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상각 쯤이야" 쏠림 경계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5.06 15:54
자산이 유럽 최대인 스위스의 UBS가 내년 상반기까지 종업원 약 55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전직원의 12%를 순차적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이 은행은 이번 신용위기로 모두 370억달러 가량을 잃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자산의 가치의 급락을 장부상 손실로 반영한 것이다. 이 여파로 지난 1분기에만 115억스위스 프랑, 109억달러의 순손실을 입었다고 UBS는 6일 밝혔다.

UBS가 이번 신용경색에 씨티그룹이나 메릴린치보다 더 많은 손실을 입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날 밝힌 감원, 손실 규모는 한마디로 놀랍다.

워런 버핏의 말처럼 신용경색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나스닥, S&P500지수선물 가격은 이렇다할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한국시간 오후 3시50분 현재 0.2%의 강보합세에 거래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며 서브프라임 손실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불과 지난 3월에만 해도 상각이라는 말만 나와도 투자자들이 심하게 흔들렸지만 4월 들어서는 '다 아는 사실일 뿐'이라는 생각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5월이 되자 상각을 너무 지나치게 걱정했다는 대담한 진단이 나왔다. 나아가 오히려 상각한 자산의 일부에서는 이익이 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대두됐다.

지난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럼을 통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금융시장 안정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서브 프라임 모기지 증권의 가치가 실제보다 2110억달러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BOE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의 전체 액면가치는 9000억달러인데, 모기지시장 침체를 감안한 가치는 액면가의 81% 정도라고 추정했다. 반면 신용시장의 파생상품 가격 등을 고려한 시장가치는 58%에 불과하다고 파악했다.

FT는 BOE의 분석이 옳다면 '용감하게' 파생시장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에 투자한다면 2110억달러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낙관적인 주장이 확산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먼저 전세계 금융 및 상품시장이 안정감을 회복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지정학적 불안감 등으로 사상최고가를 경신한 것을 제외할 때 시장은 위기에 대해 몰라보게 담대한 반응을 보이고있다. 특히 연준(FRB)이 지난달 말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추가적인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시사하자 달러화가 반등세로 돌아섰다. 증시도 '투매'가 사라졌다.

시장이 안정되자 후행적으로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아직도 서브프라임 손실을 정확하게 측정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얼마나 많은 손실이 일어날 지 누구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전문가, 조사기관마다 손실 규모가 천양지차다. 적게는 4000억달러, 많게는 1조달러다.

'손실을 오직 신만이 안다'는 사실은 그동안 서브프라임 손실에 너무 주눅 늘었다는 용기있는 반성을 할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세번째는 '시간이 약' 효과를 들 수 있다. 서브프라임 상각을 처음 대했을 때는 대항할 수 없는 '괴물'과 같다는 공포심이 지배적이었지만 어느덧 1년이 다 되가면서 괴물은 '야수'로 탈바꿈했다. 야수는 다시 '가축'으로 길들여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적지않다. 내성이 쌓인 것이다.

WSJ는 이와관련 보험사들의 반응을 예로 들었다. 처음에는 세기나 진행 방향을 알수 없는 태풍이었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몰랐고 그래서 혼란스러웠지만 차츰 정체가 드러나면서 손실의 예측이 가능해졌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가 대처 방안을 강구할 여유를 갖게됐다고 했다.

서브프라임 손실은 2분기, 나아가 하반기에도 불가피하다. 통제가능한 손실이라면 시장은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자금 수혈이 한창인 씨티그룹 등 몇몇 은행들을 끊임없이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더불어 상각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쏠림도 관찰해야한다. 상각을 가장 두려워하는 시점(베어스턴스의 몰락)에서 바닥이 나온 것처럼 반등의 끝은 정반대의 국면에서 나타날 수 있다.

6일(현지시간) 비중있는 경기지표 발표는 예정돼 있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차버린 야후 그리고 실적을 발표하는 시스코시스템즈, 패니 매 등 개별 기업 움직임이 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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