 양치를 게을리하면 중증의 치주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입속을 드나드는 담배 연기에는 니코틴을 포함해 수많은 세포독소 및 혈관 수축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물질은 구강 내 말초 혈액순환을 감소시키고 항체 형성, 세균에 대한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또한 각종 세포의 정상 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에 치주 조직의 치유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그 결과 만성적인 잇몸 염증이 계속되는 것이다.
 
또 흡연 후 늘어난 세균들은 구강 내 남아 있는 음식물들을 양분으로 대사활동도 활발히 하면서 대사산물들을 배출한다. 이 대사산물들은 산성을 띠는데 대사산물들이 축적돼서 산성도가 ph 5.5보다 강하게 되면 치아에서 칼슘이 녹기 시작해 충치가 발생한다.

입 냄새도 심해진다. 흡연은 치아에 니코틴의 침착을 유발시키며 이런 니코틴의 침착은 치태에 의한 구취도 동반되기 때문이다. 입 냄새의 주범으로 알려진 황화합물 농도를 할리메터를 이용해 측정한 결과 흡연 직후에는 평균 895ppb(오염물질의 대기농도 표시 단위)로 매우 높았다.
반면 탄산음료를 마신 뒤에는 184ppb, 사탕을 먹은 뒤에는 221ppb에 그쳤다. 일반 비흡연자의 평소 구취지수는 160ppb 내외다. 따라서 흡연 후에는 바로 양치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만약 제대로 양치를 할 수 없을 때는 물로 입안을 헹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물로만 양치를 해도 구취지수는 325ppb로 크게 떨어진다.

잇몸을 공격하는 담배
 
흡연은 백해무익하지만 특히 잇몸건강에 많은 해를 끼친다. 니코틴, 타르 등 담배 속에 무수히 잠재된 유해성분이 입속 말초신경을 수축시켜 혈액순환을 막기 때문이다. 혈액순환이 둔화되면 잇몸은 산소와 영양소가 결핍돼 잇몸이 약화된다. 약화된 잇몸은 잇속에 염증을 유발시키는 치은염과 치주염의 발생으로 이어진다. 치은염이란 잇몸 끝 부분에만 염증 상태에 있는 질환을 말하며, 치주염은 치조골, 치주인대, 백아질 등으로 구성된 치주조직에 염증이 확산된 상태를 말한다. 이 같은 잇몸병은 치아뿐 아니라 뿌리에까지 염증을 만들어 잇속을 곪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국립질병통계센터(CDC)가 1만2329명의 건강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한 번도 피운 일이 없는 사람에 비해 치주염 발생 위험이 4배 높았다. 하루 1갑 반의 담배를 피울 경우에는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주염 위험이 무려 6배나 높았다.
 
흡연은 잇몸질환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치아에도 독이 된다. 니코틴은 치석을 유발시켜 충치발생률을 높이며 치아를 누렇게 만드는 변색의 주범이다. 하지만 흡연자는 손상된 치아를 치료할 때도 곤란을 겪어야 한다. 인공치아를 심는 임플란트 시술의 경우, 비흡연자보다 치료 성공률이 낮기 때문이다. 이처럼 흡연자의 임플란트 치료 성공률이 낮은 이유는 담배의 유해물질들이 백혈구를 약화시켜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플란트나 보철치료 등 치과시술을 받을 때에는 시술기간만이라도 꼭 금연을 하는 것이 좋고 구강건강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금연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흡연자의 구강 건강, 스케일링 먼저
 
금연은 단순히 잇몸건강뿐 아니라 자신의 모든 건강을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이다. 하지만 담배를 끊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흡연자들은 어떻게 구강건강을 지켜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 후와 흡연 후에는 양치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취침 전에는 반드시 해야 한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침의 분비량이 줄어 세균의 활동이 가장 왕성하기 때문이다. 또 양치를 할 때는 잇몸도 같이 닦는 습관을 들인다.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스케일링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비흡연인들이 1년에 한번 스케일링을 받는데 흡연자들은 6개월에 한 번씩 받는 게 좋다. 흡연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치석이 잘 생기는데 관리를 소홀히 하면 치은염과 치주염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또한 적어도 양치를 하는 순간이라도 입안을 두루 살펴보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자의 경우 좀 더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사소한 것 같지만 구강암은 다른 내부 장기의 암과 달리 눈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다른 구강질환도 조금만 눈여겨보면 이상 유무를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단 음식을 적게 먹고 일정 농도의 불소가 함유된 물을 마시거나 과일 및 야채를 많이 먹는 것도 구강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쑤시개 사용이나 치아로 병 따기, 얼음 깨물어먹기 등 치아에 무리한 힘을 가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 황성식 미소드림치과 원장

- 미 미네소타 치과대학 임플란트과
- 미 보스턴 치과대학 임플란트 연구회 정회원
- 삼성의료원 임플란트 임상연수원 수료
- AIC임플란트 연구센터 센터장
- 대한치과의사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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